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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안경 잃어버린 날...웃긴데 좀 슬픈 이야기

by 이윤기 2014.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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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수영을 다닌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빠지지 않고 아침에 수영 연습을 하고 있는데, 지난주 수요일에는 다른 일정 때문에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수영장에 갔습니다. 


퇴근 후에 다른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틈을 내서 연습을 하고 가려고 좀 서둘렀습니다. 시력이 많이 낮기 때문에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샤워장에 들어갈 때도 안경을 쓰고 들어갑니다. 샤워장 뿐만 아니라 목욕탕에서도 안경을 쓰지 않으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안경을 쓰고 탕에 들어가는 것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안경을 쓰고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 안경을 벗어서 샤워기 앞 선반에 올려놓고, 샤워를 마친 후에 수영복과 수모를 쓰고 수경을 챙긴 후에 서둘러 수영장으로 들어갔습니다.(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때 안경을 선반에 그냥 두고 들어갔더군요)


수영연습을 마치고 수모와 수경을 벗은 후에 수영 바구에를 보니 안경이 없는 겁니다. 수영 연습을 마치고 수경을 벗고 나면 수영장 안에서 바구니에 담긴 안경을 쓰고 샤워장으로 나오는 것이 습관으로 되어 있는데, 안경이 바구니에 없으니 당황스럽더군요.


그때서야 서둘러 수영장으로 들어 가느라 안경을 챙기지 않았다는 기억이 나더군요. 안경을 누가 가져갈리가 없으니 샤워장 선반 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샤워장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약 1시간 전에 제가 사용했던 샤워기 선반에는 아무 것도 없더군요.


샤워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안경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혹시 바구니에 담아서 갔다가 어디에 흘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군요. 그래서 다시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 안 수영바구니를 두는 선반으로 가서 아래위를 다 찾아봤지만 안경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제닥이 오랜만에 안경을 하.. by oolalah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수영장 샤워장에서 안경을 잃어버리다


사실 전에도 한 번 샤워장에 안경을 두고 수영 연습을 하러 들어갔던 일이 있었는데, 그날은 샤워장 선반위에 안경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탈의실로 나와서 옷을 갈아 입고 탈의실 관리하시는 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혹시 습득물 안 들어왔습니까? 샤워장 선반위에 안경을 두고 들어간 것 같은데...수영을 하고 나와보니 두고 갔던 자리에는 안경이 없네요."


"안경 안 들어왔는데... 안경을 누가 가져가겠어요? 수경도 아니고...자기꺼 아니면 쓸 수도 없는데... 한 번 잘 찾아보시지...."


"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혹시 습득물 들어오면 좀 챙겨주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밖으로 나가서 이번엔 매표소 카운터에 가서 한 번 더 물어봤습니다. 

"저기 혹시 습득물 안들어 왔습니까? 제가 샤워장에 안경을 두고 들어간 것 같은데...나와서 찾아보니 없네요"


"아 아까 들어갈 때 안경 쓰고 들어가셨는데... 잃어버리셨어요?  습득물은 없는데..."


좀 부끄럽더군요. 아무튼 창피한 생각이 들어서 안경이 나오면 잘 좀 챙겨달라고 부탁한 후에 서둘러 주차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시력이 많이 낮기 때문에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것도 불편했고, 7시가 넘어 어둠이 내리고 나니 더욱 앞이 안 보이고 불안하더군요.


       안경
안경 by nari.sin 저작자 표시


안경이 없으면 걸어 갈 수는 있지만...운전을 안 되는데...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며 생각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안경이 없으면 운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집까지 걸어가서(10분 거리) 집에 있는 낡은 안경이라도 쓰고 와서 차를 가져가는 수 밖에는 없겠더군요. 평소에는 차 안에 선글라스도 있는데...이 날 따라 선글라스도 집에 두었더군요. 


집까지 걸어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차가 있는 곳까지 가서 수영 바구니를 차에 실어 집까지 갔다오려고 트렁크를 열고 수영바구니를 담는데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수경'입니다. 시력이 많이 낮기 때문에 도수 수경을 끼고 수영을 하는데, 그걸 끼면 집까지는 운전을 하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들었습니다.


일단 운전석에 앉아서 수경을 써보니 안경 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운전을 할 수 있을 만큼은 시야가 열리더군요. 룸 밀러로 보니 꼴이 우습기는 하여도 집까지 걸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후에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하였습니다. 평소 다니는 좁은 골목길 대신에 좀 넓은 길을 돌아서 집으로 갈려고 마음을 먹고 수영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수영장을 나오면 종합운동장 주차요금 정산소를 지나야 큰길로 나갈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요금 정산소 앞에 차가 서면 강습 차량으로 자동으로 정산이 되는데, 하필 이 날 따라 자동으로 처리가 안 되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정산소 앞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자 정산소에 있던 직원이 잠깐 놀라는 듯 하더니 빵 터지는 겁니다. 


수경 쓰고 운전하는 모습에 빵 터진 주차요금 정산소 직원


제꼴이 너무나 우스웠던거지요.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파란색 수경을 뒤집어 쓰고 운전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웃겼을까요?  창피한 마음이 들어 요금 정산소를 통과한 후 얼른 큰길로 나와버렸습니다. 정산소에서 웃기는 제 몰골을 본 직원이 안쪽에 있는 직원에게 여길 보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안경 보다는 약간 흐린한 수경을 쓰고 무사히 집까지 도착하였습니다. 수경을 쓰고 운전을 하니 습기가 차서 조금 부편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앞을 볼 수 있어서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습니다만, 하필 수경 쓰고 운전하는 모습을 요금 정산소 직원에게 들켜버려 민망하기는 하더군요. 


안경을 잃어버렸다고 차근차근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서둘러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후배들에게 이 이야기 해주었더니, 역시 요금 정산소 직원이 수경 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는 이야기에 하나 같이 빵 터지더군요. 


평소에 동료들을 잘 웃기는 편이 아닌데, 오랜만에 웃기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빵 터트렸다고 좋아라하더니..."그런데 웃기지만 슬프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도 웃기지만 좀 슬펐습니다. 눈이 많이 나쁘니 안경이 없으니 정말 불편하고 난감하더군요. 남들은 웃기는 이야기지만 저는 좀 서글픈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