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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

천년 고목과 교감하는 대마도 반쇼인

by 이윤기 201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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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여행기 마지막 편은 '반쇼인' 방문기 입니다. 재작년 대마도 자전거 여행 때는 반쇼인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구차하고 단순하였는데, "남의 나라 무덤에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주장에 일행 모두가 쉽게 공감하였기 때문입니다. 


누군지 기억이 분명치 않습니다만,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말이 나오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반쇼인 관람을 포기하였지요. 하지만 이번 연수 때는 '반쇼인'을 꼭 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여행사 패키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일부러 일정에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대마도역사자료관과 덕혜옹주봉축기념비를 둘러보고 반쇼인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전에 반쇼인에 가봤던 분의 소개에 의하면 수령 1000년이 넘는 큰 나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는데, 저는 그 나무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하였습니다. 


원래 이번 대마도 연수는 야쿠시마에 있는 수령 7200년된 나무 '조몬스키'를 보러가는 여행으로 처음 기획되었다가 우여곡절을 거쳐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를 거쳐 마지막에 대마도로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조몬스키를 보러가지 못하지만 그나마 1000년이 넘은 나무들을 만난다는 것이 설레었기 때문입니다. 



반쇼인 나무들의 수령을 1000년으로만 잡아도 우리나라 역사로 따지면 강감찬 장군이 80만 거란대군을 물리치던 그 시절부터 살아있었다는 것이지요. 천년의 역사를 품은 나무...고작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으로서는 경외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반쇼인에는 사당이 있습니다. 도쿠가와 가문의 위패를 모신 제단에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초상화가 있고, 역대 장군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이랍니다. 메이지유신으로 도쿠가와 정권이 무너지자 도쿠가와를 신으로 모셨던 사당이 폐사되어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반쇼인은 대마도 19대 번주인 '소오 요시토시'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인 20대 번주 '소우요시나리'가 성터 뒷산에 아버지의 묘를 만들고 절을 지었고, 그후 대마도 번주인 소우 가문의 가족 묘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당 안에는 제기삼구족이 있는데, 조선 임금이 하사하였다는 설명이 (허접하게) 붙어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처음 반쇼인에 묻혔던 19대 번주 '소오 요시토시'의 죽음을 애도하여 하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소우요시토시가 일본과 조선이 국교를 다시 맺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하네요. 





사당을 나오면 반대편 산 기슭으로 석등이 죽 늘어서 있는 돌계단이 나옵니다. 돌계단 양쪽으로 서 있는 석등들은 군인들처럼 서 있습니다. 가파르지 않은 계단을 천천히 걸어올라 가면 약간 스산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희 일행이 반쇼인을 방문했던 날은 약간 흐린 날이어서 그런 기운이 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삼나무가 우거지 묘지의 풍경은 이채롭고 신비스러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왼쪽으로 어른 4~5명이 팔을 벌리고 손을 맞잡아야 할 만큰 큰 나무가 나타납니다. 이 나무에 둘러서서 여러 장 사진을 찍고 남은 돌계단을 올라가면 더 오래된 나무들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소오 가문의 무덤은 세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下단에는 일족 및 소오가에서 출가한 사람, 中단에는 측실과 아동, 上단에는 역대 도주와 정부인의 묘석이 있다고 합니다. 그 때는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신분에 따라 묘역이 구분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계단을 다 올라가면 겨울인데도 푸른 잎을 틔우고 있는 거대한 삼나무가 나타납니다. 천연기념물 지정된 이 나무는 둘레 7미터, 높이 40미터의 거목으로 반쇼인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나무라고 합니다. 아마 대마도에서 가장 오래 된 삼나무일거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자료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라는 기록도 있었습니다만, 야쿠시마에 있는 '조몬스키'의 수령이 이 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1000년이 넘은 고목이라고 하지만 나무는 여전히 건강하고 푸른 잎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반쇼인 묘역 중단에는 덕혜옹주와 결혼 했다가 이혼한 ‘소오다케유키’가 재혼한 일본인 처의 무덤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덕혜옹주와 ‘소오다케유키’가 이혼하지 않았다면 상단에 그녀의 무덤이 있었겠지요. 물론 덕혜옹주의 일생을 보면 결코 생길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대마도 관광 명소 중에 입장료가 있는 곳은 반쇼인이 유일합니다. 반쇼인에 들어가려면 작은 금액의 입장료를 내야합니다만, 막상 둘러보니 입장료가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대마도를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주요 관광 코스가 이즈하라 시내에 몰려 있습니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상품에는 '반쇼인'과 '세잔지'(조선통신사 숙소) 같은 곳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반쇼인의 경우 약간의 입장료가 있기는 하지만, 고즈넉한 숲 길을 걸으며 1000년이 넘는 세월을 품은 나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