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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창원광역시 헛발질? 홍준표 때문에 무관심?

by 이윤기 201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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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창원시장이 광역시 승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에 광역시 승격 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쳐나갈 민간 기구가 출범하였습니다. 지난 달 18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한 '창원광역시승격범시민추진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그 기구인데, 말은 민간 기구라고 하지만 주요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순수한 민간기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협의회는 김철곤 전 창원시의회 의장을 회장으로 선출하였고, 김형봉 전 진해시의회 의장, 김이수 전 통합 창원시 초대 의장, 전서훈 창원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 회장, 최팔관 창원상공회의소 부회장, 임영주 마산문화원장을 부회장으로 선출하였습니다. 


또 협의회 운영을 책임지고 나가는 운영위원장은 강인호 전 창원시의회 의장이 선출되었습니다. 주요 임원들의 이력을 보면 모두 전직 시의회 임원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서도 이 분들의 다른 직함 대신에 시의원 임원 경력을 소개하였더군요. 딱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민간단체라기 보다는 관변 단체라고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광역시 승격 운동을 이 협의회가 주도적으로 해나가고, 창원시는 이 단체의 활동을 뒷받침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순수한 민간단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광범위한 민간 기구로 출범하기에는 '창원광역시 승격 문제'에 대한 시민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협의회는 기획, 홍보, 대외협력 등 3개 위원회에 회원 140명을 나눠 배치하고 각각 위원장과 간사를 선출하여 본격적인 할동에 들어간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는 언론 보도 이후에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바로 '서명운동'이더군요.


창원시내 곳곳에서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 따르면 "기관별로 인원이 할당 된 것 같다"고 합니다. 서명을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더군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은 창원시청 산하기관 어딜가나 '창원광역시 승격 서명운동'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시청 민원실이나 구청 민원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사무소에 인감증명을 떼러 가도 서명대가 있고, 등산로 입구 산불 감시초소에도 광역시 승격 서명운동 용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인구 110만이 사는 도시에서 70만 명 서명을 받는 것이 이 분들의 목표인 것 같습니다. 


협의회 출범 당시 안상수 시장이 "올해 70만 명이 서명에 참여하면 내년에는 국회에 입법 청원도 할 수 있고 2017년 대선 공약으로 넣을 수도 있다"며 "대선 공약에만 들어가면 광역시 승격은 현실이 된다"고 하였다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습니다. 첫째 이 일에 창원시를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앞장서도 현실화되기 어려운 일인데 국회의원들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무슨까닭일까요?


협의회 창립총회에서 안상수 시장은 경상남도에 속해 있어서는 창원시에 아무 이득이 없다면서 각을 세웠지만 홍준표 지사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논평 조차하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 무대응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안상수 창원시장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광역시 승격 운동은 전혀 여론의 조목을 받고 있지 못합니다. 홍준표 도지사가 시작한 무상급식 지원 중단이라는 초대형 이슈에 묻혀버린 형국입니다.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사태는 지역 이슈로 출발하여 실제 학부모들이 급식비 납부해야 하는 4월이 되면서 전국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창원광역시 승격 추진은 찻잔속의 태풍이 되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창원 광역시 승격 추진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시민들이 실제 광역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객관적인 조건을 봐도 정부가 마산, 창원, 진해를 통합 시킨 것은 광역시 추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기 위한 시범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행정체제 개편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창원시를 광역시로 승격시키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따라서 정부가 주도하는 시군 통합을 통합 기초 행정체제 확대라는 기본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광역시 추진은 요원한 일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70만 명 서명이 아니라 110만 명 모두가 서명에 참여한다해도 이룰 수 없는 허깨비를 쫓는 일인 것이지요. 더군다나 홍준표 지사가 주도하는 '무상급식 이슈'라는 블랙홀 완전히 묻혀 버렸으니 안상수 시장이 여론의 주목을 받기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거듭 생가해봐도 창원광역시추진운동의 유일한 장점은 '마창진 통합 갈등'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고, 마창진 분리 주장을 막는 효과 뿐인 것 같습니다. 안상수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이 두가지 효과만 있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수 있겠지요. 


정확히 모르긴 해도 현재 광역시 승격추진 협의회에 주요 임원을 맡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마창진 통합에 앞장 섰던 분들이지 싶습니다. 실제 광역시 승격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고 통합 이후에 생겨난 지역간 갈등을 봉합하는 광역시 추진이라는 에드벌룬을 뛰었다면 혹세무민이긴 하지만 '신의 한수'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한편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노이즈 마케팅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데 비하여, 안상수 시장의 '광역시 승격 추진'은 여론의 주목을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