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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자전거 1108미터 황매산을 오르다

by 이윤기 2013.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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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산에 오르기. 신불산 간월재, 지리산 정령치와 성삼재, 창녕 화왕산에 이어 해발 1000미터가 넘는 합천 황매산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도 국토순례 멤버였던 이장희 선생님과 함께 황매산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블로그와 카페에 올라온 황매산 라이딩 후기를 참고로 합천 방향에서 황매산 라이딩을 시작하여,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산청방향으로 내려오는 일주 코스를 짰습니다. 아침 8시 10분 마산에서 차를 타고 산청군 신등면 평지리에 있는 법물보건진료소까지 이동하였습니다. 9시쯤 법물보건진료소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라이딩 준비를 하였습니다.

 

9시 20분, 법물보건진료소를 출발하여 합천 방향으로 60번 지방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바람흔적 미술관', 대가녹색농촌학교, 모산재주차장, 영암사지 입구를 지나 덕만 주차장 방향에서 황매산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스포츠 트래커 바로가기 http://www.sports-tracker.com/#/workout/yungilee/aafrh3tg2knjc16a

 

법물보건진료소에서 출발하여 합천 방향 황매산 등산로 입구인 덕만까지는 대부분 오르막길입니다. 대략 13km 정도 되는 거리를 이동하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덕만주차장에서 황매평원이 있는 오토캠핑장까지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길의 연속입니다. 최근에 다녀 온 화왕산에 비하여 훨씬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중간 지점쯤에 경사가 아주 가파른 구간에서는 결국 기어를 최저단으로 내려서 겨우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주차요금을 받는 매표소에서 도로가 끝나는 오토캠핑장까지 약 5km쯤 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은행나무 주차장을 지나야 비로소 완만한 경사로 바뀝니다.

 

주차 요금을 받는 직원 분에게 황매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물었는데, "오르막이 심한데 어떻게 올라갈라고? 자전거 타고 가기 어려울건데...." 하면서 걱정을 해주었습니다. 과연 직원분 말대로 힘들더군요.

 

 

매표소에서 오토캠핑장을 지나 황매산 정상으로 가는 나무계단 앞까지 이동하는데 약 1시간, 차를 세워 둔 출발점에서는 약 2시간 걸렸습니다. 오전 11시 20분쯤 정상으로 가는 계단 길에 들어섰습니다. 표지판에는 정상 0.7km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황매평원을 지나 올라가는데 오른쪽에 있는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더군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정상까지 700미터를 자전거를 어께에 메고 올라가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고작 700미터를 올라가는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급경사로 이어지는 계단 길과 바위로 된 좁은 길은 여러 군데 지나야 했기 때문에 자전거를 메고 올라가는 것이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어께에 맨 자전거가 무거우니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다리는 더 빨리 무거워졌습니다.

 

자전거를 메고 올라 간 덕분에 등산객들의 시선을 온 몸으로 받으며 계단 길을 올랐습니다. 계단길이 끝나는 곳에서 안개 사이로 희미한 봉우리가 보이길래 정상인줄 알았더니, 표지판에는 윗쪽으로 300미터를 더 가야 정상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자욱한 안개에 둘러싸인 황매산은 정상을 쉽게 허락하지 않더군요. 정상을 닮은 봉우리를 두 번이나 더 지난 후에야 황매산 정상 바로 아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여러 등산객들에게 스무 번도 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자전거 메고 올라가면 내려가는 길이 있나요", "자전거 메고 가서 내려 올 땐 타고 오나요?", "자전거는 세워놓고 가지 이 무거운 걸 뭐하러 메고가나요?' 대충 이런 질문들입니다. 처음엔 기분 좋게 대답을 해드렸는데, 나중에는 힘들고 지쳐서 대답도 못하겠더군요.

 

정상까지 무거운 자전거를 메고 간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자전거로 황매산 정상까지 가겠다는 처음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말하자면 인증샷을 찍으러 간 것이지요. 처음부터 황매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있어 계단 입구에서 정상까지 가는 길이 험하고 먼 길인줄 알았다면 그냥 계단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갔을지도 모릅니다.

 

 

황매산 정상가는 가파른 계단 길 힘들어...

