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일까요? 이른바 211 휴대전화 대란 이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발끈'했다고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서 미래창조과학부에 단말기 불법 보조금 지급 관련 시정 명령을 무시한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영업정지 30일 이상의 제제를 요청하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 2013년 12월 방손통신위원회는 차별적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이동 통신 3사에 106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바 있습니다만,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지급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2.11 있었던 가입자 쟁탈전이라는 것입니다.
2014년 1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불법보조금 지급 사례 21638건이 적발되었으며 대리점을 통해 불법보조금 지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연말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보란듯이 막대한 보조금 경쟁이 벌어지자 강력한 처벌 주장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과거와 같이 신규단말기 영업정지 뿐만아니라 전면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자는 주장도 나왔고,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를 분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합니다. "TV를 방송국에서 팔지 않는 것처럼 단말기도 통신사에서 판매하지 않도록 하자"는 의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보면 여전히 크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 내용에는 소비자가 매달 부담하는 통신 비용과 단말기 구입 비용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싸게 팔면 불법인 나라...대한민국
예컨대 문제의 핵심은 '불법 보조금'아닙니다. 보조금이 불법인 것은 법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불법인 것입니다. 따라서 보조금을 마음대로 줄 수 있도록 법을 고치면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정부가 보조금을 많이 주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놓은 법이 '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법 보조금이라고 처벌하는 것이 그들이 신봉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 아닐까요? 싸게 파는 것을 처벌하고, 싸게 사려는 것을 불법이라고 단속하는 정부는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요?
정부의 강경조치에도 불법 보조금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소비자가 비 정상적으로 비싼 단말기를 제값을 다주고 사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자 역시 단말기 값을 깍아주더라도 가입자를 더 유치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불법 보조금(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은 소비자와 사업자의 양자간 이해가 맞아 떨어져서 생기는 일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처벌만으로는 결코 근절되기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보조금이든, 단말기 값이든, 통신요금이든 명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담해야 하는 총액이 중요한 것입니다. 통신요금이 비싸고 단말기 값이 비싸면 보조금이라도 많이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보조금을 없애거나 줄이려면 통신요금과 단말기 값을 낮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불법 보조금 문제를 막으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통신 요금의 원가가 공개되고 적정이윤을 넘는 폭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세워지고, 통신 요금의 획기적인 인하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단말기 역시 통신사가 아닌 곳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조금 없애려면 통신요금, 단말기 값 낮춰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듯이 'TV를 방송국에서 구입하지 않는 것'처럼 단말기도 마트나 전문 판매점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는 다양한 유통점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에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방송통신위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스마트폰 단말기 1대에 100만원이 넘고 제조사는 매년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1인당 매달 6~7만원씩 통신비를 부담하고 4인 가구 가계 통신비 지출이 30~40만원씩 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불법 보조금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현상만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의 본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싼 통신요금과 세계 최고 수준의 소매(기계만 구입하는 경우)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비싼 단말기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라면 소비자는 불법 보조금이라도 많이 받는 것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어떤 소비자가 불법 보조금을 거부할 수 있을까요? 사업자가 주는 보조금이 불법이면 이것을 받는 소비자(국민)도 불법을 저지르는 것 아닌가요? 방송통신위원회는 온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정책을 당자 걷어치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