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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맛있는 간편요리

영양 100배 현미로 전복죽 끓이기

by 이윤기 201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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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감기 몸살로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둘째 아들은 어렸을 때 소아 천식으로 고생을 많이 하였는데, 이번에 어릴 때처럼 기침을 많이하면서 고열과 심한 몸살로 여러 날 고생을 하였습니다. 


B급 채식주의자인 우리 가족들의 보양식 중 하나는 전복죽입니다. 지난 봄 아내와 아들이 번갈아 가며 감기 몸살로 고생할 때 처음으로 현미로 전복죽 끓이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보통 전복죽을 끓일 때는 찹쌀을 주재료로 사용하였는데, 시장에서 전복을 사온 뒤 냉장고를 살펴보니 찹쌀은 없고 현미 찹쌀만 있더군요. 


2000년 무렵 B급채식주의자가 된 후로 집에서는 현미(잡곡)밥만 해 먹습니다. 생일 같은 때 흰찹쌀로 찰밥을 해 먹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때는 현미(잡곡)밥과 간단한 반찬으로 식사를 합니다. 흰쌀은 생명이 없는 죽은 쌀이라고 믿고 가족들의 건강 비결도 현미잡곡밥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지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현미(잡곡)밥을 많이 권하는데, 대부분 소화가 잘 안 된다. 씹기에 불편하다 등의 이유를 대면서 쉽게 바꾸지 못하더군요. 사실 요즘은 전기 압력 밥솥의 성능이 좋아져서 현미밥도 씹기에 크게 힘들지 않고, 꼭꼭 씹어 먹으면 소화도 잘 됩니다.   



현미 전복죽 맛있게 끓이려면...현미부터 끓여야 한다


사실 일반 솥에 밥을 해서는 현미가 잘 퍼지지 않기 때문에 죽을 끓여보겠다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만, 이 날은 찹쌀이 없어서 현미 찹쌀로 전복죽 만들기에 도전하였습니다. 


현미 찹쌀은 밥을 할 때도 물에 오랫 동안 불려놓아야 하는데, 이미 전복을 사와서 당장 죽을 끓여야 했기 때문에 불려 놓고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혼자서 궁리를 한 끝에 생각한 것이 물을 충분히 많이 붓고 현미를 먼저 끓이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 전복죽을 끓일 때는 전복을 잘게 썰어 참기름을 넣고 볶다가 불린 쌀과 찹쌀 넣고 죽을 끓였는데, 현미는 이렇게 끓여서는 죽을 만들기 어렵겠더라구요. 그래서 물에 불리지 않은 현미 찹쌀을 냄비에 넣고 물을 많이 붓고 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현미 찹쌀에 물을 많이 붓고 30여 분 이상 끓였더니 마치 밥을 하는 것처럼 되었더군요. 


여기까지 준비해놓고 다른 냄비에 잘게 썰어 놓은 전복을 넣고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살짝 볶았습니다. 여기에 먼저 한 번 충분히 끓여 놓은 현미 찹쌀을 넣고 다시 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물을 충분히 많이 넣고 천천히 끓였더니 현미로도 죽이 만들어지더군요. 



죽이 푸르스름한 색을 띌 수 있도록 내장을 갈아 넣는 것입니다. 전복은 칼로 잘개 썰어서 참기름에 볶아 죽을 끓이지만 내장은 따로 모아 두었다가 믹서기에 갈아서 죽이 다 끓여졌을 때 붓고 한소끔 더 끓이면 푸르스름한 색깔을 낼 수 있습니다. 


처음엔 현미 찹쌀 죽이라 부드럽지 않을까 걱정했든데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찹쌀이나 흰쌀을 넣고 끓인 죽보다는 덜 부드러웠지만 꼭꼭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나서 맛은 훨씬 좋았습니다. 현미 찹쌀을 넣고 끓였으니 영양면에서는 찹쌀이나 흰쌀과는 비교할 수가 없겠지요.



