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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대통령님, 국민은 경기부양 바라는게 아닙니다

by 이윤기 201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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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들이 차가운 바닷 속에 있습니다. 이미 시신 훼손이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고,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 위축'을 먼저 걱정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 9일 청와대에서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생대책은 세우지 않고'경기 위축'만 걱정하였다고 합니다.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언행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심리가 아니겠는가. 이 심리가 안정돼야 비로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이 발언만 놓고보면 대통령은 경제에 있어서만 국민 심리가 중요하고, 정치에 있어서도 국민 심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국민은 경제보다 '안전'과 진상 규명을 더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국가지도자의 현실 감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사회분열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런 정부 비판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경기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건 경기부양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이다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실종자들과 유가족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수의 국민들이 왜 그들과 함께 분노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세월호 사고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현장을(TV 보도를 통해) 두 눈 뜨고 목격하였기 때문"입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양 경찰이 두 손 놓고 버젓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300여명의 승객들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였고, 눈앞에서 침몰하는 배를 보면서도 침몰을 늦추기 위한 어떤 조처도 하지 않는 것을 지켜보았고, 배가 뒤집힌 후에도 구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모두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300여 명의 승객들과 어린 학생들이 단 1명도 구조되지 못하고, 속절 없이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이 버림 받는 것을 경험하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나도 저런 일을 당하면 똑같은 취급을 당할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여전히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그 아버지가 대통령을 할 때와 똑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국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더 부자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농민과 서민들이 희생되어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던 40년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대통령은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걱정하였다고 합니다. 정말 기가막히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이 와중에도 국민들이 흥청망청 돈을 쓰고 다녀야 한다는 뜻일까요? 나라 전체가 초상집이나 다름 없는 상황인데,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야 정상인 것 아닌가요?


이런 황당한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놓는 대책 또한 국민 일반의 감정과는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긴급 민생 대책회의'에서 내놓은 대책이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 위축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2분기 재정 집행 규모를 7조 8000억원 늘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국난 상황에는 경기 위축되어야 정상 국가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민생 대책'이라기 보다는 기업 지원 대책에 불과합니다. 여행, 운송, 숙박업종에 대해 관광진흥개발기금, 기업은행 등을 활용해 750억원의 저리자금을 지원하고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 또는 유예해 주기로 한 것이 전부입니다. 


겨우 이 따위 대책이나 내 놓은 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 했어야 하는지도 납득이 잘 안 됩니다.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에 청와대 참모나 내각 책임자들을 모아놓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회의는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시대착오적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시점에 정부가 내놓아야 할 민생대책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피해(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구조 활동 방기)를 입은 실종자와 유가족을 위한 민생대책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요?


이미 한 달 넘게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면서 직장과 생업을 제쳐놓고 있는 유가족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위한 '민생 대책'을 먼저 내놔야 정상 상식있는 인간들이 아닐까요? 


사고 한 달이 넘도록 국민들에게 앵벌이 한 물품으로 자원봉사자들 시켜서 밥만 주면 정부가 할 일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 나라 대통령은 사고 한 달이 지났지만, 왜 국민들이 점점 더 분노의 수위를 높여가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가서 승객들이 죽었는데, 왜 대통령한테 책임을 묻는냐?'고 생각하면 억울(?)해 하는 모양입니다. 





경기부양? 실종자와 유가족 대책부터 좀 내놔라 !


세월호 사고가 일어 날 수 밖에 없었는 것은 낡은 선박 도입, 무리한 증축, 무리한 화물 적재, 선박 안전검사 등 모든 과정에 정부와 정부기관이 자기업무를 소홀히 하여 생긴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부가 낡은 선박을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지 않았다면, 정부 기관이 선박 안전 검사를 제대로 하였다면, 해경이 배가 침몰하기 전에 제때 구조활동을 하였다면, 배가 침몰한 후에라도 적극적인 구조를 하였다면 이런 참담한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고 이후에 이른바 재난컨트롤 타워가 제 역할만 했다면, 정말 대통령이 나서서 모든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서 구조활동을 펼쳤다면, 사고 당일 바로 최정예 잠수 요원들이 배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을 구출했었다면 지금 이렇게 분노할 까닭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대통령이었을 때와 똑같이 '경제 성장'만 시켜주면(부자만 만들어주면) 일부의 반대가 있어도 결국은 어렵지 않게 국민을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불쾌합니다. 



특검도입, 청문회 실시...유족 요구에 먼저 응답하라


세월호 사고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초기 사고 신고와 접수과정에 숨겨지고 조작된 진실이 밝혀지고, 구조활동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고 관련자들이 처벌되지 않으면 국민의 분노는 사그라들기 어렵습니다. 


지금 다수의 국민들은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여 촛불을 들고 나왔습니다만, 동시에 희생자들의 존엄성과 함께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하여 촛불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만약 대통령이 이런 점을 깨닫지 못하면 국민 각자는 자신들의 '민생'을 일부 등한시 하더라도 국민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진상규명을 위하여 실종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특검 도입, 청문회 실시'와 같은 구체적 요구에 응답하지 않으면, 경기 침체를 막는 허접한 '민생대책'으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