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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택시업체에 휘둘리는 홍준표식 경남도정

by 이윤기 2013.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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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택시요금이 인상될 예정입니다. 어제 경남도청에서 택시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경상남도 소비자정책위원회(이하 소정심)가 개최되었는데, 기본요금 2800원, 거리운임 143m, 시간운임 34초로 하는 16.97% 인상안이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경상남도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지난 4월에  3시간이 넘는 긴 회의를 통해 여러 차례 표결을 거치는 등 논란 끝에 기본운임 2700원, 거리운임 148m당 100원, 시간운임 36초당 100원을 인상하는 총 12.87% 인상안을 심의 의결 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약 4% 추가 인상상안을 다시 의결하였습니다.

 

도대체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경남 도정이 택시업체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은 불과 한 달 사이에 경남도가 택시업체의 요금 인상안을 두 번이나 받아들여 심의하였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소정심 당시 택시업체는  현행 2200원인 기본 요금을 3000원으로 인상하고, 143m당 100원인 거리요금을 141m당 100원으로 인상하고, 시간운임을 34초당 100원으로 종전과 같이하는 28.26% 인상을 요청하였습니다.

 

 

 

지난 4월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는 장시간 회의를 통해 30%에 가까운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주는 부담을 줄이고, 중앙 정부의 지속적인 물가 억제 정책을 감안하여 12.87%를 인상하기로 한 것입니다. 택시업체가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논란 끝에 만장일치로 요금인상안을 가결한 이틀 후 택시 업체에서는 요금 인상 요구를 철회해버린 것입니다. 이유는 새로 결정된 택시요금 요율이 장거리 운행시에 종전보다 요금을 더 적게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장거리 운행시 요금이 줄어드는 택시 업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문제는 법 절차(경상남도 소비자기본조례)에 따라 진행된 소정심의 심의 결과가 업체의 '철회'로 모두 무효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무효가 되었는지는 따져봐야 하는데, 경남도가 이것을 위원회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무효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택시요금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요금, 가스공급비용을 심의하는 경상남도소비자정책위원회는 허수아비로 전락한 것입니다. 택시회사가 요금 인상안을 경남도에 접수하였다가 소비자정책위원회가 자신들의 요구 만큼 요금을 시켜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기가막힌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택시업체 불리하면 언제든지 철회해도 된다

 

이번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면 앞으로 택시요금이든, 버스 요금이든, 도스가스 공급 비용이든 업체가 인상을 요구했다가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만족할 만한 인상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결국 소비자 대표, 시민대표가 참여하는 소비자정책위원회는 '허수아비'꼴이 되는 것이지요.

 

담당 공무원들의 설명처럼 택시회사의 철회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회의 원칙을 적용해보면 행정 절차상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정책위원회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려는 악의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택시업체가 요금인상을 철회할 수 있는 시기는 '경상남도소비자정책위원회'가 인상율 심의를 하기 전에 '철회'하는 것이지 인상율 심의가 끝난 상태에서 '철회'하는 것은 위원회를 '허수아비'로 전락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회의에서 안건을 결정할 때, 자신인 낸 의안을 철회하는 것은 표결이나 합의를 통해 결정하기 전에 하는 것이 상식에 속합니다. 그런데 택시업체는 요금인상율이 결정된 결과를 보고나서 인상 신청을 철회한 것이고, 경상남도는 그 인상철회를 아무 '문제의식'없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경남도 행정절차, 앞으로도 택시업체가 얼마든지 무력화 시킬 수 있다

 

경남도정이 택시업체에 휘둘리고 있다고 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경남도정이 휘둘린다고 한 것은 경남도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 전에 여러 행정절차가 있습니다.

 

예컨대 택시 없체에서 운임 요율 조정 신청(택시요금 인상 신청)을 하면 경남도에서는 회계 법인을 선정하여 택시업체가 요구한 요율 조정(요금인상)에 대한 검증 작업을 거칠 뿐만 아니라 경남도의회에도 보고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정책위원회만 허수아비가 된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회계법인을 통해 검증 작업을 한 것도 모두 무효가 되었고, 도의회 보고 역시 업체가 신청을 철회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헤프닝'이나 다름없게 된 것입니다.

 

어제 경상남도 소비자정책위원회에 참여하여 이런 불합리한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만, 윤한흥 위원장(부지사)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안건 심의를 강행하려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오늘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택시 요금 심의를 해도, 또 택시업체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철회하면 그만인거 아니냐?" 고 물었더니, 담당 국장께서는 "그렇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결국 경남도정은 물론이고, 경상남도소비자정책위원회 역시 택시업체의 손바닥 위에서 올려진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와 같았습니다. 택시업체가  요율 조정을 신청하면 소비자정책위원회를 열어서 회의를 하고 요율을 결정하지만, 택시업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면 얼마든지 철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달 후에 또 다시 요율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 기막힌 일을 경남도 담당 국장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것입니다. (담당 국장의 황당한 답변에 대해서는 따로 한 번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택시업체가 경남도정과 소비자정책위원회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다른 위원들의 의견 조차 묻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회의를 강행하였기 때문에 들러리가 되기는 싫어 회의장에서 퇴장하였습니다.

 

버스업체, 택시업체, 가스공급업체들이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운임 조정, 공급비용 조정을 철회할 수 있는 허수아비 위원회에 계속 참여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택시업체의 요율 조정 신청 철회는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결정되기 전에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소비자정책위원회가 심의. 의결을 하고 난 뒤에 철회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경남도는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야 합니다.

 

아울러 택시 업체의 요율 조정 신청 철회하고  불과 한 달만에 다시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도 행정 절차에 헛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런 불합리한 행정절차가 개선되지 않으면 택시요금, 버스요금, 도시가스 요금을 심의하는 경상남도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앞으로도 '허수아비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당당한 경남시대'라는 도청 현판이 참 우습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