백미와 현미의 영양 및 성분 비교








현미 전복죽 더 쉽게 끓이기...압력 밥솥 이용하기



현미 전복죽을 두 번째 끓일 때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아예 현미 찹쌀을 물에 불려놓았다가 밥을 냄비밥을 하듯이 충분히 끓인 후에 전복을 썰어서 볶아 둔 냄비에 붓고 물을 넣고 죽을 끓이는 것이 훨씬 수월하더군요. 


세 번째 끓일 때는 그 보다 더 쉬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현미 찹쌀을 압력 밥솥에 담고 밥을 할 때보다 물을 많이 넣고 취사를 눌러 죽밥을 만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복을 썰어 볶아 둔 냄비에 압력 밥솥에서 절반 이상 끓인 죽을 붓고 물을 넣어 끓였더니 훨씬 쉽게 영양 많은 현미 전복죽을 끓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끓일 때는 현미찹쌀에 흑미까지 조금 섞었습니다.  사실 일부러 흑미를 넣었던 것은 아니고 현미밥을 하려고 불려 두었던 쌀이 있어서 흑미를 섞은 현미 찹쌀로 죽을 끓이게 되었습니다. 흑미를 썩었더니 죽 색깔에 자줏 빛이 돌더군요. 



나중에 전복 내장을 갈아넣었을 때 푸르스름한 빛이 좀 덜해서 아쉬웠습니다. 현미 전복죽을 끓일 때는 흑미는 넣지 않고 현미 찹쌀만 넣고 끓이는 것이 푸르스름한 색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손질한 전복에 전기 압력 밥솥에서 한 번 끓여 낸 죽을 붓고 끓이다가 알맞게 물기가 줄어들었을 때 믹서기에 갈아 놓은 전복 내장을 넣으면 푸르스름한 색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전복 내장을 갈아 넣고는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포인트 입니다. 믹서기로 갈아서 넣은 내장이 익을 정도만 끓이면 됩니다. 약한 불에서 주걱을 휘휘 저으며 잠깐만 더 끓이면 충분합니다. 



현미로 끓인 죽이라 그냥 찹쌀로 끓인 죽과 비교하면 밥알이 좀 선명하게 남아있지만 압력 밥솥으로 충분히 끓여기 때문에 입에 넣고 씹어보면 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씹히면서 현미의 고소한 맛까지 더해져서 최고입니다.


처음 현미 찹쌀 죽을 끓일 때는 식구들이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한 번 먹어 본 후에는 찹쌀 죽 보다 현미 찹쌀 죽이 더 맛있다고 하더군요. 일부러 찹쌀을 사러 갈 필요없이 늘 집에 있는 현미찹쌀로 죽을 끓일 수 있으니 번거롭지도 않았고, 맛도 더 좋다고 하니 일석이조였습니다.  



처음에 요령이 없어서 현미 찹쌀을 냄비에 넣고 오랫 동안 붙어서서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였지만, 이젠 압력 밥솥에서 한 번 끓인 후에 전복과 같이 넣고 끓이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하고 일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전복 죽이 아니어도 압력 솥에서 한 번 끓여 내면 현미 찹쌀로 여러 가지 죽을 끓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전복보다 현미 찹쌀에 온갖 영양소가 다 들어 있어서 감기 몸살로 고생하던 가족들이 빨리 회복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미는 딱딱해서 죽을 끓일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방법을 한 번 활용해시보기 바랍니다. 현미나 현미 찹쌀로도 부드럽고 영양많은 죽을 얼마든지 끓일 수 있습니다. 이상은 현미 잡곡밥이 첫 번째 건강 먹거리라고 믿는 B급 채식주의자의 경험담 입니다.  


어시장에서 전복 2만원치만 사면 유명한 'X죽'에서 파는 죽(한 그릇 1만원)보다 훨씬 맛있는 현미 전복죽을 열 그릇 쯤 끓일 수 있습니다. 당근 X죽에서 파는 죽보다 전복을 열배쯤 많이 넣고 끓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