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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혼자하는 공부는 그만, 잡담하면서 배운다

by 이윤기 201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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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도전>을 쓴 사토 마나부는 '배움의 공동체로서 학교 창조'라고 하는 수업 방식의 혁신을 통해 아래로부터 학교 현장의 개혁을 일으키고 있는 교육 연구자이자 실천가입니다.

 

1951년에 태어난 사토 마나부는 1989년 도쿄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카쿠슈인대학 교수이자 도쿄대학 명예교수로 '배움의 공동체'를 주제로 탁월한 연구와 더불어 현장의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교실 여행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방문한 국내외 학교는 1500여 곳이고, 참관한 수업은 1만 번이 넘지만, 한 번도 낙담한 기억은 없다.(본문 중에서)

 

이 책의 사례는 2003년을 전후로 수 년간 관찰한 1천 개 가까운 교실의 일상적인 풍경의 일부를 소개한 것입니다. 대부분 일본 각지의 초·중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업을 사례로 소개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이탈리아의 레조 에밀리아와 같은 사례들도 담고 있습니다.

 

수업 바꾸면 교사, 학생, 학부모까지 바뀐다

 

일본에서는 사토 마나부 교수의 학교 개혁에 공감하는 많은 공사립학교와 교사들이 '배움의 공동체'로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교실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움의 공동체로서 학교'는 학교를 아이들이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장소, 거기에 보호자인 부모들도 학교교육 활동에 참여해서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장소라는 것을 의미한다.(본문 중에서)

 

배움의 공동체로서 학교 창조는 수업 창조를 통해 아이를 성장시키고, 수업 공개를 통해 교사를 성장시키며, 학습 참가를 통해 학부모를 변화시키는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배움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 창조는 두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고 합니다.

 

하나는 공부에서 배움으로의 전환이고, 또 하나는 교실에서 '서로 듣는 관계'를 형성하는 과제이다.(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공부와 배움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가 같은 여러 답을 통해 공부와 배움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공부란 무리해서 행하는 일, 배움이란 주체적으로 행하는 일.

공부란 항상 마지막을 알리는 일, 배움이란 언제나 시작을 준비하는 일.
공부는 주어진 과제를 하나하나 처리해가는 작업, 배움은 시작을 준비하는 작업.
공부는 앞으로 전진하는 일, 배움은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

 

따라서 하나의 배움이 다음의 물음을 일으키고, 그 물음의 해결이 더 깊은 의문을 부르기 때문에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지요. 또 공부는 일방적이지만, 배움은 경험과 경험 사이를 오간다는 점도 큰 차이라고 합니다.

 

공부와 배움의 근본적인 차이는 공부에서는 어떤 사람과도 만나지 않고, 어떤 사람과도 대화하지 않는 데 비해 배움은 만남과 대화의 경험이라는 점이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공부에서 배움으로 바꾸려면 사람이나 도구, 사물을 매개로 관찰, 실험, 조사나 토론에 의하여 학습활동을 해야 하며, 개인적인 공부를 협동적인 배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공부에서 지식이나 기능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배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넘어 공생하는 사회를 전망한다면 자기 아이디어를 아까워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협동적 배움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본문 중에서)

 

특히 개인주의적 '공부' 문화는 협동적 '배움'의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바람직한 배움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듣는 관계' 구축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발표력이나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말하는 법' 교육이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화 교육에서는 말하기보다도 듣기 교육 쪽이 훨씬 중요하다.(본문 중에서)

 

교실에서는 듣기 활동이 중심이 되어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이 풍부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특히 서로 듣는 관계를 구축하려면 먼저 교사 자신이 아이들 목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교실 혁명은 듣기 활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교사가 아이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수업 공개'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를 '동료성' 구축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수업을 공개하고 적절한 기준에 따른 피드백을 통해 교사가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지요.

 

<교사의 도전>은 대부분 현장 수업 사례를 생생하게 옮겨놓은 책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배움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모둠별로 테이블에 모여 협동 학습을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지식과 기능을 습득시키는 수업 대신에 다양한 탐구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둠을 구성한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배운다는 것입니다. 정답을 맞추는 발표가 아니라 교과서에 있는 시나 수학 문제 풀이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아이들은 빨리 배우지만, 어떤 아이들은 천천히 배울 뿐만 아니라 '틀리면서 배웁니다.' 모르는 아이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먼저 이해한 아이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아이가 이해할 때까지 다양한 예시를 들려줍니다.

 

교사의 역할 역시 특별합니다. 우선 교사는 늦게 배우는 아이들의 '중얼거리는 말', '혼잣말'을 놓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지요. 그리고 '중얼거리는 말', '혼잣말'로부터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수업을 펼쳐나갑니다.

 

아이들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이 교실에는 '잡담'이 없습니다. 수업 중에도 아이들은 활발하게 다른 생각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결국 교사의 역할이란 '자유로운 사고와 이미지를 교류하고 그 자유로운 교류가 풍성한 연결'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수업 속에 서로 배움이 성립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그 70퍼센트가 아이 한 명 한 명의 존엄을 존중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고, 교사로서의 경험과 배움, 이론과 수업 기술은 나머지 30퍼센트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본문 중에서)

 

저자는 1만 회가 넘는 수업을 참관하면서 이 생각을 점점 확신으로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성실하고, 교재에 성실한 교사가 '배움이 싹트는 교실'을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틀리면서 배운다

 

한편 교사의 중요한 역할은 대화와 생각을 풍부하게 확장시키는 일인데, '연결하기와 '되돌리기'가 핵심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교과서 본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장면에서 교사는 아이의 의견에 대하여 "왜 그렇게 생각하니?" 하고 묻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니?"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디에서'와 '찾아보다'로 인하여 교재와 연결하기가 이루어졌고, 다른 아이들이 읽은 것과 '연결'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 "어디에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되짚어 보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교사들은 "누구 더 없어?", "다른 의견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부모들 역시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생각과 의견을 확장시키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발언과 발언의 연결, 생각과 생각의 연결에 서툰 것이지요.

 

예컨대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교사의 역할은 '연결하기'와 '되돌리기'인데, 되돌리기란 수업에 뒤쳐지는 아이들이 다시 참여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며 어려운 내용을 공부할 때에는 모든 아이들이 되돌아가야 풍부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저자는 아무리 대단한 실천을 하는 교사라도 동료에게 수업을 공개해서 비평을 받지 않는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 책에는 일본 국내의 다양한 교실혁명 사례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멕시코, 프랑스, 미국의 해외 사례까지 30여 개의 다양한 수업 사례가 주제별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교사들이 각별하게 뛰어난 실천가도 아니고, 유명한 교사들도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주입식 교육, 암기식 교육을 벗어나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질 높은 배움을 실현하는 수업에 도전하는 개혁자들일 뿐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대안학교 교실에서나 있을 법한 다양한 수업 사례들이 일본의 공립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저자는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조용한 수업 혁명'에 교육의 미래가 있다는 확신을 가진 교사, 학생, 시민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도전 - 10점
사토 마나부 지음, 손우정 옮김/우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