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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싯가 1억원치 단감을 논에 파묻은 까닭?

by 이윤기 201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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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지역 신문에 일제히 보도된 <풍년의 역설>이라는 기사를 보고 참 마음이 우울하였습니다. <풍년의 역설>이라는 기사는 창원시 단감 재배 농민들이 자신들이 농사지은 담감을 스스로 폐기하게 된 기막힌 사연을 담고 있었습니다. 


신문을 펼쳐드는 순간 논바닥을 가득 덮은 붉은 단감을 찍은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기사를 읽어보지 않아도 1년내내 농사지은 단감을 폐가하게 된 사정은 단번에 짐작이 가능하였습니다. 풍년 농사로 단감 가격이 폭락하였고, 그 때문에 단감을 제 값 받고 팔 수 없게 된 농민들이 단감을 스스로 폐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가 막히게도 단감을 폐기하게 된 것은 단감 농사가 풍년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해 날씨가 유난히 좋았기 때문에 평년보다 20∼30%씩 수확이 늘었는데, 늘어난 수확이 오히려 재앙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날 창원 동읍에서만 30t의 단감을 폐기하였다고 합니다. 


단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났고 단감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 3만 5000원에 거래되었던 260g 단감 한 상자(10kg) 가격이 최저 1만 7000원선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심각한 가격 하락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이날 폐기한 단감을 작년 거래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 5백만원, 절반으로 떨어진 올해 거래 가격으로 환산해도 5천 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싯가로 1억 원이 넘는, 땀 흘려 농사지은 단감을 땅에 파 묻은 것입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지난 10월 말에 2011년이후 3년 만에 경남농협이 주최하는 블로그 단감 팸투어가 다시 열린 것도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을 예상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짐작이 맞았더군요. 




경남농협과 경남 단감협의회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블로거 단감 팸투어를 진행하였을텐데, 소비를 늘이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블로거 팸투어 때 제가 만난 단감 농장주는 '판로'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 분이었기 때문에 멀쩡한 단감을 땅에 파묻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짐작 조차도 못하였습니다. 


경남단감협의회와 농협 등 농민 단체들은 단감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하여 여러가지 대비 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경상남도, 경남도의회 등 지방정부와 공동행사도 기획하고, 동남아 수출에도 성공하였고, 대형 유통점을 통한 판매에도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심지어 농협 직원들에게는 판매 할당량까지 배정하였으며, 블로거 팸 투어를 통해 홍보에도 더 신경을 썼지만 늘어난 생산량을 받아 줄 만큼 소비를 늘이지는 못하였던 것이지요. 


농민들의 마으믈 헤아리지 못하는 도시 소비자들 가운데는 "멀쩡한 단감을 왜 논 바닥에 파 묻나? 그냥 공짜로 나눠주면 될 것을"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10년 이상 정성을 쏟아 키운 단감 나무에서 수확한 단감을 땅에 파묻는 농민들의 심정을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요?


동협 농협 김순재 조합장은 "전체 생산량의 5%를 폐기하면 가격에 50%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감협의회 등 조직에서 논의를 거쳐 더 많은 농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 하였더군요. 


단감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이 단감을 폐기처분 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 참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블로거 팸투에 다녀 와 쓴 블로그 포스팅들이 별 도움이 못된 것 같아 더욱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