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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신용카드 월 50만원 안쓰면 혜택 안준다

by 이윤기 2013.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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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주요 일간지에 현대카드 기사가 빠짐없이 보도되었습니다. 신용카드 업계 2위인 선두주자에 '현대카드'가 상품 체계를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을 두 축으로 개편한다는 기사인데, 많은 일간 신문들이 경제면 주요 기사로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 Chapter 2는 단순히 새로운 상품 몇 종을 선보이고 서비스를 개편하는 수준을 넘어, 업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현대측의 주장을 부각시키는 보도입니다. 현대카드의 상품 체계 변화를 주요 일간지가 이렇게 비중있게 보도하는 까닭도 궁금하지만, 이런 보도를 전혀 비판적 관점에서 검토해보지 않고 '홍보성 기사'로 내보내는 것도 참 한심합니다.

 

 

현대카드 50만원 이상 써야 혜택 준다

 

오늘 아침 주요 언론의 보도를 요약해보면, "다음달부터 새로 출시되는 '현대카드M Edition 2'는 월 50~100만 원 사용 시 가맹점에 따라 0.5~2.0%의 M포인트가 적립되고, 월 100만 원 이상 사용고객은 원 적립율보다 1.5배 많은 M포인트가 적립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신상품 '현대카드X'와 '현대카드X2'는 월 이용실적에 따라 3단계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우선 이용금액에 따라 최고 1%의 기본 캐시백이 적립한도나 횟수 등에 상관 없이 제공되며(월 50~100만원 이용시0.5%, 월 100만 원 이상이면 1% ,월 50만원 미만 캐시백 없음) 캐시백 형태는 '결제금액 차감'과 '캐시백 계좌입금' 두 가지 중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특화 가맹점에서 5% 특별 캐시백을 적립해주는 시즌 캐시백이 추가로 제공되고, 연간 카드 이용금액 및 누적 캐시백 금액에 따라 한도제한 없이 최고 10%까지 연간 보너스 캐시백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핏보면 현대카드가 다음달부터 무슨 굉장한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 같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현대카드의 카드상품 개편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바로 '월 50만원 이상 사용'이라는 단서 조항입니다.

 

말하자면 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49만 9999원까지인 소비자는 앞서 인용한 다양한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현대카드의 새로운 서비스인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 혜택을 누리려면 매달 50만원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입니다.

 

"신용카드의 혜택을 포인트 적립 또는 캐시백 두 축으로 단순화해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한다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월 신용카드 사용액 50만원 미만인 소비자들에게는 '캐시백'과 '포인트'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못된 선언인 것입니다.

 

신용카드 월 100만원 쓰면 캐시백도 2배 적립...부자에게 더 큰 혜택 몰아주는 계획

 

<신용카드 제국>을 쓴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D 매닝은 "신용카드가 부자들에게 더  많은 헤택을 준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캐시백과 포인트 혜택이 카드 사용을 많이하는 부자들에게 쏠린다는 것입니다.

 

이번 현대카드의 새로운 상품은 딱 그 지적대로입니다. 신용카드를 매월 50만원 이하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몫(포인터, 캐시백)을 매월 50만원 이상 사용하는 부자들에게 몰아주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월 50만원을 안 쓰면 혜택을 안주겠다는 협박(?)에 더 가깝습니다.

 

심지어 월 50만원 이상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차별합니다. 월 100만원 이상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캐시백을 1% 적립해주고, 월 50~100만원 이용시에는 캐시백을 0.5%만 적립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50만원 미만 사용자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습니다.

 

이 회사 사장이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직접 기자들에게 이런 설명을 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신용카드 보급율을 자랑하는 신용카드(부채카드) 공화국입니다.

 

화폐경제가 신용카드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민간 신용카드 회사들이 전자화폐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나가고 있는데, 이제는 그 혜택 마저 불공정하게 주겠다는 것입니다. 현대카드 측에서는 신상품 개발과 판매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카드회사와 소비자간의 계약이라고 보면 신용카드 회사들이 월 50만원 미만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불공정한 약관'을 강요하는 셈입니다.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시장론자들은 "매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50만원 미만인 소비자는 다른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하겠지만, 어쨌거나 매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50만원 미만인 소비자들이 불공정한 거래로 손해를 보는 것은 분명합니다.

 

현대카드의 바뀐 소비자정책은 '50만원 이상 사용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월 50만원 미만 사용자들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불합리한 약관이 적용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