 

아니 길이 험한 줄 알았다면 걸어서 정상까지 가는 것은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식해서 용감하다'는 말처럼 멋도 모르고 자전거를 메고 황매산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정말 허벅지가 터질 것 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올랐습니다.

 

등산을 자주 다녔지만 황매산은 처음인데, 짙은 안개 때문에 주변 경관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정상에 머무르는 동안 바람은 더 거세지고, 안개는 더욱 짙어졌습니다. 각자 준비해 온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인증샷을 찍은 후에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올라 갈 때는 길이 워낙 험해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는데, 막상 내려와보니 길이 험해도 내리막길이라 약간은 수월하더군요. 내려 갈 때는 자전거 안장을 어께에 메고 비교적 더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었으며, 계단이 아닌 길은 핸들을 잡고 끌면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차도가 시작됩니다. 합천 방향에서 올라온 황토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청으로 내려가는 콘크리트 길과 만납니다. 커다란 경계석을 세워서 자동차는 다닐 수 없도록 막아놓았지만 자전거나 보행자가 다니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상 아래 황매 평원에는 누런 가을 정취가 가득하였습니다. 봄엔 철쭉이 장관을 이루는 군락지라고 하는데 가을 정취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황매산 정상에서 자전거를 메고 내려오는 동안 안개가 더 짙게 끼었습니다.

 

차가운 가을비 맞으며...10km 라이딩

 

산청 방향으로 내려 가는 길에 성문이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면서 눈으로만 구경하였습니다. 계획대로 산청쪽 800고지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파전과 막걸리, 비빔밥을 시켜 점심을 먹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는 동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장대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일기 예보를 확인 해보니 비가 그치지 않는다고 나오더군요.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어 그냥 비를 맞고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황매산에서 출발지인 법물보건진료소까지는 내리막길만 쭉 이어집니다.

 

 

빗줄기가 굵어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자마자 속옷까지 금새 비가 스며들었습니다. 길바닥에 있는 모래가 튀어올라 입속으로 들어오고 뒷바퀴에서 튀어오르는 흙탕물이 옷과 배낭으로 튀었습니다. 안경에 빗방울이 묻어서 시야가 흐려지고, 초겨울 찬바람에 온몸에 한기가 스며들었습니다.

 

추위에 찬 바람을 맞으면서도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렸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최고 속도로 64km를 찍었더군요. 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황매산 정상에서부터 산청 법물보건진료소까지 여유로운 라이딩을 하면서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많이 아쉬웠습니다.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도로에 주차된 차를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황매산 산청 방향으로 하산을 하면 오로지 직진만하면 '법물보건진료소'까지 갈 수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사전 준비를 잘 하였기 때문에 최적의 코스로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체력이 뒷받침 되는 출발 지점에서는 오르막 구간으로 가고, 체력이 떨어지는 하산 때에는 내리막길에서 라이딩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코스를 짰는데 계획이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비를 피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한 탓에 오후 3시가 다 되어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산청까지 이동하였기 때문에 황매산 라이딩은 약 30km 밖에 안 되었고, GPS에 기록된 라이딩 시간은 2시간 35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침 9시쯤 26분에 시작한 라이딩을 마친 시간은 오후 2시 45분이었습니다.

 

황매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길을 따라 자전거를 메고 정상까지 갔다오는 시간과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으면서 휴식한 시간까지 대략 2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거리로는 왕복 1.4km 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이었지만, 가파른 오르막 계단 길을 오르느라 체력 소모가 심하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따라 황매산에 정상 아래까지 가는 것보다, 자전거를 메고 황매산 정상까지 가는 것이 훨씬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황매산 라이딩 가시는 분들 참고 하시도록 GPX 파일도 올려둡니다.

 

황매산 라이딩 지도 파일  workout.gpx

 

 

 

황매산은 합천과 산청의 경계를 이루는 산인줄 알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황매산은 합천에 있는 산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합천에서는 황매산을 관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는데, 산청에서는 그냥 방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합천군에서 만든 <황매산 안내도>에는 합천 방향만 자세히 나와 있고, 산청으로 내려 가는 길은 표지판도 하나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았으며 지도에도 산청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포함하는 황매산 전체 지도는 없더군요.

 

 

<황매산 라이딩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