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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야쿠시마 조몬스기

사슴 원숭이가 사람보다 많이 사는 섬

by 이윤기 201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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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노인' 조몬스기가 살고 있는 야쿠시마 여행기 ①

야쿠시마에 다녀왔습니다. 야쿠시마 숲속에 있는 7200년 된 삼나무 조몬스기의 부름을 받은 1사람들 12명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성스러운 노인' 조몬스기가 살고 있는 야쿠시마와 가고시마를 여행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야쿠시마로 가는데는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많고 돈이 적은 사람들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건너간 다음 차나 기차를 타고 가고시마까지 갔다가 가고시마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남쪽으로 가야 야쿠시마까지 갈 수 있습니다. 


돈이 많거나 혹은 돈은 많이 없지만 시간을 많이 쓸 수 없는 사람들은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로 갔다가 후쿠오카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하여 야쿠시마까지 비행기로 갈 수 있습니다. 




아침에 마산을 출발하여 김해공항과 후쿠시마 공항을 경유하여 오후 1시에 야쿠시마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리 일행을 안내 해 준 가이드는 "3박 4일 일본 여행을 하면서 비행기를 4번이나 타는 사람들도 흔치 않다"고 하더군요. 비용을 많이 지불한 대신에 마산을 출발하여 부산에서 배와 차를 타고 가면 1박 2일은 걸려야 갈 수 있는 야쿠시마까지 한 나절만에 갈 수 있었습니다. 


야쿠시마까지 가는 비행기는 후쿠오카와 가고시마에서 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야쿠시마까지는 비행기로 40분 정도, 야쿠시마에서 가고시마로 나올 때도 비행기로는 30분이 채 안 걸렸습니다. 비행 시간보다 타고 내리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더군요. 


후쿠오카에서 야쿠시마로 가는 비행기는 관광버스 보다 조금 더 많은 인원이 탈 수 있는 비행기였고, 야쿠시마에서 가고시마로 나올 때 탄 비행기는 딱 관광버스 만한 크기의 작은 비행기였습니다. 



야쿠시마에는 아주 작은 비행장이 있었습니다.  활주로가 짧은 때문이지 비행기가 상공에서 착륙할 때 활주로 끝까지 갔다가 승객들을 내려 줄 때는 비행기를 돌려서 다시 활주로 끝까지 되돌아 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는 탑승 계단을 이용하고, 비행기를 타러 갈 때는 그냥 걸어서 가고, 비행기에 내려서 공항 건물로 들어 갈 때도 걸어서 갓습니다. 시골 역이나 버스 터미널 같은 크기의 비행장이었는데도 화물을 내려 줄 때는 지게차 같은 장비를 사용하더군요. 


우스개소리로 "그냥 비행기에서 바로 가방을 내려서 나눠 주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게차 같은 장비로 가방을 옮겨 싣고 작은 공항 청사까지 이동하고 다시 가방을 내려서 승객들에게 나눠주는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 일행이 가고시마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야쿠시마를 떠날 때는 공항 직원들이 나와서 현수막을 들고 '환송'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야쿠시마에 더 많은 관광객이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지 싶더군요. 



일본 지도를 보면 맨 남쪽에 있는 큰 섬이 큐슈이고 큐슈 최남단에 개항과 유신의 도시 가고시마가 있으며, 가고시마에서 야쿠시마를 거쳐 오키나와까지 남쪽으로 섬들이 차례차례 이어져 있지요. 위키 백과사전에는 야쿠시마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규슈 오스미 반도에서 남남서쪽으로 약 60 km 떨어져 있는 가고시마 현의 섬이다. 다네가 섬, 구치노에라부 섬 등과 함께 오스미 제도를 이룬다. 면적은 504.88 km²로 오각형에 가깝다. 가고시마 현내의 섬 중에서는 아마미오 섬에 이어 2번째로 큰 섬이며, 일본 전체에선 9번째로 큰 섬이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되었다."


야쿠시마의 둘레는 132km이며 대부분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많은 산들은 화산 폭발의 흔적이 있거나 현재도 화산이 활동하고 있는데, 야쿠시마는 6억 5천만년 전에 바다가 솟아 올라 만들어진 섬이라고 합니다. 



섬 중앙부에는 일본 100명산 중하나인 미야노우다케(1936미터)가 있고, 미야노우라다케의 가슴 높이쯤 되는 해발 1300미터 부근에 7200년을 된 '성스러운 노인' 조몬스기가 살고 있습니다. 야쿠시마는 1000~2000미터급 봉우리들이 수두룩 하며 섬 전체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대부분 바닷가의 평지입니다. 그래서 이 섬은 사람보다 자연이 우선인 섬입니다. 야쿠시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숲속으로 들어가면 사람보다 더 자주 사슴과 원숭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야쿠시마를 소개하는 영화 <시간의 숲>을 보면 야쿠시마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중에 "사슴 2만, 원숭이 2만, 사람 2만"하는 가사가 있는데, 지금은 원숭이 2만, 사슴 2만 그리고 사람 1만 5천명이 어울려 살고 있는 섬이 되었습니다.




