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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또 지하철 노점상 물건을 사왔습니다.

by 이윤기 200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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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울에 출장을 갑니다. 버스 노선을 잘 모르니 웬만하면 지하철을 이용해서 목적지를 찾아갑니다. 낮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그의 예외없이 이런 저런 생활용품을 파는 노점상을 보게 됩니다.  사실 길에서 파는 것이 아니니 엄밀하게 따지면 노점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지하철 공사에서 붙여놓은 것 처럼 '잡상인'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더욱 싫습니다.

아무튼, 저는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을 잘 사는 편입니다. 소비자운동에 오랫 동안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였고, 따로 소비자학 공부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법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살고 있는데 지하철에서는 유독 약합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서울 출장을 다녀왔는데, 또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을 사 왔습니다.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 중에는 제법 고가에 속하는 물건을 만 원을 주고 사왔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들은 대부분 1 ~2 천원하는 저렴한 제품이 많습니다.

신기한 것은 판매원들이 상품을 소개할 때, 대부분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광고를 합니다. 이 말에 담긴 의미는 대체로 '중국산이 아니다'하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지하철에선 팝송 음반이 8장에 만 원

뭘 사왔냐구요?

예, 이번 출장길에는 지하철에서 음반을 사 왔습니다. 모두 8장이 들어있는  'Golden Pop Coiiection' 이라는 팝송음반입니다. 음반을 파는 판매상은 "추억의 팝송을 모아서 정식으로 발매된 음반"이라고 광고를 하던데, 보통 정식으로 발매되는 음반에 기록된 정보들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공CD값이 많이 싸 졌지만 옛날 CD가 처음나올때 같으면 겨우 공 CD 8장 값에 불과한 돈으로 정식 음반 8장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판매하시는 분들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그랬는지, 명함까지 끼워서 주면서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지방에 사는 저는 제품에 이상이 있으면 교환 받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데 다행히 집에와서 들어보니 음반은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대부분 조용하고 감미로운 팝송, 샹송, 영화음악 등으로 엮으진 음반이라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까지 매일 한 장씩 들어보고 있는 중 입니다.

그런데, 오늘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을 살 때 주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냥 저 혼자서 느끼는 선입관이나 열등감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지하철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어유~ 젊은 사람도 저런 물건을 사는구나", "바보 같이 또 한 놈이 속아넘어가네" 혹은 "바보야 그거 틀림없이 중국산이야", "저거 품질이 형편없을텐데"하는 그런 시선을 느낌니다.

그래서, 물건을 사고나면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서둘러 가방에 집어넣곤 합니다. 집에 돌아와서야 제대로 확인을 해보게 되지요.

지하철에서 느끼는 서로를 훔쳐보는 시선들

여러분들은 지하철에서 물건 살 때 이런 시선 느끼시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제 생각엔 지하철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이런 시선을 주고 받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라는 독특한 좌석배치가 차량안네 앉아있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고 앉거나 서서 서로를 훤히 지켜볼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거나 혹은 책을 읽거나 DMB를 시청하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끊임없이 문자를 주고 받는 등 서로 맞은 편에 앉은 승객이나 자기 앞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시선을 외면하면서도 사실은 중간 중간 계속 서로를 훔쳐보고 있는 따뜻하지는 않은 시선이 느껴집니다.

물론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게 되지요? 어떤 때는 옆에 사람이 보고 있는 신문이나 책을 함께 읽을 때도 있고,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을 세우고 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정거장을 그냥 지나칠 만큼 졸고 있을때만 빼구요.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남을(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고 나 답게 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을 살 때는 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경험 없으세요?

▼ 아래는 제가 최근에 서울 지하철에서 사온 물건들입니다.

[지난 주에 사온 음반입니다. 음질은 문제가 없어 잘 듣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 사온 이 밴드 셋트는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모양이 들어있어 편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