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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놀이터 없애고 노인정 만든 까닭?

by 이윤기 201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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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겨레 신문에 '놀이터는 애물단지?'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어린이 놀이터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전국의 놀이터 3396개개 폐쇄되는데, 앞으로 놀이터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 내용입니다. 


그 까닭은 어린이 놀이터 안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놀이시설 관리자에게 ' 설치검사, 정기 시설검사, 안전점검, 보험 등 12가지 의무사항을 지키도록하고 있고, 위반할 경우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아예 놀이터를 없애버리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이 기사를 읽고 생각해보니 제 주변에도 분명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놀이터는 모래가 깔린 놀이터였습니다. 비록 오래된 놀이시설이기는 하지만 그네, 시소, 빙빙이 등 재미있는 기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이기구만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깔린 모래 놀이에 흠뻑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년 가을 제가 사는 아파트 놀이터를 완전히 뜯어내고 리모델링 하였습니다. 놀이 시설이 낡아 위험하기도 하였지만 새로 적용되는 <놀이시설 안전기준>에 맞추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새로 만든 놀이시설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미끄럼틀이 붙어 있는 조그맣고 간단한 종합놀이시설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바닥은 폐타이어를 재생한 고무 재질로 바뀌었습니다. 고무 재질로 바뀐 까닭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모래보다 관리하기가 편하기 때문이었지요. 


새로 만든 놀이터엔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없다


공사를 하는 동안 살펴보니 고무 바닥재를 깔기 전에도 바닥에 모래를 넣더군요. 하지만 지상으로 모래가 노출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500여미터 떨어진 초등학교 운동장이 아니면 모래나 흙을 만져볼 수 없게 되었지요. 물론 교체 비용도 적지 않게 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속한 단체 근처에 있던 놀이터는 아예 사라졌습니다. 놀이터가 있던 자리에 '노인정'이 생겼더군요. 주변에 아파트 단지나 공동주택이 없기 때문에 동네 특성상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것은 분명하였지만 놀이터를 없애고 노인정을 지은 것은 조금 의아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어제 한겨레신문에 실린 칼럼을 읽고나니 그 까닭이 짐작되더군요. 행정기관 입장에서 어린이놀이터를 관리하는 것이 비용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규정을 맞추는 것이 어렵고 복잡하니 아예 없애버리는 결정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전국에서 사리지는 3396개 중 한 곳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겨레 칼럼은 영국 놀이터 안전관리에 관한 글을 인용하였더군요. 영국의 보건안전청 누리집에는 “놀이 기회를 계획하고 제공할 때 목표는 위험의 제거가 아니다. 솜으로 둘러싸인 아이는 위험에 대해 배울 수 없다"고 되어 있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관계결핍, 자연결핍, 놀이결핍으로부터 비롯되는 여러 가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놀이결핍과 자연결핍, 관계결핍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곳은 학교운동장과 놀이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모래와 모험이 있는 놀이터를 좋아한다


그런데 학교 운동장 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놀이터가 사라지거나 획일화 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래 전 제가 속해 있는 단체의 유치원 아이들이 동네 아파트 놀이터 조사를 한 일이 있습니다. 2주 동안 아이들은 가까운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모두 돌아다니면서 놀아보고, 어느 아파트 놀이터가 가장 재미있는지 '스티커 붙이기 투표'를 하였었지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모래가 있는 놀이터였고, 그 보다 더 좋아하는 놀이터는 모래 놀이터에 물이 같이 있는 경우였습니다. 둘째는 모험이 있는 놀이터였습니다. 아이들은 완벽하게 안전한 놀이터는 재미없어 합니다. 


약간의 위험(?)놀이가 있어야 흥미를 가지고 달려들고 모험을 경험하며 두려움을 극복할 때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에 <놀이시설 안전기준>을 맞춘 놀이터들은 그런 '모험'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네'와 '빙빙이'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둘 다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놀이의 확장이 불가능한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바닥이 모래에서 고무매트 소재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놀이터를 만드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모래와 물만 있으면 얼마나 많은 놀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모르거나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과도한 안전기준(대통령은 이런 걸 규제라고 하였던 것 같은데)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모든 놀이시설에 똑같이 적용하는 획일적인 정책 때문에 전국의 모든 놀이터가 똑같이 재미 없어지고 있으며, 그나마 있던 동네 놀이터는 한꺼번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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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01.15 11:19

    안타깝기는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안 보이네요.
    거리마다 차량이 수시로 지나다니는데 모래와 흙까지 준비하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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