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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채식 건강

유전자 조작 식품, 동물들도 안 먹는다.

by 이윤기 200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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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

<희망의 밥상>.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가 쓴 음식에 관한 책이다. 그냥 음식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먹을거리와 지구생태, 지구환경, 빈곤, 가난, 농약, 유전자조작, 학교급식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인 구달은 이 책을 쓰는 동안 여러 사람으로부터 "왜 음식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하는가?"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녀는 돈벌이를 위하여 침팬지를 뒤쫒는 사냥꾼들과 열대 밀림을 훼손하는 벌목회사들 때문에 서식지를 잃어가는 침팬지들을 구하면서 침팬지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 사람들이 날마다 먹는 음식과 뗄 수 없는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와 반대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어가는 미국과 유럽 사람들을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물과 식량을 얻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는데 침팬지만 돕고 있을 수 없었다고.

사람과 침팬지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기 위하여, 또한 경제적 이익만을 좇아 지구상에서 생명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는 파국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하여,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지금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미 번역 출간된 비슷한 책으로 경영학자인 제레미 레프킨의 <육식의 종말>,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존 로빈스 <음식혁명> 등이 있다. 이들 책과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의 공통점은 모두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고, 모두 두껍다는 것이다.

이 세 권의 책 중에서는 <희망의 밥상>이 450여 쪽으로 원래는 가장 덜 두꺼운 책이다. 그렇지만,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가장 두꺼워 보이는데 그것은 재생용지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출판사에 확인해보았더니 역시나 "책의 내용과 환경을 생각하는 제인 구달의 마음을 담는데 재생용지가 더 맞을 것 같아 독자들이 책이 두꺼워 선뜻 구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독자들이 책의 두께 때문에 지레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 역시 두께에 비하여 책을 빨리 읽었다는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았더니 앞서 나온 두 책에 비하여 오히려 책의 분량은 적었다. 그렇다고 하여 절대로 내용이 두 책에 비하여 미흡하거나 부족하지는 않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인 만큼 훨씬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토양의 오염, 유전자 조작 씨앗, 공장식 사육농장, 양식으로 폐허가 된 바다, 유기농 농산물, 채식주의, 농산물 장거리유통, 지역농산물 소비, 학교급식, 패스트푸드, 물위기 등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환경문제를 빠짐없이 짚어내고 있다. 앞서 나온 책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는데 그쳤다면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은 문제를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유전자 조작(GMO) 씨앗과 회원제 유기농 유통구조, 그리고 학교급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소개였다. GMO표시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여러 나라에서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의 표시의무화 주장에 대하여 거대 농산업자본의 반대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먹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GMO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을 제외한 많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GMO 농산물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러기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케놀라보다는 순수한 케놀라를 더 즐겨먹는다."

"빌 래시멧이라는 농부가 기르는 젖소들은 유전자 변형을 한 옥수수와 보통 옥수수를 다른 여물통에 담아서주면 보통 옥수수를 가려서 먹어치운다."

"또 다른 농부에 따르면 돼지는 여물통에 유전자 변형 작물을 넣어주면 평소처럼 먹지 않는다."

농부들에 따르면, 유기농으로 곡물을 재배하는 밭을 습격하는 너구리는 있어도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는 밭을 습격하는 너구리는 없었으며, 또 다른 농부는 사슴 마흔 마리가 자신의 콩밭에서 콩을 먹어 치웠는데, 길 건너에 있는 몬산토의 라운드업 레디 콩(GMO 콩)을 기르는 밭에서 콩을 따 먹는 사슴은 한 마리도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심지어 쥐들도 유전자 변형한 곡물은 먹지 않으며, 쥐들은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된 GMO 토마토를 먹고 위에 손상을 입거나 죽기도 하였다고 한다. 다른 실험에서는 GMO 옥수수를 사료로 먹은 닭은 일반 옥수수를 먹은 닭에 비하여 두 배나 많이 죽었다고 한다.

결국, 동물세계에서 본능적으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사람만이 유일하며, 사람에 의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유전자 변종 농산물과 축산물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동물들은 유기농산물만 골라 먹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동물들은 유전자 조작 뿐만 아니라 유기농산물도 뛰어난 후각과 미각으로 구분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맥과 침팬지에게 유기농 바나나와 비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유기농 바나나만 먹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침팬지는 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껍질까지 통째로 먹지만 비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본능적으로 껍질을 까고 알맹이만 먹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침팬지 역시 토마토, 가지, 우유, 오렌지 주스를 먹이로 주었을 때, 비유기농인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만 먹었다고 한다. GMO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 세계에서는 사람만이 '농산물표시'를 보지 않으면, 유기농산물과 농약과 화학비료에 오염된 농산물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만이 단맛과 합성조미료와 화학향신료로 인하여 타고난 미각과 후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급식지원조례제정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학교급식에 가장 질 낮은 농수산물이 공급되는 것은 비슷한 상황임을 알려준다. 후진국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못 먹어서이고, 선진국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나쁜 음식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희망의 밥상>에는 구체적인 통계를 인용한 식품오염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가 가득 담겨있지만, 반대로 한 번에 한 걸음씩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사례들도 여럿 소개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 맞서는 프랑스 농부 호세 보베로, 유전자조작 농산업의 선두업체 '몬산토'에 맞서 싸운 캐나다의 농부 퍼시 슈마이저, 학교급식에 맛있는 혁명을 일으키는 엘리스 워터스, 영국의 학교급식을 바꾸는 현란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그리고 내 고장 유기농산물을 길러내는 수많은 농부들과 이를 구입하는 수많은 소비자들도 소개됐다.

제인 구달은 "지금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우리가 먹으려는 것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사육되었으며 어떻게 수확되었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최소한의 고기만을 먹는 일이라고 한다. 기자 역시 엄청난 양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료로 먹고, 1kg의 고기를 생산하는데 1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하여 소비되는 소고기를 먹는 사람이 말하는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염려는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450여 쪽의 두툼한 책, <희망의 밥상>에 담긴 소중한 통계자료와 세계 곳곳에서 유기농업의 성공과 생명과 밥상을 살리는 수많은 사례를 몇 쪽의 서평에 다 담아낼 수 없어 가장 안타깝다.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제인구달과 함께 "하나 밖에 없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