"각자가 저마다의 분수를 지키면 살고 있었다, 원숭이 2만 사슴 2만 사람 2만이, 그런 시대가 있었다, 옛날에 분명히 있었다, 원숭이 2만 사슴 사람 2만, 그것이 이 섬의 과거, 원숭이 2만 사슴 사람 2만, 그것이 이 섬의 미래, 그것이 이 섬의 미래"


야쿠시마로 여행을 가면 누구라도 원숭이와 사슴이 많은 섬이라는 것은 실제 체험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 첫 날 섬 서쪽에 있는 바다 길을 차로 지나갈 때 마치 '사파리'에 온 것처럼 창밖으로 사슴과 원숭이를 여러 차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옛 길을 넓히지 않은 좁은 도로에 원숭이와 사슴이 떼로 몰려나와 길을 차지하고 있었고, 차가 와도 쉽게 길을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차에서 내려 가까이가도 웬만한 거리에서는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듯 하였습니다. 또 조몬스기까지 다녀오는 날 숲에서도 원숭이와 사슴을 만났는데,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더군요. 심지어 조몬스기 근처 휴식처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사슴들이 몰려와 도시락을 나눠달라고 치근대기까지 하더군요. 




사람이 원숭이와 사슴을 괴롭히지 않으니 사슴과 원숭이와 사람이 어울려 살아 갈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는 사슴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사슴 수렵이 허용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야쿠시마의 식당에서는 어렵지 않게 사슴고기를 맛 볼 수 있더군요. 


야쿠시마가 삼다도라고 할 수 있는 것 원숭이, 사슴보다 훨씬 많이 내리는 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야쿠시마를 소개하는 자료에 보면 1년 365일 중에 360일 이상 비가 오는 곳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섬 중앙에 해발 1936미터의  미야노우라다케가 우뚝 솟아 있기 때문에 바다로부터 습한 공기가 산을 타고 올라가 많은 비를 뿌린다고 합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평지에서 4000㎜, 산속은 8000㎜에 달하며, 많은 곳은 10,000㎜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또 해발 2000미터에 가까운 산에서부터 바다가 마을까지 아한대에서 아열대에 이르는 다양한 기후가 나타나고 그 기후에 맞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식물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아열대 기후이지만, 산지 정상 부근에는 겨울이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산 정산 부근 연평균 기온이 5도이고 겨울에 눈을 볼 수 있는 가장 남쪽 섬이 바로 야쿠시마입니다. 수년 전 7200년 된 삼나무 조몬스기의 가지가 부러졌는데, 이 때 조몬스기의 부러진 가지 위에 쌓인 눈이 어른 키 높이 만큼 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겨울에는 조몬스기까지 가는 등산로가 폐쇄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국 배우 박용우와 일본 배우 타카기 리나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시간의 숲>에도 겨울에 눈이 많이 쏟아져 등산로가 폐쇄되어 조몬스기를 만나러가지 못하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한편 이 섬엔 원숭이와 사슴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살고 있었습니다. 사슴과 원숭이가 살고 있는 삼나무 숲에는 야쿠시마 삼나무 뿐만 아니라 대만고무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과 바위와 숲을 감싸고 있는 신비로운 이끼들이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에도 시대에 사쓰마 번(藩)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자 목재수요가 증가하였고, 대대적인 야쿠스기에 대한 벌목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하던 시기였지요. 벌목된 야쿠스기들은 현장에서 목재로 가공되어 산림철도를 통해 마을로 운반되었고, 바다 건너 가고시마를 거쳐 일본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메이지 시대에는 근대화 정책으로 목재 수효가 더욱 증가하였고 무차별적인 벌목이 이루어졌으며 섬은 점점 황폐해졌다고 합니다. 1960년대 고도성장 단계에 이를 때까지 벌목 붐을 절정을 이루다가 1970년 대에 들어서야 벌목이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야쿠시마 사람들은 멸종이 임박한 바다 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고, 오래된 삼나무들을 지키는 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약 100여 년 동안 무차별적인 벌목이 이루어졌지만 야쿠시마의 숲속에는 조몬스기를 비롯한 1000년 이상 된 야쿠스기가 2000여 그루 이상 자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야쿠시마에서는 자생하는 삼나무를 야쿠스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야쿠시마에서는 수령 1000년 이상의 삼나무를 야쿠스기라고 부르고, 1000년 미만의 삼나무들은 고스기라고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1970년 대 이후 벌목을 중단하고 다시 삼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다시 섬 전체가 삼나무 숲을 이루고 있고,1993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되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보다 사슴과 원숭이가 많은 섬, 숲속으로 들어가면 삼나무를 중심으로 아열대부터 아한대까지 각종 식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 자연과 어울어져, 자연의 품안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야쿠시마. 


3박 4일 여행 중에 2박 3일을 야쿠시마에서 보냈지만 한국 사람은 단 1명도 만나지 않은 곳 야쿠시마, 앞으로 6~7회로 나누어 3박 4일 동안의 야쿠시마와 가고시마 여행기를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