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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경남에선 보험금 신청 안돼...부산까지 가실래요?

by 이윤기 2018.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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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에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든다고 하지만, 팔순이 넘은 제 어머니의 경우는 자주 찾아오는 보험 판매원과의 인간적인 '정' 때문에 여러 보험에 가입하였다고 하십니다. 노점상을 하시면서 늘 현금을 가지고 계신 것도 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한 두달 쯤 전에 'K** 생명보험'에서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와 "보험금을 찾아가라"는 안내를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나이 든 어머니는 자신이 가입했던 보험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전화가 걸려온 탓에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하시더군요. 


"보이스피싱인줄 알고 끊어버렸다"


어머니가 20년 전에 가입했던 보험사는 그 동안 주인도 바뀌고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바뀐 회사 이름이 낯설어 기억에 잘 남지 않았던 것이지요. 며칠 후 어머니께 보험 가입을 권유했던 판매원과 우연히 만나서 전화왔던 이야기를 했더니 "만 80세가 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이 맞다"고 하더랍니다. 


결국 어머니는 자식 중에서 가장 눈이 밝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전화를 하셨더군요. "애비야 내가 젊었을 때 보험 가입해 둔게 있는데, 80세가 되면 주는게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좀 알아보고 보험금 좀 찾아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개인정보보호가 지금처럼 철저하지 않을 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만, 지금은 본인이 아니면 아무 것도 확인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 공인인증서가 있으면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 "공인인증서가 없으시냐?"고 반문 하더군요. 


아무튼 콜센터 상담원을 통해 제 개인 정보와 어머니 개인 정보를 모두 알려주고, '보험 상품이나 금액을 알려주지는 않는 대신 단순히 만 80세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만 겨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남에 있는 9개 지점에서는 보험금 지급 안된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보험금을 찾으러 가야하니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지점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확인차 상담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가봐야 보험금 신청도 안 될 꺼고 제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지점을 방문해야 되겠지요? 마산에는 지점이 어디 있습니까?"


"고객님 지점에서는 보험금 지급 신청이 안 됩니다. 저희 금융 프라자를 방문하셔야 하는데 창원에 금융 프라자가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한 참 후에) "많이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고객님 창원에는 저희 금융 프라자가 없습니다. 가까운 금융 프라자가 부산에 있습니다. 주소를 알려드릴까요?"


"아니 창원에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구요. 그럼 경남 전체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곳이 없고 부산까지 가야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보험 가입 계약은 방문 판매원까지 보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도록 해놓고 막상 보험금을 지급 받으려고 하니 50km나 떨어진 부산까지 가서 신청 하라니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히더군요. 



KOO 보험회사 홈페이지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상담원이 말했던 '금융프라자'는 부산 경남을 통틀어 부산에 딱 1곳 뿐이었습니다. 경남에 9개, 부산에 9개 울산에 1개 지점이 있지만 금융프라자는 부산에만 있었습니다. 다른 광역 시도를 찾와봐도 사정이 다르지 않더군요. 


너무 화가 나서 상담원에게 따졌습니다. 


"이건 말이 안된다. 어떻게 경남 도내에 금융프라자가 1곳도 없는데 지점에서는 보험금 청구도 할 수 없고, 부산까지 가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


"고객님, 인터넷으로 보험금 신청을 하시면 더 간단하게 처리 하실 수 있습니다."


"80넘은 할머니가 공인인증서가 어디 있나요? 공인인증서 만들려면 은행에 가야하고 수수료도 내야하고 아이디, 비밀번호 다 있어야 하는데 그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홈페이지에서 처리할 수 있는데....그게 어떻게 간단한 일인가요?"


(상담원은 대답을 못하더군요)......(침묵)


"저는 어머니 모시고 부산까지 갈 수 없고, 가고 싶지도 않으니 창원에 있는 지점에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주세요?"


"고객님 예전에는 지점에서 처리가 가능한 업무였습니다만, 지금은 금융프라자에서만 가능합니다. 부산까지 가시는게 너무 머신가요?"


"아니 지점을 방문해서 서류를 작성할테니 그걸 금융프라자로 보내주시면 될 꺼 아닙니까? 며칠 시간이 걸려도 그 정도는 해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


(안절부절하며) 고객님 예전에는 지점에서 가능한 업부였습니다만, 지금은 금융프라자에서만 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자꾸 죄송하다고 할 일이 아니구요. 부산까지 안 가면 보험금 지급 청구를 할 수 없다는 회사 방침을 그대로 둘 수가 없으니 센터장이나 다른 분들과 의논해서 방법을 찾아주세요. 방법을 찾아서 다시 전화해주세요."


상담원 이름과 전화 통화했던 시간을 메모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늦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창원에 있는 지점에서는 보험급 지급 신청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던 상담원이 자기가 잘못 알았다고 하더군요. 


"제가 잘 못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끝까지 확인하지 않았으면 어쩔뻔?


미안하다고 여러 번 이야기 하고나서 "자신이 잘못 알았다"고 "업무 착오"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부산에 있는 금융프라자를 방문하면 즉시 보험금 지급이 되지만, 지점에서 신청하면 "며칠 후에 계좌로 입금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고, 상담원만 계속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고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남는 의문이 있었지요. 정말 상담원이 잘못 알았던 것일까? 아니면 조목조목 따지고 드니까 귀찮아서 처리해주겠다는 것일까?


며칠 후에 다시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다른 상담원에게 확인을 해봤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지점에 방문하면 중간 지급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지 물어보았더니, "신분증과 통장을 가지고 오면 된다"고 하더군요. 


앞서 상담했던 상담원의 단순 실수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없었던 일로 하려다가 일단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만약 상담원의 말만 곧이 곧대로 믿었으면 저도 부산까지 갈뻔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