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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5년 무사고 자전거 운전...당해보니 아찔했다

by 이윤기 2017.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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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후배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1톤 화물 트럭에 부딪히는 소형(?)사고를 당했습니다. 1톤 화물 트럭에 부딪혔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으면 대형사고가 났겠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다행히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기에 소형사고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 번 사고를 당하고 나니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 느끼는 불안감이 훨씬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는 사고가 났던 그 길을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였으니 자전거 운전 경력만 45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슈퍼마켓 짐 자전거로 처음 자전거를 배웠고, 신사용 자전거와 어린이 자전거를 두루 섭렵하였으며, 10여 년 전부터 MTB와 로드는 스포츠 레저용으로 미니벨로는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긴 세월 자전거를 탔습니다만, 제가 기억하는 사고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무렵 짐자전거로 배웠기 때문에 정지 후에 착지가 제대로 안 되어 수없이 넘어졌고, 삼촌이 타시던 신사용 자전거를 타고 양장점 쇼윈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기억납니다.


그 후엔 내 키만큼 되는 많은 짐을 싣고도 곧잘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45년 무사고 운전 경력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만, 지난 일요일 1톤 트럭에 부딪히는 생애 가장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승용차와 승합차 운전 경력까지 포함해도 교통사고로 몸을 다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45년 무사고 자전거 운전 경력... 당해보니 아찔했다


1톤 트럭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자동차 아래로 깔렸습니다만, 다행히 차 바퀴가 저를 지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엔 클릿 슈즈가 끼어서 다리라도 부러진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종아리, 대퇴부, 팔꿈치, 손목, 등에 찰과상만 심하게 입었더군요.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해놓고 보험사 직원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왜 사고가 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날은 마산에서 자전거를 타고 저도 연육교까지 약 24km를 왕복할 계획이었는데, 백년찻집이 있는 오르막 구간 업힐(언덕 오르기)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이 길은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는 곳이라 자동차와 함께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달려야 하는 구간이라서 자전거도 자동차도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대체로 많은 운전자들이 자전거가 지나가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거나 자동차 도로라도 차선이 많은 경우에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경합하거나 경쟁하는 일이 많이 없습니다만, 편도 1차로 도로에서는 특히 자전거와 자동차의 간섭이 많이 일어납니다. 이때 자전거를 대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태도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1) 교통 약자인 자전거가 가고 있으니 서행하면서 안전 운전을 한다.

2) 느림보 자전거가 가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추월해서 지나가야 한다. 

3) 재수 없게 느림보 자전거가 도로를 다니는 것이 못마땅해 경음기를 울리거나 자전거 가까이 바짝 붙어 지나가며 겁을 주거나 디젤 차량의 경우 매연을 뿜고 지나간다.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대하는 세 가지 유형


1번과 3번 태도를 가진 운전자는 흔치 않습니다. 1번의 경우는 운전자가 자전거를 많이 타는 사람이거나 보행자나 자전거를 우선해야 한다는 바람직한 인식을 가진 소수뿐입니다. 3번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도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더러 만나게 됩니다.


신호 대기 후에 자전거가 늦게 출발하는 경우, 자전거 때문에 가장자리 차선을 신속하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 자전거 때문에 서행해야 하는 경우에 경음기를 울려대는 운전자는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유형입니다.


그중에 좀 더 난폭한 사람들은 자동차를 자전거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위협하는 경우인데, 버스 기사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특히 버스 승강장 진입과 진출에 방해가 되는 자전거를 만나면 보복(?)운전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디젤 차량 운전자들의 보복 수단 중에는 경음기 때신 매연을 뿜고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 매연을 뿜고 가버리면 욕이 저절로 튀어나온답니다. 물론 경음기를 울리면서 가까이 붙어 위협하고 매연까지 뿜고 가버리는 못된 운전자들도 있지요.


저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도 자주 경험하는 일이지만, 지난 8년 동안 매년 여름 200여 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7박 8일 일정으로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니면서 만난 운전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느린 속도로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만 보면 불쾌감을 표시하고 추월을 못 해 안달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자동차보다 느린 소형 스쿠터를 타고 가도 이런 경험을 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걸 보면 한 마디로 교통약자(보행자, 자전거, 소형스쿠터)에 대한 공격적 성향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경험하는 가장 많은 유형은 최대한 빨리 추월해서 가려는 2번 유형 운전자들입니다. 어떨 때는 2번 유형이 3번 유형보다 더 위험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편도 1차로의 경우 추월을 위해서 아무 신호도 없이 중앙선을 넘어갔다 돌아오기도 하고, 자전거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바로 이런 유형의 운전자에게 사고를 당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헬멧을 쓰고 있어서 머리를 다치지는 않았고, 곡선 구간이라 자동차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는 타이밍이 늦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사고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운전자 여러분. 자전거 만나면 속도 좀 줄이고, 천천히 추월하세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절망 아찔한 상황이었더군요. 운전자가 조금만 브레이크를 늦게 밟았다거나 자동차 속도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차에 깔렸을 수도 있고, 도로 바깥쪽 낭떠러지 쪽으로 날아갔을 수도 있었겠지요.


사고가 날 때 여섯 명이 함께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오르막 구간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제 뒤쪽에서 오르막을 달려오던 1톤 화물트럭이 제 뒤쪽으로 와서 부딪쳤습니다. 편도 1차선도 도로 폭이 좁은 구간이었는데, 추월하려고 중앙선을 넘다가 맞은편 차선에 차가 내려오니 다시 도로 가장자리로 되돌아 나오면서 제가 탄 자전거와 부딪친 것이지요.


자전거와 자동차가 부딪치는 사고는 흔히 자동차가 자전거를 추월하는 중에 자주 일어납니다. 따라서 자전거와 자동차가 부딪치는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추월할 때 최대한 자전거를 보호하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때는 달리는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고 자전거를 추월하는 자동차를 만날 때입니다. 제 사고도 비슷한 경우였는데, 대부분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나 보행자를 추월할 때 속도를 낮추지 않더군요. 달리던 속도 그대로 달리다가 보행자나 자전거와 부딪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자동차의 자전거 추월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자전거 추월 시 주의 의무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많은 운전자들이 횡단보도를 만나면 '우선멈춤'을 하는 것처럼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만났을 때도 먼저 주행 속도를 절반으로 줄여서 '우선멈춤'을 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추월하는 교통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