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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단동은 중국인 먼저, 인천은 한국인 먼저

by 이윤기 2015.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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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념 백두산 자전거 순례 ⑥ 단동에서 인천까지 페리호 타고 17시간


백두산 천지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중국으로 가는 길 만큼 멀고 힘들었습니다. 오후 6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기 위해 2시 30분에 단동 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여행사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인천으로 가는 페리호 승선표를 받고 세관과 출국 심사를 차례로 받았습니다. 


출국 심사를 앞두고 단체비자를 가진 우리 일행이 한꺼번에 줄을서서 비자 순서에 따라 출국 심사를 받는 동안 중국인들의 출국 심사를 잠깐 막았는데, 이를 항의하는 중국인들이 생겼습니다. 중국인들이 출국 심사를 받는 긴줄에 서지 않고, 사람이 적은 줄에 서려고 몰려왔는데,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짧은 줄을 차지하였기 때문입니다. 


중국인 할아버지 한 분은 우리 일행이 모두 출국 심사를 받을 때까지 큰소리를 지르면서 항의하였습니다. 중국인 승무원과 공무원들이 "단체 여행객 출국 심사를 따로 한다"고 안내를 했지만, 막무가내로 자기가 줄을 서서 가려고 하는데, 왜 한국인들을 먼저 보내느냐고 끝까지 항의를 하더군요. 이 할아버지의 항의는 한국 입국 과정에도 이어졌습니다. 





단동 페리호에는 입국 심사에 원칙이 있더군요. "중국으로 입국 할 때는 중국인 우선, 한국으로 입국할 때는 한국인 우선"이 원칙이었습니다. 바로 이 원칙 때문에 중국으로 입국할 때는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승객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하선하여 입국 심사를 받았습니다. 저희 일행은 자전거 때문에 한국인 승객 중에서도 가장 늦게 배에서 내렸답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입국할 때는 배에서 내릴 때부터 순서가 달랐습니다. 제일 먼저 한국인 승객들이 하선을 하고, 그 다음으로 자전거를 운반하는 한국인 승객들이 하선을 하였습니다. 자전거를 들고 배에서 내리는 저희 일행들은 서로 먼저 내리려고 통로를 막고 있는 중국인 승객들을 비집고 내려야 했습니다. 


중국인 승객들이 줄을 서서 출입구를 막고 있는데, 승무원들이 자전거를 들고 배에서 내리는 한국인 승객을 위해 길을 비켜주라고 안내를 하자 중국인 승객들이 여기저기서 항의를 시작하였고, 중국에서 출국 할 때 목청을 높이던 할아버지가 다시 등장하였습니다. 



왜 한국사람만 먼저 내려보내주느냐? 항의하는 중국 할아버지


이번에는 가이드가 없어서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짐작해보면 "우리가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한국 사람들을 먼저 보내주느냐"는 항의였을 겁니다. 자전거를 소지한 한국인 승객 50여명이 통로를 빠져나오는 동안 할아버지의 항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중국 입국은 중국인 먼저, 한국 입국은 한국인 먼저라는 원칙에 익숙한 듯 별 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중국에 입국 할 때도 한국인 승객들은 중국인이 모두 하선 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더군요. 그런데 한국에 입국 할 때는 몇몇 중국인들이 거세게 항의하거나 길을 비켜주지 않더군요. 


한편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는 중국으로 갈 때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잘 어울려 놀았습니다. 중국으로 갈 때만 해도 같은 지역에서 참가한 아이들끼리 무리를 지어 따로따로 놀았습니다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에서는 수건돌리기, 369게임 같은 걸 하고 놀다가 나중에는 이불을 깔아놓은 다다미 방에서 '씨름'까지 하더군요.  



4박 5일을 함께 지내고 특히 백두산 천지까지 자전거로 올라가는 힘든 라이딩을 같이 하고 나서는 아이들의 친밀도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안양, 군포에서 온 수도권 아이들과 경상도에서 온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서로 잘 어울려 지냈습니다. 


오후 6시 페리호가 중국을 출발하고 1시간쯤 지나면서 해가 서쪽하늘로 넘어가고 갑판에는 시원한 바닷 바람이 불었습니다. 테이블마다 승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맥주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도 하고, 간식도 사먹으며 배안을 쏘다녔습니다. 


인천 입항 후 입국 절차 완료까지 정말 지루한 3시간


그래도 배안에서 15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으로 갈 때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놀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입국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은 여간 지루하지 않더군요. 한국 영토가 가까워지면서 스마트폰이 터지기 시작하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갑판으로 몰려나와 카톡과 문자를 보내고 게임도 하였습니다. 




여행사에서 나눠 준 일정표에는 아침 7시에 인천항에 도착하고 출국 수속을 마치면 9시가 될 것이라고 씌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8시가 넘어 인천항에 도착하였고, 9시가 지나서야 배에서 내렸습니다. 입국심사와 세관 검사를 마치고 터미널로 나오니 10시가 넘었더군요. 


마산까지 자전거를 싣고 갈 화물차 사장님은 9시에 인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여, 1시간 넘게 저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인 승객들이 다 내린 뒤에 자전거를 지참한 저희 일행이 내릴 수 있도록 해주어 10쯤에 출국 수속을 끝낼 수 있었지, 만약 중국인 승객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면 11시가 넘었을지도 몰릅니다. 


배 타고 다녀오는 백두산 여행 혹은 중국 여행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단체 여행객이 머물렀던 23인 다인실도 쾌적하지 않았고, 배안에서 먹는 저녁밥과 아침밥도 기대보다 못하였습니다. 중국으로 갈 때 저녁과 아침, 한국으로 돌아올 때 저녁과 아침 모두 4끼를 배에서 먹었는데 아이들 말로는 "학교 급식보다 맛 없는 단체식사"라고 하더군요. 


학교 급식보다 못한 단동페리호 저녁, 아침 식사


백두산을 다녀오는 동안 단동 - 통화 - 송강하에서 여러 식당을 들렀지만 대체로 먹을 만한 음식들로 준비되었습니다. 중국 음식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 입맛에 맞도록 적절하게 변형되어 있었고, 매끼 한국인이 좋아하는 김치, 깻잎 같은 기본 반찬들이 있었기 때문에 음식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았습니다. 


백두산 근처로 갔을 때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 있어 조금 힘든 날도 있었습니다. 백두산 천지 라이딩을 하기 전날 북한 해산시가 바라 보이는 송강하 민속촌 식당에서 먹은 음식들에 특히 향신료가 많이 들어갔더군요. 그날 향신료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밥과 반찬을 많이 남겼답니다. 


맛집이라고 할 만한 식당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만, 여러 식당 중에서는 맨 마지막 날 숙소였던 통화의 금강호텔 아침 식사가 가장 괜찮았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5박 6일 여행 중에 가장 맛없는 밥은 단동페리호에서 먹었는 4끼 식사였습니다. 


아마도 단동페리호를 타고 다녀오는 중국 여행을 더욱 지루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배에서 먹는 밥이 정말 맛이 없다는 것도 포함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실이 조금만 더 깨끗했으면 밥이 조금만 더 맛이 좋았으면 중국 여행이 훨씬 덜 지루하였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