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벼룩 간 내먹는 군부대 통신 사업자

by 이윤기 2015. 10. 8.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9월 초에 아들 녀석이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후불 전화카드의 사용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통화 내역서를 신청했다며, 우편물이 오면 챙겨서 면회를 와 달라 하더군요. 부대 내 후불카드를 쓰는 전화기가 kt에서 LG U+로 바뀌었는데, 이상하게 전보다 전화요금이 훨씬 많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30분 거리밖에 안 되는 가까운 곳에서 아들 녀석이 복무하고 있습니다. 통화 내역서를 들고 토요일인 9월 12일에 면회를 갔습니다. 아들 녀석은 통화 내역서를 보더니 "인터넷 전화로 걸었는데, 시외전화 요금으로 청구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집에서 인터넷 전화를 쓰는 여자친구와 통화한 시간을, 시외전화 요금으로 계산했다는 겁니다.


아들 녀석은 전화할 때 LG U+ '후불 체크카드'를 씁니다. 군번이나 휴대전화 번호만 있어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며, 일반 전화카드처럼 잔고 부족으로 통화가 끊기는 일도 생기지 않아 편리합니다. 광고 문구에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전화비 부담 없이 통화하길 바라시는 부모님', '군 복무 중인 애인에게 본인과의 통화요금을 대신 납부해주고 싶은 곰신'에게 좋은 서비스라고 되어 있더군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되어 있는 요금 체계를 살펴보면 부대에서 사용하는 전화는 전화 받는 상대방 전화 종류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과금 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30km 이내 지역에 있는 집 전화에 걸면 10초당 4원, 30km 이상 시외 지역 집 전화로 걸면 10초당 15원, 같은 집 전화라도 인터넷 전화로 걸면 10초당 8원, 이동전화(스마트폰)로 걸면 10초당 21원이 과금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 전화로 건 요금을 시외전화로 과금하게 되면 대략 2배에 가까운 요금이 부과되는 셈입니다. 아들 녀석은 끝까지 문제를 제기해서 꼭 환불받고 말겠다고 하더군요. 




일반 번호 사용하는 '인터넷 전화'는 시외전화 요금 적용


▲  군장병 후불 전화카드 요금표


이번 추석에 아들 녀석이 짧은 휴가를 다녀갔습니다. 만나자마자 인사도 끝내기 전에 "LG U+와 싸워서 전화요금을 환불받았다"는 이야기부터 하더군요. 군 복무 중인 아들 녀석은 틈날 때마다 전화를 걸어 LG U+ 상담원과 싸우고, 홈페이지를 뒤져 근거자료를 확보하면서 보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끝에 환불해주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일반 소비자의 경우 번호만 봐서는 일반 집 전화인지 인터넷 전화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흔히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인터넷 전화로 알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전화의 경우에도 070 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과거 KT 시절에 사용하던 일반전화번호를 인터넷 전화로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 전화의 경우도 앞자리 번호로 070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고, 그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전화번호만으로는 인터넷 전화인지 일반 전화인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마저 받는 전화가 일반전화인지, 인터넷 전화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설명은 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LG U+ 홈페이지에는 군인을 위한 후불 통화카드에 대한 소개와 함께 070전화에 대한 소개도 함께 나와 있습니다. KT 집전화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070번호로 바꾸면 원래 '쓰던 번호 그대로, 쓰던 전화기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요금은 훨씬 적게 나온다고 안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타 회사 070전화 번호이동에 대한 안내문을 보면 소비자는 쓰던 번호 그대로(055-000-0000)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070-000-0000 매개번호로 연결하여 통화가 이루어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 번호가 일반전화 번호로 되어 있어도 070매개 번호로 연결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이 통신사 상담원과 주고받은 상담 내용만으로는 LG U+가 부대에서 상대방 인터넷 전화로 건 요금을 시외전화 요금으로 과금한 것이 '고의'인지, '실수'인지까지는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LG U+에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상담원은 "군부대 공중전화에서 거는 전화는 전화번호로만 구분하기 때문에 일반전화로 걸었는지, 일반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인터넷 전화로 걸었는지 구분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현재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언제부터 구분할 수 있는지 시기를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덧붙이더군요.


"인터넷 전화와 시외전화 요금 차이를 없애고 요금제를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했지만, 언제부터 요금제가 바뀌느냐고 물었더니 "구체적 시기는 특정해서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LG U+ 상담원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인터넷 전화인지, 일반번호를 사용하는 인터넷 전화인지 구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언제 상용화될지 알 수 없고, 시외전화와 인터넷 전화를 단일요금으로 묶는 요금제 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역시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인터넷 전화임에도 일반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집에 전화를 걸면, 2배 가까이 비싼 시외전화 요금으로 부과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 아들만 피해 본 게 아닐텐데...


아들 녀석은 5월부터 9월까지 통화 요금 중에서 인터넷 전화 요금을 시외전화 요금으로 과금한 금액은 모두 돌려받았습니다. 약 15만 원을 돌려받았다고 하더군요. 아들 녀석은 이미 LG U+로부터 부풀려 청구된 4개월분 통화 요금을 되돌려 받았지만, 문제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 다른 선량한 피해자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LG U+가 저희 아들에게만 이렇게 과금한 것이 아닐 겁니다. 인터넷 전화와 일반 번호를 사용하는 인터넷 전화를 구분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인터넷 전화를 쓰는 집으로 전화를 거는 다른 장병들에게도 일괄적으로 시외전화 요금을 부과하고 있을 것입니다.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한 제 아들에게 LG U+ 상담원은 "이번에는 환불해주는데 앞으로 일반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인터넷 전화로는 다시 전화를 걸지 말라"고 하였답니다. 상담원의 말대로라면 이번에 저희 아들 건은 예외적으로 처리해주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관행이 빠른 시일 안에 개선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아들처럼 꼼꼼하게 확인하는 장병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제 아들은 한 달 가까이 통화 요금 문제로 씨름하며, 까다롭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4개월 치 부당청구요금 15만 원을 환불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후불 통화카드를 사용하는 국군 장병 여러분, 여러분의 전화요금이 제대로 청구되고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신 부모님들도 자녀분의 후불 통화카드 요금이 부당하게 많이 청구되고 있는지 꼭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