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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마산-대전-삼천포찍고 자전거 바다를 건너다

by 이윤기 2013.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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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무척 분주하고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일찍 마산역에서 대전까지 KTX를 타고 출장을 갔다가 오전 10시 30분에 약속된 회의에 참석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40분에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삼천포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남해군 삼동면 내산리에 있는 '남해편백자연휴양림'입니다. 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해편백자연휴양림까지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오후 5시 15분에 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를 출발하여 오후 7시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 도착하였습니다. 대략 31km쯤 되는 아름다운 바닷길을 따라서 2시간쯤 달렸지요.

 

원래는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캠프를 가는 일정이 먼저 정해져 있었는데, 이렇게 복잡하게 하루를 지낸 것은 오전에 대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전까지 승용차를 타고 갔다가 다시 남해까지 승용차로 갔다가 하룻 밤 자고 마산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장거리 운전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애 찾아낸 방법이 집에서 마산역 자전거 이동, 마산역 - 대전역 KTX 이동, 대전역 - 태화장 자전거 이동, 태화장-대전복합터미널 자전거 이동, 대전복합터미널-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 시외버스 이동, 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남해편백자연휴양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방법이었습니다.

 

다음 주말부터 일주일 동안 청소년들과 함께 자전거 국토순례(여수-임진각)를 앞두고 있어서 연습 삼아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였고, 자전거와 기차, 버스를 연계하는 이동도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에 복잡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남해바다 위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즐거움도 누려보고 싶었지요.

 

 

 

위의 사진에 있는 저 자전거를 타고 마산-대전-삼천포를 경유하였습니다. 미니벨로라고 부르는 바퀴가 작은 접이식 자전거 입니다. 안장을 내리고, 핸들바와 프레임을 각각 반으로 접으면 아래 사진에 검은 가방에 쏙 들어갑니다. 이렇게 접어서 가방에 담는 시간은 1분이면 충분합니다.

 

차를 타고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곧장 가는 후배 실무자들에게 짐을 맡기고 최대한 가볍게 짐을 쌌습니다. 기차 타고 가는 시간, 시외버스 타고 가는 시간 동안 읽을 책 한 권, 헬멧, 장갑, 버프, 휴대공구, 펑크 패치, 선크림과 선글라스가 전부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마산역에 승강장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차곡차곡(?) 접어서 검은 가방에 담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자전거를 가지고 KTX에 타는 것을 처음 보는 분들도 있었고, 자전거를 접어 가방에 담아 기차를 타는 것을 처음본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자전거는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 분도 있었구요.

 

 

KTX를 타고는 이렇게 자전거를 실었습니다. 접이식 자전거가 아니어도 자전거 운반 가방에 담으면 MTB도 이렇게 옮길 수 있습니다. 다만 MTB의 경우 프레임이 접히지 않기 때문에 짐칸 중간에 있는 선반을 접은 후에 세워서 실어야 합니다.

 

열차 객실과 객실 사이에 있는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도난이나 분실을 막기 위하여 번호키로 자전거를 묶어놓은 후에 편한한 마음으로 대전까지 기차를 타고 갔습니다. 대전역에 내려서는 곧바로 자전거를 다시 조립하여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대전역를 빠져나갔습니다.

 

회의장소인 태화장까지는 불과 5분거리. 중식 식당 2층까지는 다시 자전거를 접어서 들고 올라갔습니다. 20인치 미니벨로 자전거를 차곡차곡(?)접으면 휠체어보다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룸 한켠에 세워두어도 일하는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대전복합터미널까지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햇빛이 따가웠지만 시원한 바람이 적당히 불어 비교적 어렵지 않게 터미널까지 이동하였습니다. 태화장에서 대전복합터미널까지는 15분쯤 걸렸습니다. 중간에 길을 물어보느라 자주 멈추지 않았으면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겠더군요.

