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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군대 간 아들 위장 크림도 엄마가 사줘?

by 이윤기 2015.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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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체국에 들렀을 때 경험한 일입니다. 등기 우편을 보내려고 접수 창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옆 택배 창구에 중년의 아주머니가 택배 접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택배를 접수하는 우체국 직원이 내용물이 뭔지 물어보더군요. 


아주머니는 "화장품"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요즘은 군대 간 젊은 병사들이 스킨, 로션, 썬크림 등을 여자들 만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엔 그러려니 하였습니다. 저도 아들 녀석이 군대에 복무 중이고 휴가를 나오면 스킨, 로션, 썬크림들을 사서 가는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입대하는 날, 훈련소에 가져 가는 물품 중에도 썬크림이 필수 품목으로 들어있더군요. 훈련소에서 난생처음 얼굴은 물론이고 귀까지 쌔카맣게 그을리고 몇 번이나 껍질이 벗겨졌던 제 군대 시절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었지요. 그런데 이어지는 대화를 들으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주머니의 택배 상자 안에는 스킨, 로션, 썬크림 뿐만아니라 군인들이 훈련이나 작전을 할 때 사용하는 '위장크림'도 들어있고 하는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위장 크림 아시죠? 군인들이 훈련이나 작전할 때 군복 색깔처럼 얼굴도 얼룩덜룩하게 칠하는 크림입니다. 



군대 간 아들 위장크림...화장품 가게에서 샀어요, "요새 애들 다 집에서 사서 보내줘요"


벌써 30년이나 지난 제가 군대 생활을 할 때는 훈련 때는 위장 크림 대신 나무나 종이를 태워서 얼굴에 시커멓게 칠을 하였고, 큰 훈련이나 작전이 있을때만 크레파스처럼 생긴 위장 크림을 바를 수 있었습니다. 


택배 상자에 화장품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체국 직원은 "군대로 보내는 택배인데, 화장품이 들었나봐요?"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녀도 곧 아들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관심 있게 물어본다고 하더군요. 


아주머니는 "군대 간 아들녀석이 스킨, 로션, 썬크림 같은 것을 밖에 것을 사서 보내달라고해요. 요번에 위장크림도 들어 있어요"


우체국 직원은 "위장 크림은 어디서 팔아요? 군대에서나 사용하는 그런 걸 파는데가 있어요" 하고 다시 물었다.



아주머니는 "창동에 가면 팔아요. 창동 사거리 더OO샵에서 샀어요"하고 대답하더군요. 


옆에서 듣고 있던 저와 등기 창구 직원도 모두 깜짝 놀라서 동시에 물었습니다. "아니 요즘엔 군대 간 아들에게 위장크림도 엄마가 사서 보내준단 말입니까?"


그랬더니, 아주머니 왈 "아들이 군용을 바르면 얼굴 피부에 트러블이 생긴다고 화장품 파는 곳에서 사달라고 해서 사보내는 거예요"


참 어이가 없더군요. 스킬, 로션, 썬크림 정도야 사서 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훈련이나 작전에 사용하는 '위장크림'까지 이른바 '사제품'을 사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황당하더군요. 




수천억씩 하는 전투기 구입 비용 1대만 줄이면 군용 위장크림을 얼마든지 좋은 제품으로 바꾸꿀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군용이 품질이 나쁘면, 국방부에다 품질을 개선하라고 요구해야지, 그렇다고 집집에서 위장크림을 사서 보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장 크림도 엄마가 사서 보내줘야 한다?


이런 식이면 시중에 떠도는 농담처럼 군대 갈 때 총도 사줘야 할지 모릅니다. 만약 전쟁이라도 나면 집에서 더 좋은 개인화기를 사서 보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판국이지요. 아 ~ 실제로 이라크 전쟁 당시에 미군들도 집에서 성능이 좋은 '방탄복'을 사서 보낸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떠오르기는 하네요. 


우체국에서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여러 화장품 회사에서 만든 위장크림을 소개하는 블로그 포스팅과 광고가 적지 않게 쏟아지더군요.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보니 유명 화장품 회사들이 앞다투어 '위장크림'을 출시하였더군요. 



블로그 포스팅과 인터넷 쇼핑몰을 살펴보니 화장품 회사의 상술과 마케팅이 한 몫 하였다 것이 훤히 보이더군요. 젊은 병사들에게 "군용은 품질이 안 좋다. 위장크림도 화장품 회사가 만든 것을 써라"하고 광고를 해댔더군요. 


블로그 리뷰를 읽어보면 "군용 위장 크림은 내다 버려라", "언제 만든 제품인지 유통기한도 알 수 없다", "허접하기 이를데 없다", "피부를 망치고 싶으면 그냥 써라" 뭐 이런 글들이 수두룩 합니다. 


실제로 군용이 품질이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화장품 회사가 색조 화장품을 팔아 먹기 위해 젊은 병사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기도 하더군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자본주의 상술은 끝간데가 없다 싶었습니다. 


남성화장품 시장...군부대까지 침투


암만 좋게 봐주려고 해도 결국, 여성 화장품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남성 화장품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화장품 회사들이 이젠 군입대 장병들을 위한 새로운 맞춤형 화장품을 팔아먹기 시작한 것이더군요. 


화장품 회사들의 광고를 보니 "피부보호성분을 함유한 안심 처방 3색 위장 크림" 등으로 광고를 해대고 있더군요. 예컨대 화장품 회사들은 이른바 색조 화장품의 하나로 '위장크림'을 만들어내 비싼 값에 팔아먹고 있었습니다. 한 현역 병사가 블로그에 쓴 제품 리뷰를 읽어보니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급의 '위장크림'만 10종류 이상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년 국방예산 37조 4,560억 원이나 됩니다. 이 막대한 예산을 국방예산으로 쏟아부으면서 젊은 병사들에게는 "엄마한테 위장 크림 사달라"고 전화질 하게 만드는 나라입니다. 참으로 한심한 나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병사들의 위장크림을 바꿔주는데 얼마면 가능할까요?


인터넷 쇼핑몰 소매가격 기준으로 해도 60만명 분을 모두 바꿔줘도 3억이면 가능합니다. 소매가격이 아니라 경쟁입찰로 대규모 납품을 받으면 절반 가격에도 가능할지 모르지요. 우리나라 국방부가 입대한 아이들을 볼모로 잠보 제발 부모들한테 앵벌이 좀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