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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신용카드없는데 KB에서 개인정보 유출 되었다니...

by 이윤기 201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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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부모님을 만났더니 김치 냉장고를 구입하면서 매장 직원이 신용카드를 만들면 5만원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롯데카드를 만드셨다면서 뉴스를 보면서 불안해하시더요.

 

그러면서 롯데카드사에 연락해서 카드를 해약 해달라고 부탁하시더군요. 며칠 동안 롯데카드에 하루에 1~2번씩 전화를 했지만 상담원과 전화 연결이 안 되어 아직도 해약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 뿐만 아니라 전국에 이런 집들 많을 겁니다.

 

연초부터 신용카드 회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였습니다만, 농협카드, 국민카드, 롯데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관심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부모님 신용카드를 해약하려고 롯데카드사에 매을 전화를 하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설 연휴가 지나고 출근을 했더니 이번에는 KB국민카드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 이메일이 온 겁니다. 부모님 롯데카드 보다 더 황당했던 것은 저는 '국민카드'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국민카드를 발급 받은 기억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국민카드에서는 '고객님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하는 메일을 보내왔지만, 저는 사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있다가 이틀 뒤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국민카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습니다.

 

국민카드 측에서 보내 온 메일을 보니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고객정보 유출여부 확인]을 하라고 되어 있더군요. 아무 이유없이 이런 메일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홈페이지를 방문하였습니다.

 

 

국민카드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메인화면에 [개인정보 유출 확인]을 할 수 있는 메뉴가 있고, 메일로 보낸 것과 비슷한 내용의 <사과문>이 게시되어 있었으며 이번 사고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카드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국민카드를 발급 받은 일도 없는데 정말 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인지 궁금하여 확인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확인하려면 다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 해야 한다?

 

 

그랬더니 <정보 유출 확인을 위한 본인 인증용 개인정보>를 다시 한 번 수집하더군요. 참 황당하였지만 뭐 본인이 아닌 사람에게 확인시켜주지는 않겠다는 뜻이니 이해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다 새 나간 주민등록번호를 또 한 번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여 본인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KB국민카드에 접속할 수 있는 각종 보안프로그램(엑티브 엑스)들을 설치해야 하더군요.

 

국민카드의 온갖 보안프로그램도 설치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프로그램들을 모두 설치하지 않으면 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이트에 접근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다 설치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 확인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번에도 '울며 겨자 먹기' 였습니다. 결국 각종 보안프로그램을 다 설치한 후에야 개인정보 유출 확인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등록 번호를 입력하고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서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했더니 아래 화면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민카드도 없고 국민카드를 발급 받은 일도 없는데 제 개인정보는 유출되었다는 겁니다.

 

신용카드 번호, 유효기간 및 카드비밀번호는 새나가지 않았지만(카드가 없으니 새 나갈 수도 없지요), 이름, 메일, 휴대전화, 직장전화, 자택전화, 주민번호, 직장주소, 자택주소, 직장정보, 주거상황, 카드결제 계좌, 카드결제일 같은 정보는 모두 유출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유출 사고 때문에 '카드 위변조 및 복제' 등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회사가 보상하겠다는 내용도 있더군요.

 

아무튼 여기까지 확인했지만 끝내 신용카드도 없는데 왜 국민카드에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지 하는 의문을 풀 수는 없었습니다.

 

KB국민카드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가 쉽게 걸리지 않는 것은 잘 아시지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더니 한 참 후에 상담원이 전화를 했더군요.

 

"저는 국민카드가 아예 없는데 왜 국민카드에서 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까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2011. 3월 국민은행에서 국민카드가 분사 될 때 국민은행으로부터 합법적(매우 강조하더군요)으로 정보를 이관 받았습니다. 이번에 그 정보가 함께 유출되었습니다."

 

"아니 국민카드도 없는데, 왜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제 개인정보를 가져갔습니까? 저는 국민카드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동의한 일도 없는데...."

 

"고객님 국민은행과 분사 당시에 합법적(또 한 번 강조)으로 정보를 이관하였습니다."

 

"합법적이라는 말씀은 알겠는데... 제 개인정보를 가져가면서 저 한테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요?"

 

"예 맞습니다. 고객님....(죄송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합법적이었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는 않아서 그만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과정을 추적해보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국민은행에 제 개인정보가 있었던 것은 20여 년 쯤 전에 옛 주택은행에 주택부금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합쳐지면서 제 개인정보가 국민은행으로 통합된거구요.

 

나중에 국민은행과 국민카드가 분사되면서 제가 맨 처음 주택은행에 제공했던 정보가 유출된 것이지요. 제 허락없이 국민은행에 있던 개인정보를 가져간 국민카드와 제 허락없이 국민카드에 넘겨 준 국민은행에게 모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