 

대전복합터미널에서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 마셨습니다. 새로 만든 대전복합터미널에는 비싼 커피를 파는 전문점들이 여러 곳에 있었는데, 편의점에서 찾아 낸 얼음 500원, 커피 500원 하는 저렴한 아메리카노로 입가심을 하였습니다.

 

대전에서 삼천포로 가는 시외버스에는 자전거를 접지 않고 그냥 짐칸에 실었습니다. 승객이 많지 않아 짐칸이 복잡하지 않아서 맨뒤쪽 한 칸에 자전거만 실을 수 있었습니다. 짐칸에 자전거를 실으면 운행 중에 자전거가 밀려다니기도 하여서 번호키를 이용해 짐칸에 단단히 묶어두었습니다.

 

시외버스는 사천터미널을 거쳐서 삼천포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가면서 서로 멀리 떨어진 이 두 도시를 외 하나로 합쳤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천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하면 중간에 멈추지도 않고 달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30분이나 가야 삼천포 터미널에 도착하더군요.

 

정말 다른 생활권과 다른 역사적, 문화적 경험을 가진 도시와 시민들을 억지로 하나로 합쳐놓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사천 사람들이 진주와의 통합을 끝내 반대하였을 터인데, 그런 취지라면 지금이라도 삼천포를 분리시켜주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을 빠져나와서 10분 정도만 자전거로 달리면 삼천포-창선대교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개통 당시에는 다리의 명칭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고, 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던 삼천포-창선 구간을 지나 남해까지 섬과 섬을 잇는 다리로 유명세를 탔던 곳입니다.

 

마라톤 대회도 열리고, 세계타악기 축제도 열리고, 다리위에서 보는 일출도 멋지다고 소문이 많이 난 곳입니다. 초기에는 이 다리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리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그냥 남해-삼천포를 잇는 평범한 다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세토 내해에 있는 섬과 섬을 잇는 자전거 도로처럼 자전거를 타고 남해까지 가는 길로 홍보를 하면 지속적으로 유명세를 이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번 남해에 갔지만 늘 자전거를 타고 이 멋진 빨간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다리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남해바다를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높다란 다리 아래로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바다에는 크고작은 배들이 떠 있고 섬사이를 돌아나가는 물살이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다리가 연결되지 않은 더 작은 섬들이 지나가고 길가에는 때이른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한가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커다란 다리를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었습니다. 작은 언덕길이 몇 번 있었지만 창선교를 지나서 남해까지 가는 길은 자전거 타기에 딱 좋은 길이었습니다. 휴가철이면 차량이 많아서 혼잡할 수도 있겠지만, 한여름 성수기만 지나면 비교적 안전하고 한가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듯하였습니다.

 

길가에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펜션들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해가 지면 하룻밤 쉬어 가는 것도 좋겠다 싶더군요. 중간 중간에 낚시점과 슈퍼들이 있어서 물과 간식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나비생태관, 바람흔적미술관을 지나서 산자락에 있습니다. 바닷가에서부터 여러번 오르막길을 올라야하지만, 변속기가 장착된 자전거라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과 연계하기엔 아직 불편한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영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기차를 타면 가끔 눈치를 주는 승무원들도 있고,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실으면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하는 기사분들도 있지만, 어쨌든 '자전거는 안된다'고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같은 차에 자전거를 실으려는 사람이 3~4명이 넘으면 일이 좀 복잡해집니다. 일행이 많은 경우 기차는 여러 칸에 나누어 자전거를 실어야 하고 버스에는 최대적재량이 정해져 있어서 여러명이 함께 다니는 것은 불편한 일입니다.

 

가장 난감한 것은 자전거를 싣고 가려는 다른 일행과 맞닥뜨리는 경우인데, 자전거를 싣지 못해서 다음 차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4대강 자전거길 구간처럼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버스에 자전거를 싣지 못하면 시간 계획이 모두 뒤틀어지게 되지요.

 

마산-대전-삼천포를 기차와 시외버스로 경유해서 자전거를 타고 남해까지 오는 길은 예상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평일이라 기차와 버스가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천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전거 타고 여행하기에 불가능한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