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 여행 연수/일본 자전거 여행

대마도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 없는 것

by 이윤기 2013. 9. 1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대마도 자전거 여행을 다녀 온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었네요. 몇 차례로 나눠 대마도 여행기를 썼는데, 중요한 이야기를 빠뜨리게 있어 여행기 한 편을 추가합니다.

 

앞서 쓴 여행기에서 밝혔듯이 대마도는 온통 산으로 이루어진 섬입니다. 섬의 북쪽 항구인 히타카쓰에서 출발하여 남쪽 항구인 이즈하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도 전부 수 많은 산을 넘어야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히타카쓰를 출발하여 이즈하라까지 100여km를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정말 95%는 오르막과 내리막이었습니다.

 

평지라고는 산과 산사이에 있는 마을과 산꼭대기에 못 미쳐 뚫어놓은 터널이 전부였습니다. 대마도와 비슷한 크기인 우리나라 거제도에도 산이 많습니다만, 대마도는 유난히 산이 많은 섬입니다. 그냥 산이 많은 것이 아니라 섬 전체가 크고 작은 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높은 산에는 어김없이 터널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수백미터에서 수 킬로미터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20개는 넘는 터널을 지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던 것은 그 모든 터널에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대마도 터널에는 자전거, 보행자 통로 따로 있었다

 

히타카쓰에서 미네로 가는 39번, 56번 지방도로 그리고 382번 국도는 물론이고 차량 통행이 드문 작은 지방도로에도 있는 터널에도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대마도의 모든 국도와 지방도로에 자전거 도로, 혹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국도구간과 지방도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었고 자전거는 그냥 도로의 가장자리로 주행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도로에 비하여 시야 확보가 어렵고 안전을 확보하기 힘든 터널에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통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터널은 내부가 어둡고 도로폭도 좁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의 배려가 있어도 일반도로보다 휠씬 위험한 구간에 속합니다. 실제 자전거를 타고 터널 안을 지나가보면 실제보다 자동차들의 속도가 훨씬 빠르고 소음 때문에 훨씬 더 불안하고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또 운전자 입장에서도 내부가 어둠기 때문에 자전거를 미쳐 발견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도로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고 하더라도 터널 구간 만큼은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별도의 통행로가 꼭 있어야 합니다.

 

 

 

대마도에 있는 터널에는 거의 대부분 보행자를 위한 안전한 통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보행자 통로를 통해 자전거도 주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터널 내부에 만들어진 보행자, 자전거 통로는 자동차가 다니는 터널보다 높게 만들어서 자동차가 올라올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길이가 긴 터널에는 폭이 넓은 보행자, 자전거 통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인적이 드문 지방도로에는 겨우 1사람이 걸어갈 수 있을 만큼 폭이 좁은 곳도 있었습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터널을 다닐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시설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터널엔 자전거, 보행자 위한 통로 따로 없어

 

물론 자동차 최우선인 우리나라에는 터널 내부에 자전거나 보행자 통행로가 제대로 만들어진 곳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터널 내부에 작업자를 위한 통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바닥이 울퉁불퉁하거나 하수구 뚜겅위로 걸어다니도록 되어 있습니다.

 

크고 긴 터널 내부에는 고장난 차량을 위한 대피 공간은 있지만 보행자가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나 자전거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터널을 만들 때 아예 사람이 걸어서 터널을 지나간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터널을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창원에서 진해로 넘어가는 안민터널(1.8km) 내부에 보행자와 자전거가 비교적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는데, 무려 공사비가 40억이나 들었습니다. 그나마 보행자도 잘 다니지 않고 자전거 통행량도 많지 않은 이 터널 내부에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가 만든 국토대종주 자전거길 구간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옛산을 쏟아부어 자전거길을 만들었습니다.

 

 

40억 값어치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고나니 창원과 진해를 오고가는 자전거 통행이 전보다 늘어났고, 가끔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터널을 걸어서 지나가는 보행자와 만날 때도 있습니다. 아예 안전한 길이 없을 때는 걸어다닐 엄두를 못냈지만 어쨌든 지금은 걸어 다니는 사람도 생긴 것이지요.

 

안민터널 자전거 통로 공사가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든 것은 이 터널이 창원과 진해를 연결하는 워낙 긴 터널(1.8km)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터널을 다 만들어놓고 별도로 자전거 통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처음 터널을 만들때부터 자전거 도로를 설계에 포함시켰다면 아주 적은 공사비로도 가능하였을 것이고, 어쩌면 추가 공사비 없이도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터널 내부에는 작업자들이 다닐 수 있는 통로가 갓길이나 보도 혹은 하수구 형태로 다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보행자나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안전하게 도로와 분리되어 있지 않은 있지 않거나 바닥이 울퉁불퉁하여 매우 위험하게 방치되어 있을 따름입니다.

 

따라서 처음 설계 때부터 일본의 대마도처럼 보행자와 자전거가 좀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다고 하여 지금보다 터널을 더 넓게 뚫어야 한다거나 엄청난 추가 공사비가 들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새로 만드는 터널에도 이런 안전 시설을 하지 않는 것은 공사를 발주하는 공무원이나 터널을 설계하는 기술자들이 보행자나 자전거가 터널을 지나다닐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터널을 만드는 일에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만 바뀌면 적어도 지금부터 새로 만드는 터널은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혹은 적은 추가 비용만으로) 터널 내부에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새로 만들어지는 지방 국도들은 예전에 만든 구불구불한 길을 직선으로 만들고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정말 터널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다니기에는 더 편리해졌지만 마을과 마을의 연결도 끊어지고 사람이나 자전거가 다니기에는 정말 불편하고 위험해졌습니다.

 

터널 내부에 보행자와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추가적인 안전시설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국 곳곳에 새로 만드는 국도 구간에 만드는 터널부터 내부에 보행자, 자전거 통로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아울러 도시내부에서도 산을 뚫고 지나가는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주행거리와 시간을 단축시키는 새로운 다리를 만들 때 사람과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도 꼭 함께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마도에는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것. 바로 터널 내부를 자전거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로입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선진국인건 국민소득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을 배려하는 제도와 시설들이 더 잘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