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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스포츠단 일기

위험해서 안전한 놀이터...더 즐거운 아이들

by 이윤기 2017.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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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산YMCA 유아대안학교 아기스포츠단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전해드리려고 <아기스포츠단 일기>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두 번째 포스팅은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의 세줄 건너기 놀이 이야기입니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더니 "아이들이 유격 훈련을 시키는거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이 사진을 보면서 가장 먼저 군대 유격 훈련을 떠올렸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힘든 훈련이 아니라 신기하고 즐거운 놀이일 뿐입니다. 


체육 선생님과 일곱 살 담임 선생님 두 분이 밧줄을 가지고 아이들과 놀 수 있는 방법을 이것저것 많이 공부하고 있는데, 첫 번째 작품으로 아스단 마당에 세 줄 건너기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유난히 눈에 띄는 물건이 있는데 바로 뒤집어 엎어 놓은 대형 고무다라입니다. 저는 처음 놀이터를 보고 세 줄 건너기 놀이터보다 줄을 타기위해 밟고 올라가는 고무다라를 보고 더 많이 웃었습니다. 




아스단 마당에 세 줄 건너기 밧줄을 설치하였더니 처음엔 아이들이 어리둥절하였습니다. 원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그네와 거꾸로 오르기 그리고 미끄럼틀이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도 낯선 놀이기구를 경계하였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용감한 녀석들이 먼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세 줄 건너기를 시도하는 것을 지켜보더니 모두 "나도 하고 싶다"며 줄을 서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아스단 전체에 소문이 났습니다. 아스단 마당에 재미있는 게 생겼다고 말입니다. 


금요일 낮에 세 줄 건너기 놀이터를 설치 했는데, 이 날 체육수업이 없었던 다섯 살 한 반, 일곱 살 한 반 은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주말 동안 세 줄 놀이터가 사라질까봐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선생님들에게 "월요일까지 안 치울꺼죠?"하고 묻고 다녔습니다. 


이날 세 줄 건너기 놀이를 하고 집에 간 아이들도 가족들에게" YMCA에 새로운 놀이기구가 생겼다"고 "엄청 재미있다"고 자랑을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그날 저녁 엄마를 따라 반모임에 온 친구들도 밤이 늦었지만 집에 갈 생각을 않고 세 줄 건너기 놀이에 열중하였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는 만나는 기쁨에도 들떴지만, 조금 어려운 놀이를 해내는 재미도 아주 컸던 모양입니다. 흔들리는 줄을 두 손으로 잡고 역시 흔들리는 외줄을 건너는 동안에도 신이나서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유격 훈련의 세 줄 건너기가 두려운 훈련이었던 것은 줄을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계곡 같은 곳을 건넜기 때문인데, 불과 40센티 미터 높이에 설치된 줄을 건너는 일은 재미있는 모험놀이였습니다. 


처음엔 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건너던 아이들이 한 번도 아래로 발을 딛지 않고 줄을 건널 수 있게 익숙해진 후에는 일부러 땅에 떨어지기도 하고 조금 더 담이 센 녀석들이 먼저 줄을 흔기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줄 타기 놀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냥 줄을 건너는 것으로는 시시했던지 줄 위에 올라서서 아래 위로 줄을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부터 탄성이 있던 줄이라 아래 위로 탄력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하루 종일 출렁 다리처름 굴리고 다닌 후에는 여러 명이 줄 위에 올라서면 땅 바닥 가까이까지 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세 줄 건너기 놀이터를 만들 때는 일곱 살 아이들에게 적합한 놀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섯 살 아이들도 너무 신나게 놀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이들에게 위험한 놀이를 시키는게 아니가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들도 위험해 보이는 놀이를 할 때는 훨씬 더 조심하게 됩니다. 


사실 아이들이 놀다 다치는 경우는 익숙한 곳, 위험하지 않은 곳에서 방심하게 될 때가 대부분입니다. 안전한 공간에서 안전한 놀이를 할 때는 위험에 대비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해지는 것이지요. 적당한 위험이 있는 놀이터가 더 안전한 놀이터가 되는 것입니다. 


놀이운동가인 편해문 선생님은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는 책까지 썼더군요. 다음 주에는 조금 위험해서 더 재미있는 놀이, 조금 위험해서 더 조심하는 놀이 2탄이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