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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지난 여름, 폭염특보 때문에 더 덥다고 느낀건 아닐까요?

by 이윤기 200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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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지나면서 어느새 더위가 한 풀 꺽이고는 있습니다만, 여름철 과도한 에어컨 사용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기상청에서는 올 해부터 기상예보를 하면서 폭염관련 특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폭염특보는 여름철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이 더위에 대한 부담을 지수화하여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따라 폭염주의보와 폭염 경보로 나누어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폭염특보는 몇 가지 세부적인 추가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기상청 자료를 요약해보면 대체로 여름철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경우 폭염주의보를 발표하고 35도 이상인 경우에는 폭염경보를 발령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여러 차례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폭염주의보 -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열지수가 최고 32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표함
염경보 -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이고 열지수가 41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표함
열지수 - 기온이 26.7도 이상이고 습도가 40%이상일 때 사람들이 받는 열적 스트레스를 지수화 한 것

언론에서는 폭염경보가 내렸는데도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기상청의 경고를 무시하고 농사일에 나섰다가 죽은 사고를 주요뉴스로 다루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올 해들어 처음 생긴 일도 아닌데, ‘폭염특보’와 연관 지어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느낌이 있습니다.

실제로 여름 들어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바람에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야외활동 행사가 취소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는 기상청 폭염특보 때문에 국민들의 더위에 대한 ‘불안’을 더 많이 키운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한 여름 더위를 지나놓고 보면 실제로 올 여름이 예년에 비하여 기온이 훨씬 높았다거나 더 많이 더 웠다는 기상통계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기상예보를 할 때 종래에 없는 폭염특보제가 시행되면서 ‘폭염경보’, ‘폭염주의보’가 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이 더웠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올 여름 가전제품 판매장에는 에어컨이 일찍부터 동이 나고 7월 이후에 에어컨을 주문한 경우에는 설치에 1~2주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에어컨 판매량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여름은 어느 해보다도 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높았던 해 입니다. 봄부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될 때부터 국가적인 ‘에너지 절약 시책’이 발표되었고, 전 사회적인 에너지절약 캠페인도 활발하였으며, 시민들의 공감대 높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인 에너지절약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지난달 30일 마산 지역 공공시설 50곳에 대한 냉방온도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여전히 조사대상의 20%는 과도한 냉방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50곳 중에서 시내버스 2곳, 패스트푸드점 3곳, 대형마트, 백화점 2곳, 극장 1곳, 은행 1곳 등 모두 9곳에서 과도한 냉방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시내버스는 냉방 온도가 20.2도로 버스 밖에 비하여 무려 12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지난해 보다 적정온도 준수율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특히,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에 발맞추어 조사대상에 포함된 관공서는 모두 적정 냉방온도를 지키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대형마트, 백화점, 패스트푸드점이 주로 과도한 냉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마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진행된 780개 시설에 대한 냉방온도 조사결과도 비슷하게 나왔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과도한 냉방은 에너지 낭비뿐만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오한, 고열, 기침, 근육통 증세가 나타나는 냉방병에 걸릴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상학자들은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선진국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은 점점 더 더워지는데, 더워질수록 에어컨 보급률은 더욱 높아지고, 사용 빈도와 시간도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에너지낭비는 한 업체가 더 많은 전력요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인류 전체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일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백화점, 대형마트,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곳은 소비자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민감한 곳들 입니다. ‘조중동’ 광고 중단을 촉구했던 것 처펌 관련 업체 명단을 공개하고 의식 있는 소비자들과 네티즌들이 나서서 에너지 낭비를 줄이도록 촉구하는 후속대책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시민기자칼럼 8월 19일 방송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