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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자전거 졸음 운전...아찔합니다

by 이윤기 201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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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셋째 날, 전주 - 완주 - 익산 - 논산 - 계룡 - 대전 89.6km

 

제 9회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셋째 날은 전주-완주-익산-논산 - 계룡시를 거쳐서 대전 평송청소년수련관에 이르는 89.6km를 달렸습니다. 첫날, 둘째 날에 비하여 비교적 완만한 코스를 달렸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기어 변속과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져서 훨씬 안정된 라이딩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침 8시 30분 전주 동암고등학교를 출발하여 오후 6시경 대전평송청소년수련관에 도착하였는데, 89,.6km 라이딩에 5시간 32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전날 보다 거리도 10km이상 짧아지고, 주행시간도 약 2시간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전구간을 통틀어 해발 130여미터 고갯길이 가장 높은 곳이었고, 대전 시가지에서는 차량 혼잡을 피해 자전거 도로를 주행하였기 때문에 비교적 가장 무난하게 라이딩을 마무리한 하루였습니다. 숙소에 일찍 도착하여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수영도 즐긴 후에 저녁 간식으로 피자를 나눠 먹으며 호사(?)를 누린 날입니다.

 

이날 오후에는 논산 연무대앞도 지나고 아름다운 탑정호를 거쳐갔습니다만, 자전거 타기에 혼신을 집중한 탓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버렸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무더위와 졸음을 이기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고나서 오후 라이딩을 할 때 로드팀과 생활지도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중 하나는 국토순례 대열의 앞뒤로 다니면서 조는 아이들을 깨우는 일입니다. 군대에서 행군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걸으면서 조는 경험을 해보았을 텐데...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도 좁니다.

 

오후 라이딩 시간에 아무런 이유없이 혼자서 나뒹구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 멍하게 넋을 놓고 자전거를 타거나 깜박깜박 졸다가 일어나는 사고입니다. 자동차 운정을 하면서 졸음 운전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내가 졸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몽롱한 졸음 상태에서 스스로 깨어나기가 참 어렵습니다.

 

못 믿겠다고? 자전거 타면서 조는 아이들 있다 !

 

자전거 졸음 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눈꺼풀이 떨어지거나 초점이 흐려진채로 혹은 머리를 살짝 떨구고 멍하게 달리는 아이들은 조는 아이들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곁을 지나가면서 크게 소리를 질러도 쉽게 졸음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잠을 깨우려면 자전거를 따라가면서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등을 살짝 치거나 찬물을 뿌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찬물을 뿌리는 방법이 효과적이긴 한데, 휴식지에서 찬물을 물통에 담아놓아도 워낙 날씨가 더우기 금새 미지근한 물이 되고, 양도 제한되어 있으니 자주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따라서 한 여름 오후에 소나기라도 한 줄기 뿌려주면 최고입니다. 비가 많이 오면 노명이 미끄럽고 감속 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주행에 어려움이 있지만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는 아스팔트의 열기도 식혀주고 졸음도 쫓아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토순례 기간에도 졸다가 넘어진 사고가 3~4번 있었습니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나뒹굴었다고 벌떡 일어나서 다시 달리는 아이들은 나중에 확인해보면 깜박 졸았던 아이들입니다. 올해도 졸다가 넘어져 다친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면서 조는 아이들 깨우는 비법(?)

 

아침 시간 라이딩이라 조는 아이들이 있으리라는 예상을 못하고 방심하고 있었던 시간에, 자전거 도로에 설치된 '볼라드'를 들이 받고 혼자 넘어져서 정강이 뒤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였습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상처 때문에 며칠 동안 라이딩을 포기해야 했지요.

 

엿새 째 되는 날, 남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넘어져서 바닥을 뒹굴었던 아이도 졸음과 탈진이 원인이었습니다. 병원까지 후송해 갔으나 그날 오후에 멀쩡하게 돌아왔더군요.

 

사실 평가회를 해보면 지도자들도 깜박깜박 졸았던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졸음상태가 무의식과 의식이 왔다갔다하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분명히 내가 졸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데도, 외부 자극이 없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졸음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졸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로드지도자와 생활지도자들은 오후가 되면 더 힘껏 구호를 외치고 소리를 질러야 합니다. 단조로운 길을 오랫동안 달리거나 침묵 상태가 계속되면 졸음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낮에 자전거 타면서 조는 아이들이 있어 밤에 가급적 일찍 재우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밤만되면 생생해져 일찍 자라는 충고를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자전거 졸음운전, 아찔합니다

 

자전거 국토순례에서 졸음 주행을 막아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책(?)은 적절한 오르막과 언덕길이 포함되도록 코스를 짜는 것입니다. 아무리 점심을 먹은 오후라 하더라도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졸면서 달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흘 나흘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도 평지만 계속이어지는 단조로운 길이나 자전거 도로와 같이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길을 싫어하게 됩니다. 사흘 나흘이 지나도 여전히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은 오르막길만 나오면 기겁(?)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선생님 오르막길 몇 번 남았어요?"하고 물어옵니다.

 

그러나 사흘 나흘이 지나면서 라이딩에 익숙해진 다수의 아이들은 높은 고개를 넘는 것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합니다. 고개마루에 올랐을 때의 뿌듯한 성취감과 내리막길의 시원함을 즐길 줄 알게 된 것이지요. 이 아이들은 오르막길이 나와도 10km 이상 속도를 유지하면서 가뿐하게 치고 올라갑니다.

 

두 번째 졸음 주행 사고가 있고 나서 부터는 오후 라이딩 시간에는 10km 간격으로 한 번씩 짧은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반복되는 패달잉과 단조로운 길이 졸음의 원인이라 잠깐이라도 라이딩을 멈추는 것이 잠을 깨는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버스에서 졸던 사람이 정류장에 멈추면 잠이 깨는 것과 비슷한 원리일까요? 짧게 짧게 휴식을 반복하는 것이 졸음 주행을 막는데 상당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6박 7일 동안 하루 평균 80~90km를 달리는 강행군이기 때문에 자전거 졸음 운전을 막는 것은 아주 중요한 안전대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