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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태풍 비켜가니 폭염경보...차라리 태풍이 그립다

by 이윤기 2015.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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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② 폭염 경보도 뚫고 울산까지 50km 라이딩


자전거 국토순례의 일정은 매일 아침 6시에 시작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짐을 꾸리는 일부터 일과가 시작됩니다. 밤에 덮고 잤던 침낭을 말아 배낭에 넣고, 자전거를 타기 위한 복장(자전거 저지와 엉덩이 패드 바지)으로 갈아 입습니다. 


양치질과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면 짐을 챙긴 배낭을 메고 나와 탑차에 싣습니다. 배낭 300개를 실으면 2.5톤 윙카에 가득찹니다. 가방을 싣고나면 아침밥을 먹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 기간 동안은 뭘해도 줄을 서야 합니다. 


가방을 트럭에 실을 때도 줄을 서야하고, 밥을 먹을 때도 줄을 서야 하고,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 출발 할 때도 50명씩 나눠서 줄을 맞춰 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침밥을 먹고나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합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면 배낭을 꾸려 트럭에 싣는 출발 준비를 마치고, 7시에 아침밥 먹고 8시면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는 것이 기본 일정입니다. 오전 라이딩은 보통 15~17km(약 1시간 30 – 2시간)를 달리고 20~30분정도 휴식을 취합니다. 휴식 시간엔 물과 간식이 지급되구요. 


또 다시 15~17km를 달리고 나면 두 번재 휴식시간입니다. 세 번째 휴식 시간은 바로 점심시간입니다. 점심 시간은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식사와 함께 긴 휴식 시간을 갖습니다. 오후 라이딩도 오전 라이딩과 비슷한 시간표에 따라 진행됩니다. 매일 자전거 라이딩 일과는 오후 5 ~ 6시 마무리 됩니다. 


자전거 라이딩 첫날인 27일(월)은 아침 9시부터 숙소인 스포원에서 연습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10시까지 1시간 정도 연습라이딩을 마치고 자전거 국토순례 발대식을 하였습니다. 이광희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단장이 개회 선언을 하고, 신관우 부산YMCA 이사장이 환영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에 청소년들이 부산을 출발하여 서울까지 국토순례에 나서는 것을 격려하고 안전한 라이딩을 기원하였습니다. 제 11회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후원해 준 ‘내사랑 부산운동’의 초의수 부산복지개발원장도 축사를 통해 청소년들의 대장정을 응원하였습니다. 


발대식을 마친 첫날은 울산까지 50km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전체 구간중 라이딩 거리가 가장 짧은 날이었기 때문에 오전 10시 30분쯤 여유 있게 스포원을 출발하였습니다. 태풍이 비켜간 오전의 부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뜨거웠습니다. 


태풍 비켜가니 폭염...차라리 태풍이 그립다


오전 첫 번째 휴식지였던 명동 공원까지는 약 14km 구간을 달리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이 정도 페이스라면 오후 4시면 울산 숙소에 도착할 수 있는 좋은 컨디션이었지요.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까지 그늘을 찾아다니며 휴식을 하였습니다. 반나절 라이딩에도 힘겨워 하던 아이들은 그늘을 찾아 달콤한 꿀잠을 자며 쉬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은 삼삼오오 둘러 앉아 온갖 수다를 떠느라 피곤한 줄도 모르더군요. 오후 라이딩을 시작하고 1시간쯤 지났을 때 국민안전처로부터 긴급 재난 문자가 들어왔는데, <27일 14시 15분을 기해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면서 아이들의 컨디션을 조절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태풍이 비켜 간 것은 행운이었지만, 태풍이 비켜간 자리에는 폭염이 몰려와 ‘세옹지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후 라이딩의 절정은 약 2km쯤 되는 대운산 고개를 넘는 일이었습니다. 첫 날 전체 구간은 50km에 불과하였지만 이 고개를 넘느라 예상보다 1시간이나 늦어졌습니다. 얕은 오르막으로 시작된 이 길은 해발 200미터쯤 되는 고개마루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가파르게 변하였습니다. 


오르막 구간의 절반도 지나기 전에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는 아이들이 속출하였습니다. “걷는 것 보다 천천히 가도 타고 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갈 만큼 다리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허망하고 소용없는 이야기더군요. 


터벅터벅 무거운 발검을을 떼면서 양손엔 자전거 핸들을 잡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아이들에겐 그리 힘든 오르막이 아니지만, 자전거 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겐 적지 않게 힘든 오르막이었습니다. 선두와 후미는 고개마루에 오르는데는 30분 이상 차이가 나더군요. 




아침에 출발할 때는 5팀으로 나누어 출발하였는데, 2km가 넘는 오르막 구간을 통과하고나니 저절로 1팀이 더 늘어났습니다. 각 팀마다 후미로 쳐지는 아이들만 따로 모여 1팀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가파른 오르막 구간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어 고개마루까지 끌고 올라온 아이들이었지요. 


가파른 내리막길을 안전하게 내려가기 위해서는 서행하는 수 밖에 없었지요. 해발 200미터의 높지 않은 고개를 완저히 넘어 평지까지 내려오는데, 2시간 가량 걸렸습니다. 한여름 오후의 무더위에 지친 아이들의 패달링은 한없이 느려지기 시작하였고, 다음 휴식지까지 가기 전에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물을 공급해야 하였습니다. 


5팀 출발했는데...오르막 지나고나니 6팀으로 늘었다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물을 마신 후 약 8km를 더 이동하여, 울주군 청량운동장에서 오후 첫 휴식을 하였습니다. 다리 근육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의료지원팀에는 파스를 뿌려달라는 아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가벼운 열사병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이온 음료를 마시고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하면서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하였습니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태풍이 비켜간 것을 아쉬워 하였습니다. "차라리 태풍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태풍이 왔으면 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불었을텐데...", "차라리 비 맞으면 정말 시원하겠다" 아이들의 바람도 태풍과 함께 비켜 갔습니다. 하루 종일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첫날 목적지인 울산YMCA까지 남은 거리는 약 15km, 오전 오후에 35km 정도를 달렸지만 아이들 체력이 떨어져 있어 남은 거리는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작은 오르막만 나와도 뒤로 쳐지는 아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속 15~16km쯤 되는 전체 평균속도를 쫓아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후미로 몰려들었습니다. 




오후 4시를 지나면서 체력이 소진한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차량에 탑승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목적지인 울산YMCA에 도착할 때는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차량에 탑승하였더군요. 


자전거 270여대가 줄을 맞춰 달리는 모습을 보고 박수와 환호 클락션 소리로 격려해주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반대로 느린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를 향해 짜증을 내고 욕을 하는 운전자들도 더러 만났습니다. 


1년내내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는 도로를 1년에 단 하루 자전거가 차지하고 달리는 것을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운전자들 때문에 아찔한 순간도 없지 않았지만, 무사히 첫날 라이딩을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270여명의 청소년들과 실무자들이 부산 스포원을 출발하여 울산YMCA까지 약 47.85km를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완주하였습니다.


아이들 말처럼 “KTX타고 가면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자전거 타고 6박 7일을 달려야” 합니다.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습니다. 오늘보다 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며 6일을 더 달려야 광화문까지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