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세월호 자전거 순례, 하동-마산 10시간 동행기

by 이윤기 2014. 10. 15.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지인이 "최근엔 블로그에 자전거 타는 이야기만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오늘도 자전거 탄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월 8일(수)에도 마산을 다녀 간 세월호 자전거 순례단과 10시간 라이딩을 함께 하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운동을 목적으로 탈 때도 있고, 레저나 여행을 목적으로 탈 때도 있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 탈 때도 있고, 캠페인을 위하여 탈 때도 있으며 뭔가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탈 때도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자전거로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캠페인과 세월호 자전거 순례단에 참여하느라 약 260여km를 달렸습니다. 토요일(10월 11일)에는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위한 자전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창원을 출발하여 김해 - 부산 - 양산 - 부산 기장까지 약 95km를 달렸습니다. 




수요일(10월 8일)과 목요일(10월 9일)에는 YMCA  실무자들로 구성된 '세월호 자전거 순례단'과 함께 이틀 동안 160여km를 함께 달렸습니다. '세월호 자전거 순례단'은 세월호 사고 이후 YMCA 운동을 고민하는 실무자들이 전국을 순례하면서 고민과 전망을 나누는 모임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희생자 중에는 안산 단원고에 다니던 청소년YMCA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이들과 함께 활동해 왔던 청소년YMCA 실무자들은 슬픔도 더 깊고 고민도 더 무거운 채로 지내고 있습니다. 


YMCA활동가들이 자전거 순례에 나선 까닭...

친구를 잃은 청소년YMCA 회원들은 기도회를 열고, 촛불을 켜고 친구들을 기다렸으며, 금식을 하며, 집회를 열면서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아이들 가까이서 지켜보는 청소년Y 실무자들은 넘치는 울분과 비통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답니다. 


답답하고 무력한 마음에 동료 한 명이 먼저 깃발을 들었습니다. 진도 팽목항을 출발하여 전국을 돌아 안산까지 가겠노라고...마음이 통한 실무자들이 동행하겠다고 나섰고, 구간구간마다 함께 참가하는 실무자들과 회원들이 힘을 보태면서 광화문을 거쳐 안산까지 도착하였습니다. 




지난 10월 5일 진도 팽목항에 세월호 자전거 순례단은 10월 6일 진도를 출발하여 전남 장흥 - 전남 여수를 거쳐서 10월 8일에 마산을 다녀갔습니다. 10월 8일 날은 순례단을 맞이하러 자전거를 가지고 하동으로 갔습니다. 아침 7시 45분에 마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하동 북천역에 8시 56분에 도착하였습니다. 


자전거를 기차에 싣기 위해 자전거 가방을 따로 준비해 갔습니다. 철도 여객 규정에는 접이식 자전거가 아니면 분해해서 포장을 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최근 들어 기차에 자전거를 싣도록 배려해주는 경우가 많아 일단 그냥 기차를 타 보고 가방에 담으려고 그냥 기차에 실었습니다. 


 막상 기차를 타고  자판기가 설치된 스넥 칸으로 가보니 이미 부산에서 자전거를 싣고 탄 분들이 많이 있더군요. 10여 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는데, 진주에서 내리시는 분들도 있었고 영산강 종주를 위하여 목포까지 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북천역에 내려보니 평일인데다가 코스모스 축제가 막 끝난 뒤라 한산하였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북천역을 나와서 길가는 어른신에게 진교가는 길을 물었더니 "마을을 벗어나면서 좌회전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고개를 잘래잘래 흔드시면서) "길이 가파른데 자전거를 타고 갈라고...."하면서 말끝을 약간 흐리셨습니다. 





막상 자전거를 타고 가보니 이병주 문학관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이명산과 봉명산 사이의 고개길이 제법 가파르더군요. 숨이 차오르기는 하였지만 이른 아침이라 체력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가뿐하게 넘었습니다. 북천역에서 진교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40여분이 걸렸습니다. 


진교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후에 전남 여수를 출발하여 광양을 거쳐 온 세월호 자전거 순례단과 만났습니다. 자전거 순례단은 약속 시간보다 30여 분 이상 늦게 도착하였는데, 광양에서 진교로 오는 길에 자전거 순례단을 만난 생면부지의 트럭 기사 분이 가던 길을 되돌아 호떡과 커피를 사와서 먹고 가라고 권하는 바람에 지체되었다고 하더군요.


시원한 바닷 길 사천대교를 자전거로 건너며...


