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새만금, 방폐장 선정 다른 해결책은 없었나?

by 이윤기 2009. 3. 18.
728x90

[서평] 박진섭,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민주화 이후 권리의식이 향상되면서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점점 더 늘어난다.

시민운동으로써 환경운동이 시작된 것을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태동한 때라고 본다면, 1993년에 이 단체가 출범하였으니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역사는 대략 15년쯤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공해추방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운동이 있었으나 보다 더 대중적인 시민운동으로 출발한 것은 199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15년 남짓한 환경운동 역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대표적인 환경 갈등 사례였던 사건은 바로 새만금간척사업과 방폐장부지 선정사업이었다.

치열한 갈등을 겪은 두 사건은 현재는 이미 일정한 결론에 도달한 상태다. 방폐장 사업은 몇 군데 후보지역에서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가 우여곡절 끝에 경주에 건립되고 있고, 새만금간척사업은 대법원 소송을 거쳐서 계속추진 중이다.

환경운동가 박진섭과 환경법학자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은 2003년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환경문제인 새만금 사건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연구한 책이다. 한 사람은 '운동가'로서 다른 한 사람은 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사건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는 과정에 같은 문제의식에 이르렀다고 한다.

▲ 이(새만금과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 갈등을 예방하거나 갈등에 따르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대중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풀어가기 위하여, "지역개발 과정에서의 환경 보전"을 주제로 새만금 간척사업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사건이라는 구체적 사례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문헌연구 대신에 두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직접 관련된 사람, 지역 주민이나 사례 추진 담당 공무원들, 환경운동가와 학자들을 인터뷰하였다.

새만금 어떤 사업이었나?

새만금간척사업은 농지확보를 목적으로 1986년, 김제, 옥구, 부안지구를 통합한 종합개발계획으로 구상되었고, 1987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더욱 구체화 되어 1991년 공사를 시작하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부안군, 김제시, 군산시에 걸쳐 있는 바다와 갯벌 4만 100헥타르를 간척하는 사업으로, 방조제 길이가 무려 33킬로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간척사업으로 꼽힌다. 이 간척사업의 애초 목적은 농지조성이었다. 갯벌을 농사지을 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새만금공사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는 것은 1998년, 김대중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김영삼 정부의 3대 부실 사업 중 하나로 새만금 사업을 지목하면서부터이다. 같은 해 감사원 특별감사에서도 70여건의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시화호 수질오염 문제가 제기되면서 새만금 수질확보 문제가 본격 제기 되었다.

  
새만금 반대 삼보일배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결국 1998년 7월, 새만금간척사업백지화를 위한 시민위원회가 결성되고, 민관공동조사를 거쳐서 2001년 정부는 친환경 사업진행, 순차적 개발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2001년 3월 200여 개 시민, 사회, 문화, 노동, 종교 조직이 모여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를 결성하여 10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한 반대운동을 벌이며, 2003년 3월부터 5월까지의 '삼보일배'에서 절정에 이른다.

2003년 법정으로 옮겨간 새만금 논쟁은 서울행정법원, 고등법원을 거친 후 2006년 3월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결정이 내려지고, 2006년 4월 21일 최종물막이 공사가 완료되었다.

새만금 사업의 쟁점은 ① 경제성으로 보아 농지를 조성하는 것이 옳은가? ② 갯벌을 그대로 두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것이 아닌가? ③ 매립이 생태환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2007년 11월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당초 목적인 농지조성이 아닌 '외자와 외자기업 투자유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갖춘 성장거점 지역으로의 육성' 이라는 새 목적을 부여받게 되었다.

부안 방폐장은 어떤 사업이었나?

"2007년말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총 20기로 시설용량은 1978년에 비해 30.2배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전체 전력발전량의 36.5퍼센트를 차지한다."(본문 중에서)

원자력 발전소는 필연적으로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1980년대 중반 이래 원자력발전으로 배출된 방사능폐기물의 안전한 처리가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1988년 경북 영덕군을 비롯한 3개 지역을, 1990년에는 안면도를, 1994년에는 인천 굴업도를 방폐장 부지로 선정하였으나 주민 반대로 모두 실패하였다.  

  
부안 핵폐기장 반대 집회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정부는 약 15년동안  방폐장 부지 선정에 실패하자 3000억 지원과 한수원 본사 이전을 약속하는 등 지원 확대 정책을 펼쳤다. 이른바 부안 방폐장 사태는 2003년 5월 부안군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면 대규모 특별지원금을 주민에게 지원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위도주민들은 '위도주민방폐장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2003년 5월 13일에 전체주민 73.5퍼센트의 서명을 받아 부안군의회에 방폐장 유치를 청원했다. 유치위원회의 활동과 정부의 방폐장부지 선정에 관한 설명회 개최 등 관련조치가 본격화되자, 7월 2일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소 추방 범 부안대책위원회가 34개 부안군 종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발족되어 방폐장 유치 반대운동을 전개했다."(본문 중에서)

'부안사태'는 부안군의회에서의 방폐장 유치 청원이 부결되고, 다수 주민이 반대하는데도 부안군수가 일방적으로 방폐장 유치신청을 함으로써 촉발되었다. 군수의 독단적인 유치신청으로 1만 명이 참가하는 '핵폐기장 백지화와 군수퇴진 결의대회'가 열리고, 경찰과 주민이 충돌하여 100여 명이 부상, 50여 명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 사건은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인적, 물적 피해를 낳은 사건이었다. (부안군 인구가 7만여 명인데) 2003년 7월 11일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180여회 지속된 핵폐기장 백지화 시위와 촛불집회(183)회)에 참석한 사람은 연인원 22만 명에 이른다."(본문 중에서)

해상시위, 차량 시위을 비롯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운동, 정부와의 여러 차례 대화 무산 등 우여곡절 끝에 2004년 2월 14일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72.4%가 투표에 참여하여, 91.8%가 반대하는 결과가 나오고, 마침내 그 해 9월 정부는 부안방폐장 백지화 선언을 내놓게 된다.

