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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하늘의 별따기? 미성년자 통장 재발급

by 이윤기 201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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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있었던 일입니다. 시중 은행에서 미성년자인 아들의 예금 통장을 재발급 받으려고 했더니 정말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더군요. 오늘은 그 경험담을 한 번 포스팅해 보려고 합니다. 


아들은 새해 들어 고등학교 3학년이 됩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친척 어른들에게 받는 용돈과 새뱃돈을 따로 모아주려고 아이들 이름으로 각각 통장을 개설하였습니다. 금융실명제 때문에 통장을 개설할 때도 약간 복잡한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인출이 안 된다는 설명도 들었던 것 같구요. 


꾸준히 예금만 해왔던 통장인데 통장과 도장은 따로 잘 보관 해두고 대부분 제가 계좌이체로 입금을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세월도 많이 지나고 이사도 다니고 하다보니 도장은 있는데'깊이 잘 넣어 둔 통장'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더군요. 지난 가을 아이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려고 찾아보니 암만 찾아봐도 없는 겁니다.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통장을 찾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은행을 방문하였습니다. 처음엔 아들과 함께 갔습니다. 보호자와 명의자가 함께 갔으니 순조롭게 일이 처리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성년자인 아들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가 없는 겁니다. 그날은 헛탕치고 돌아왔습니다.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들과 함께 은행 방문 시간을 맞추는 것이 너무 어려워 두 번째부터는 저 혼자 갔습니다. 은행에서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쪽지를 주면서 서류를 준비해와야 통장 재발급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겨우 수십 만원 용돈을 모아놓은 통장인데, 재발급 과정은 성인인 제가 통장을 분실하였을 때보다 100배는 복잡하더군요. 심지어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에서 개설한 통장을 재발급 받는 것 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였습니다. 


법정대리인(부모 모두) 신분증이 있어야 하고, 미성년자인 아들 기준으로 발급된 기본 증명서와 함께 가족관계 증명서도 있어야 한다더군요. 약간 황당한 것은 통장을 분실해서 재발급 받으려고 하는데 통장과 도장을 준비해오라고 메모가 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타인이 함부로 통장을 재발급 받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라는 것은 알겠는데, 필요한 서류가 너무 많다는 생각은 버릴 수 없었습니다. 


예컨대 미성년자 명의로 통장을 개설할 때는 제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만 제출하고 가능하였는데, 분실 재발급을 요청하였더니 부모 모두의 신분증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이나, 가족관계 증명서가 있는데도 기본 증명서를 따로 요구하는 것 등이 불필요한 절차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 통장을 개설할 때 제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고, 제 주민번호도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굳이 아들 신분 증명을 하지 않아도 제 신분증만 대조해보면 통장 재발급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은행 측에서는 서류를 확인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소비자에게 모두 떠넘기기 위하여 본인 증명과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새로 가져오라고 떠넘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제 명의로 아이들 통장을 만들었이런 복잡한 일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의 마음이 여러 번 생기더군요. 아기들 이름으로 통장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님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