진교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하여 마산까지 가는 길은 최단거리 코스이면서 오르막 구간이 많지 않은 코스를 선택하였습니다. 평소에 자전거를 많이 탔던 실무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진도에서 여수까지 오는 동안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최대한 체력부담이 덜한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진교를 나와서 남해바다위를 가로지르는 사천대교를 건넜습니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남해바다의 시원한 전망이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하더군요. 사천대교까지 가는 길도 크고 작은 오르막 구간이 더러 있었지만 큰 고개를 넘는 일은 없었습니다. 사천대교를 건넌 후에사천시와 사천읍을 거쳐서 사천IC까지 가는 3번 국도를 따라 달렸습니다. 


진도 팽목항 출발 때 순례단



차량 통행이 많았지만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이었고 그나마 갓길이 확보되어 있어서 위험 부담은 덜하였습니다. 사천대교를 건너기 전에 잠깐 휴식을 하고 사천공항을 지나서 또 한 번 휴식을 하면서 진주를 거쳐 2번 국도로 가는 길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천에서부터 타고 온 2번 국도를 따라 진주경상대학교 앞까지 직진으로만 이동하였습니다. 진주시내로 진입하는 구간에 갓길이 없어 위험한 구간이 조금씩 있었지만 안전하게 잘 통과하였습니다. 진주는 유등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라 주말이면 엄청난 관광객이 몰린다는 소식이었지만 도시외곽이고 평일이라 그런지 별로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경상대학교 앞에 있는 식당에서 순두부로 점심을 먹고 1시간 정도 휴식 한 후에 다시 오후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경상대학굥 앞을 출발하여 개양오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면 반성수목원으로 가는 2번 국도 '진마대로'로 연결됩니다. 


지도를 보고 산이 없는 길을 선택하였지만 막상 자전거를 타고 가보니 크고 작은 오르막 구간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오후 들어 조금 더 힘들어 하였지만 마산 도착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속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진주 국제대 정문 근처에서 일행 한 명의 자전거가 펑크나서 수리 하느라 잠깐 쉬고, 경상대학교에서 20km 정도 떨어진 반성수목원 근처까지 가서 두 번째 휴식을 하였습니다. 해가 지면서 기온이 떨어지자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준비해 온 간식도 떨어지고 허기도 졌는데 차를 위해 새로 만든 '고속화 국도'변에는 작은 슈퍼도 없었습니다. 


가던 길을 되돌아 호떡과 커피를 사온 트럭 기사님



진동에서 마산시내까지....가장 위험한 구간


진동에 사는 지인에게 간식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 반성수목원을 출발하여 진동까지 20km를 더 달렸습니다. 진전 초등학교 근처에서 2번 국도를 벗어나 옛길을 달렸더니 휠씬 자전거 타기에 좋았습니다. 가로수가 있고 황금 들판이 보이는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자동차' 소음을 벗어난 것만 해도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반성수목원 입구에서 진동까지도 약 20km거리더군요. 진동에 도착했더니 최근에 진동으로 이사 온 지인이 간식거리를 챙겨서 자전거를 타고 나와 환영해 주었습니다. 세월호 순례단 실무자들과는 지난 여름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하였기 때문에 서로 안면이 있었습니다.


함께 경험한 국토순례의 추억이 있어서 서로 나눌 이야기가 많았지만, 마산시내까지 가야 할 길이 멀어서 간식만 얻어먹고 헤어졌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워지고 마산까지 가는 국도는 2번 국도는 통행이 많고 차들의 속도가 빨라서 여간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입체교차로가 나올 때마다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갓길이 없어져서 더욱 위험스러웠으며, 동전터널을 지날 때는 정말 오싹한 느낌이 들더군요. 자전거를 타고 전국 곳곳을 다녔던 경험이 있는 동료도 이 터널은 정말 '무섭다'고 하더군요. 


동전터널을 지나서 마산 시내로 진입할 때는 새로 만들어진 청량산 터널을 지나 해안도로로 이동하였습니다. 시내에 있는 숙소(YMCA)에 도착하니 오후 7시가 넘었더군요. 기진맥진한 느낌이 들었지만 자전거를 세워두고 근처 목욕탕으로 가서 땀과 먼지를 씻어내고 나니 몸이 좀 회복되더군요.


다음날부터 일정을 함께 하기로 하고 대전에서 내려온 동료, 그리고 마산에서 순례단을 기다리던 YMCA 선후배들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으며, 자전거 타며 경험했던 이야기, 마산까지 오면서 만났던 지역 실무자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 YMCA 운동에 대한 고민의 끈을 내려 놓지 말고 자전거 순례를 마친 후에도 '논의와 토론'을 이어가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몸은 피곤하였지만 저녁 식사를 마치고도 12시가 다 될 때까지 이런 저런 고민과 과제를 풀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을밤이 깊어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