환경갈등이 일어나고 증폭되는 원인

"정부와 지역주민의 갈등구조를 보면 정부는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주민들은 정부가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지역주민들이 합리적인 방안을 이해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극단의 투쟁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본문 중에서)

"정부는 주민들이 정부의 계획을 진지하게 듣지 않고 집회나 시위 등 힘의 논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불신을 내비쳤다. 주민들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정부정책에 저항한다고 본 것이다."(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이런 불신과 갈등의 원인, 그리고 갈등이 더 증폭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① 부정확한 정보를 부정직하게 흘리고, '카더라'식 소문이나 언론의 비공식 확인에 근거한 기사로 주민 반응을 알아보는 것은 갈등을 키우는 원인이다.
② 주민대상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지 않거나 요식행위로 거치면 갈등이 증폭된다.
③ 주민과 환경단체에 의해서 정부가 비밀에 부친 정보가 공개되면 불신이 증폭된다.
④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전문가를 동원하여 설득하려는 공청회는 실패한다.
⑤ 지역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최악의 행위이다.
⑥ 전문가보다 갈등의 당사자가 지긋지긋 하도록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⑦ 외국에선 30~40년이 넘는 숙의 과정을 통해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⑧ 객관적이고 과학적 결과만 있으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⑨ 주민에게 설명을 들을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⑩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의논하자고 하는 것은 갈등만 더 증폭시킨다.
⑪ 정치적 계산이 개입하면 합리적 논쟁이 되지 않는다.
⑫ 객관적이고 순수하고 공정한 전문가는 없다.
⑬ 주민의 반대에 응답하지 않으면 갈등은 증폭되고 반대는 더 과격해진다.

갈등해결, 주민투표가 최선의 대안 아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을 쓴 박진섭, 소병천은 합리적인 주민의사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주민투표가 최선의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국가 중대사안이나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에 선출된 대표에게만 위임하지 않고,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묻는 것이 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투표 역시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는 부재자투표이고, 둘째는 주민투표 발의를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주민대상(주민투표 범위와 주체)의 문제이다."(본문 중에서)

환경 피해 예상 지역을 설정할 때는 매우 엄격한 규정을 두면서 투표 범위와 주체를 정할 때는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 특히, 선거가 승자 독식이듯 투표 역시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 투표 이전에 반드시 충분한 토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찬성, 반대가 동수로 참여한 민관조사단의 한계

지은이들은 새만금민관공동조사단은 '대화를 통해 환경갈등 해결을 시도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였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였다고 평가한다. 1년 8개월 남짓한 공동조사단 활동은 결국 실패하였는데, "마치 두 사람이 같은 줄자를 들고 안방에서 거실까지 거리를 재는데 두 가지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온 격"이었다고 한다.

민관공동조사단 활동으로 가치관에 따라서 과학적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으며, 모델링 변수 차이,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 차이,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 차이 등으로 양쪽의 입장이 확연하게 달랐다는 것.

특히, 민관조사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자신을 추천한 단체에 대한 소속감을 넘어서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소속감 때문에,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신념의 문제이고 밥벌이의 문제였기 때문에 결코 객관적인 제 3자가 아닌 이해당사자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 당사자 동수가 모여 앉아 갈등 해결은커녕 합의에도 이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만금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통해서 각각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가졌던 우리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지은이들은 정부를 향하여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환경영향 평가는 사업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과 같은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며, 누구를 위한 환경보전인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피해를 입는 지역과 이익을 얻는 지역이 서로 다르면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

절반의 성공, 절반이상의 실패

아울러, 지역을 바탕으로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개발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반대 측 주장의 장점을 살리는 지역 발전 정책을 세우는 데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환경단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그리고 정부와 환경 단체 모두 '도 아니면 모'가 아닌 개, 걸, 윷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만금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연구한 지은이들은 이 두 사건을 '절반의 성공, 절반 이상의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패를 만회하는 대안은 소통에 있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결론에 해당된다.

"자연과의 공존 사상,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전, 인간의 현명한 이용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는 소통이다. 자연과의, 미래세대와의, 현세대간의 소통 목적은 자연 이용의 적정성에 합의하자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소통, 현세대간의 소통 그리고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그리고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보전과 개발의 방법론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섭,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은 환경 갈등, 정책 갈등으로 대립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끝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여러 가지 정책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광우병쇠고기 수입, 한반도 대운하, 미디어관련법 개정 등이 모두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에 비춰 보면, 모두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지도자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들이 '새만금'과 '방폐장' 사건에서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는건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728x9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