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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은 위험한 병 아니지만 불치병"

by 이윤기 2018.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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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일기②] 주사 맞고 약 먹으니 좀 나아지는 듯하더니...

 

첫 번째 통풍 발작이 일어난 다음 날, 휴가를 내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습니다. 전날 해 둔 피검사 결과도 얼른 확인하고 싶었지만 밤새 통증이 더 심해지고 발이 퉁퉁 부어 올라 그냥 참고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증상만으로도 이미 통풍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만,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통풍 치료가 시작될 것 같아 시계만 바라보고 있다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집 근처 병원이었지만 한 발짝 한 발짝 걷는 것도 그야말로 고통이었습니다. 1층에서 2층 진료실로 갈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야했습니다. 발목 인대를 다쳤을 때보다 훨씬 걷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전날 진료 예약을 하였더니 예약 시간에 맞춰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밤새 찾아 온 엄청난 통증을 경험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통풍'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만, '통풍'이 확실하다는 의사의 한 마디로 공식적인 '통풍 환자'가 되었습니다.

 

"통풍 맞습니다. 요산 수치가 정상보다 훨씬 높게(10) 나왔습니다. 어제 피검사 해보시길 잘하셨네요(피검사는 의사가 권한 것이 아니라 제가 자청해서 받았습니다). 통풍은 아주 위험한 병은 아니지만 아주 불편한 병입니다."

 

"인터넷 검색해봐도 아시겠지만 통풍은 완치가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통풍 체질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방해드리는 약 꾸준히 드시고, 술과 고기 같은 육류는 피하시기 바랍니다. 통풍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은 널리 알려져 있으니 통풍에 나쁜 음식은 가급적 드시지 마세요. 꾸준히 관리하면서 평생 동안 관리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오늘은 우선 통풍약과 염증 치료약, 진통제를 처방해 드릴게요. 통증이 심하시니 오늘은 주사를 맞고 가시고요. 하루 세 번 빠짐없이 약을 드시고 일주일 후에 다시 오셔서 피검사 해보겠습니다."

 

병원에서 주사 처방을 받고 휴가를 내고 집으로 와서 약을 먹고 하루를 푹 쉬었습니다. 하룻밤 자고 났더니 붓기가 많이 빠지고 통증도 훨씬 줄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왼쪽 발을 걸을 때마다 통증이 지속되었습니다.

 

 

급성 통풍 발작은 약 먹으면 2~3일만에 가라 앉지만...

 

이틀은 약을 먹고 쉬었습니다. 사흘이 지나자 약간 절뚝거리면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계속 집에서 쉬고 있을 형편이 못되어 출근을 하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더군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젠 '통풍 체질'이 되었고, 통풍은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 하니 남은 인생은 통풍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숙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행히 통풍 환자에게 적합한 식이요법은 모두 저에게 잘 맞는 것이었습니다.

 

불가피하게 지난 2년간 채식을 포기하였는데, 첫 번째 통풍 발작이 일어난 후에 '고기'를 끊었습니다. 원래부터 술을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술 자리에서 술을 권하는 사람이 있으면, "죄송합니다. 제가 통풍이 와서 약을 먹고 있습니다"라고 말씀 드리면 쉽게 배려해주십니다.

 

고기를 안 먹는 일도 쉬워졌습니다. 전에는 모임이나 회식에 가서 고기를 안 먹으면 꼭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고기를 안 먹느냐고요. '채식주의자'라고 대답하면, 저의 채식이 잘못된 식습관이고 잘못된 지식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름 오래 채식 공부를 많이 하였기 때문에 '음식(영양)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거나 '채식이 건강에 꼭 좋은 건 아니다'라는 주장들은 모두 반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반박하는 것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때도 있고, 제가 더 피로감을 느낄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풍 발작을 경험한 후로는 응대가 좀 편해졌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고기를 안 먹을 때도, "아 제가 통풍이 와서 고기는 좀 피하려고 합니다" 하고 말하면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통풍이 엄청나게 아픈 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파서 '통풍'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통증이 심하게 찾아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증, 혹은 이불만 스쳐도 아픈 통증"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밤에 깊은 잠을 잘 수 없는 묵직하고 찌릿한 통증은 충분히 경험하였습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최근 들어 통풍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0~2016년) 통풍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68% 증가(22만 1816명→37만 2710명)하였답니다.

 

남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연령별로는 20대 5%, 30대 16%, 40대 23%, 50대 24%로 30대부터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더군요.  오십 대인 제 나이 사람들의 발병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막상 제가 통풍 환자가 되고보니 주변 지인들 중에도 통풍 환자가 여럿이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통풍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모인 카페를 검색해봤더니, 회원이 1만8000명이 훨씬 넘는 카페도 있었습니다. 뭔가 좋은 치료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 게시물을 읽어봤습니다만, 모두 뚜렷한 완치 방법이 없어 고생을 하고 있더군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도, 이미 여러 해 통풍으로 고통 받고 있는 통풍 카페 환자들도 한결 같이 '완치는 없다'고 하더군요. "당장 죽지는 않지만 영원히 낫지도 않는다,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더 자주 발작이 일어나고 더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고 하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통풍 발작 시작 후 이튿날, 아침 일찍 병원에서 주사 처방을 받고 약을 먹었더니 오후가 되면서 한결 통증이 가라앉았습니다. 이틀, 사흘 꾸준히 약을 먹는 동안 붓기도 빠지고 통증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열흘쯤 지났을 때 또 다시 작은 '발작'이 찾아왔습니다.

 

컨디션이 좀 괜찮다 싶어 산책을 좀 길게 하였던 것이 화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벚꽃이 활짝 핀 날 가족들과 2km 남짓한 길을 걸으며 꽃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발바닥 쪽에 염증이 남아 있어 약간 절뚝거리기는 하였지만,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은 아니어서 기분 좋게 꽃 길을 걸었습니다.

 

그날 오후부터 발이 좀 찌릿찌릿하더니 병원에서 처방해 준 통풍약을 먹었는데도 밤부터 다시 발이 붓고 통증이 몰려왔습니다. 약을 먹고 있었던 때문인지 첫 발작 같은 심한 고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발작을 경험해봤던 터라 미루지 않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피검사를 해봤는데, 요산 수치는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발작이 왔네요. 일단 오늘은 주사를 한 번 더 맞으시구요. 사흘 정도 오늘 처방해 드리는 약 드시고 통증이 가라 앉으면 요산수치 낮추는 약만 드시면 됩니다. 혹시 통증이 계속되면 다시 오시구요. 아니면 2주 후에 오셔서 다시 피검사 해보겠습니다."

 

하루 세 번 먹던 통풍 약을 두 번으로 줄일 때도 일시적인 통증이 찾아왔습니다만, 주사 맞고 사흘 정도 약을 먹은 후에는 다시 통증이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발은 계속해서 찌릿찌릿하고 발바닥 쪽에도 염증이 남아 있어 걸어다니는 것이 썩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갑자기 무릎이 심하게 아프기도 하였고, 어떤 날은 끊어질 것처럼 허리가 아프기도 하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배워 두었던 요가 동작을 하면서 통증을 완화시키기는 하였지만 불쾌한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통증이 모두 통풍이 원인이었는지도 확실치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