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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기

150여 비구니스님이 들려주는 합창에 빠지다.

by 이윤기 2009.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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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새벽예불② - 연 이틀, 운문사 새벽예불에 다녀오다.

전 날 혼자서 운문사 새벽예불을 구경하고 온 자랑을 늘어놓았더니 이야기를 들은 후배가 자기도 구경하고 싶다고 내일 새벽에 한 번 더 가자는 부탁하였다. 10일 새벽 후배와 둘이 새벽예불을 보러 운문사에 다시 갔다.

새벽 2시 50분 주차장에 도착하였는데, 45인승 관광버스가 새워져있고, 차 안에 40명 남짓한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서너 대의 승용차를 나누어 타고 온 다른 관람객도 10여명 남짓은 넘어보였다.

토요일 새벽이라 서울이나 다른 지방에서 문화유산답사를 온 사람들일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40여명의 소란스런 발걸음 소리 때문에 어제 같은 고요한 라이브~ 명상 음악을 듣는 것은 틀려먹었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새벽 3시, 어제와 다름없이 멀리서 목탁을 두드리고 독송을 하며 도량석이 시작되었다. 10여분 후 40여명이 한꺼번에 우루루 몰려 들어가는데, 뜻밖에 이들은 보름날에 맞춰서 인근 부산에서 운문사 불공을 드리러 온 신도들이었다.

[새벽예불이 진행되는 동안 범종루에서 스님이 법고, 대종, 목어, 운판을 연주하고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후배와 나를 비롯하여 아침 예불을 구경 온 여행객 몇 사람만 남고 모두 법당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소란스런 발소리 때문에 염려하였던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한 새벽 예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이날이 보름날이기 때문이었는지, 혹은 승가대학 졸업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었는지, 혹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토요일이기 때문이었는지 아무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50여명 쯤 되는 학인스님들이 새벽예불에 참가하였다.

100여명이 넘는 스님들이 새벽예불에 맞추어 마치 물이 흘러가는 듯 소리 없는 걸음걸음으로 대웅전으로 모였다. 목탁소리와 낮은 염불소리가 들려오고 전날처럼 정문 위 누각에서는 법고, 대종, 목어, 운판을 차례로 연주하였다.

나중에 스님께 물었더니 “법고는 땅위의 네발 달린 짐승들을 목어는 물속의 짐승들을 그리고 운판은 하늘을 나는 날것들을 제도하는 소리”라고 일어주었다. 그때 생각이 나지 않아 대종은 어떤 의미인지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지옥중생을 위해 울리는 소리였다.

[범종루]


이 연주가 끝난 후에는 새벽예불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대웅전 무작정 문을 밀고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불교 행사에 참여한 나와 후배는 안내하는 ‘보살님’에 이끌려 빈자리가 있는 법당 안쪽까지 들어가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옆 사람들 눈치를 보며, 수 없이 많은 절을 하며 새벽예불에 함께 참여하였다.

염불 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었던터라 틈날 때마다 고개를 돌려 법당안에 스님은 몇 분이나 계시는지 둘러보았는데, 눈셈으로 보기에 150여명의 비구니 스님이 법당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비구니 스님들이 무반주 합창으로 들려주는 청아한 독경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직접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새벽예불, 운문사 최고의 문화유산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암송하는 것으로 예불이 끝나고 먼저 법당을 빠져나왔다. 법당 좌우 그리고 앞쪽 댓돌위에는 똑같이 생긴 털신 100여켤레가 가지런히 줄을 맞춰놓여있었다.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카메라 플래시 불빛이 새벽 예불을 방해할 것 같아 마음에만 담아왔다.

유홍준의 답사기에는 학인스님들이 신는 똑같이 생긴 고무신 이야기가 나오는데, 겨울에 스님들은 똑같이 생긴 털신을 신고 있었다.

하루 지나 보름날 새벽에는 그만큼 달이 길어졌는지, 아침 예불이 끝난 후 대웅전 마당에서서 달을 찾아보니 아직 앞산 산마루위에 둥글게 떠 있었다.

[만세루 지붕위에 걸린 보름달]

유홍준은 그의 책에서 “운문사가 보존하고 있는 최고의 문화유산은 새벽예불이다”라고 극찬을 하였다. “운문사 답사는 새벽예불을 관람하거나 참배하는 음악이 있는 기행으로 엮어져야 제 빛을 발하게 된다”고도 하였다.

연 이틀 동안, 하루는 혼자만 즐기는 호젓한 ‘새벽예불“을 관람하였고, 또 하루는 15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라이브로 들려주는 새벽예불 들으며 함께 불공을 드리는 귀한 경험을 누렸다.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낮은 운문사 돌담길과 고즈넋한 어둠을 지키고 서있는 굵직한 장송이 서있는 소나무밭을 걸으면서 느끼는 호젓함, 시린 새벽공기가 주는 전해주는 맑은 기운은 순전히 덤이다.

운문사 화장실, 딱이다.

겨울 절집은 정말 춥다. 1시간 30분동안 이어지는 새벽예불을 고스란히 서서 구경하고나면 온 몸에 냉기가 들어와서 추위를 견디기가 어렵다. 마침 둘째 날은 대웅전에 들어가 함께 절을하는 것이 추위를 견디기에 훨씬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불이 끝난 후에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큰 화장실이 있는데, 난방이 잘 되어 있어 언 몸을 녹이는 장소로는 최적(?)이다. 벽에 설치된 핸드드라이어는 장갑을 끼고 있어도 꽁꽁 언 손을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