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집에서 죽고 싶다던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728x90

1940년 6월 8일에 태어나 지난 3월 28일 세상을 떠난 제 아버지의 삶을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아버지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셨고, 세상 사람들이 기억 할 만한 남다른 삶을 살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식이 아니면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소박한 삶 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마지막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필부의 삶이지만 자식이라도 기억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정리하면서 진행한 마지막 저와 아버지의 인터뷰 어머니와 가족들의 기억을 모아 필부로 살았다 간 아버지의 삶을 기록해 둡니다. 

 

지난 봄 팔십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초라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었습니다. 오십 중반(지금 제 나이) 무렵만 하여도 당신이 죽으면 장례도 집에서 치르고, 죽음도 집에서 맞이하고 싶다고 하셨지만, 몇 년 후에 생각해보니 자식들이 너무 번거롭겠다며 장례 병원이나 전문 장례식장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을 바꾸셨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 만큼은 오랜 세월을 지냈 던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바라는대로 30여년 넘게 살았던  집에서 공교롭게도 평생 늘 잠에서 깨던 그 새벽 시간에 어머니와 저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습니다. 설날(음녁) 연휴를 지내고나서 급격하게 기력이 떨어진 아버지는 죽음을 예감하였는지, 한사코 병원 입원을 '거부'하였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병원에 입원하고 나면 의사 승낙없이 "마음대로 집에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15년 폐수술을 받고 나서 몇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였는데, 그때마다 퇴원을 결정하는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의사'였습니다. 바로 그 경험 때문에 아내와 자식들의 거듭된 병원 입원 제안을 거부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입원 거부... 죽음을 준비하였던 아버지 

 

아울러 아버지는 집에서 임종을 준비하는 동안 여러 차례 "입원해 있을 때 간병하는 사람들이 환자, 특히 중환자 일수록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꼭 집에서 떠나야겠다"고 더 굳게 마음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말을 못하는 환자도 말은 다 알아 들을텐데...푸념하듯이 하는 말들이 너무 험하더라"는 이야기도 하시더군요. 

 

사실 제 아버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2014년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 60.2%는 집에서 죽음을 맞길 희망하지만 실제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국민은 14.4%(2017년 통계청)에 그친다. 국민 76.2%는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아버지가 오랫 동안 병석에 계셨다면 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모시지 않고 임종을 집에서 맞이할 수 있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설날 연휴를 보내고 병석에 누운 아버지는 이때부터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였던지 평생의 동반자였던 아내에게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곁에서 함께 있어 달라"고 하셨고, 여동생과 저에게도 당분간 자주 집에 들러달라고 하였습니다. 

 

설을 쇠고 건강히 악화되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대략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장기 출장을 피하고 하루 한 번 이상은 아버지를 보러 집에 들렀습니다. 처음엔 쑥뜸을 뜨 달라고 하였지만 한 달 가까이 지나도 더 이상 차도가 없자 그 마저 그만 두었습니다. 떠나시기 보름 전 쯤엔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저를 불러 놓고 임종을 준비해 달라는 이야기도 하였고, 손자, 손녀도 불러 모두 만났습니다. 

 

관장으로 몸을 깨끗히 비우고 떠난 아버지

 

임종 전 보름 가까이는 거동을 못하였고 대소변을 보러 화장실로 갈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일주일 쯤은 환자용 기저귀를 사용하셨지요. 먹지 못하니 배출도 되지 않았고  속이 답답하다며 마지막 1주일 동안은 매일 관장을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물과 꿀물 이외의 다른 음식은 드시지 않으면서 관장을 매일 하였기 때문에 처음엔 변이 나왔지만 나중엔 관장을 해도 물만 나오더군요. 결과적으로 몸 속까지 깨끗히 비우고 떠나신 샘입니다. 

 

별로 아내와 자식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는데도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은 후에는 여러 차례 "내가 빨리 떠나야 하는데 왜 이리 숨이 안 멈추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희를 너무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자주하였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24시간 아버지를 수발했던 어머니나 퇴근 후에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잠을 잤던 형제들 누구도 힘든 내색이 없었는데도 아버지는 그런 말씀 하시더군요. 

 

자신의 죽음 맞이가 자식들에게 '폐'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였던 것 같습니다. 평생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넉넉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노후에도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도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도 늘 품고 계셨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다 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떠나 후에 생각해보니 평소 뜻대로 집에서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해 드린 것이 다행스러웠습니다. 사실 병원으로 모시고 가려고 몇 차례나 권유했던 것은 병원 치료를 받으면 회복 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기 때문인데, 입원을 거절한 아버지는 병원 치료가 소용없다고 판단하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렇게 먼저 떠나고 나면 남은 너희 엄마가 걱정이다."

 

떠나실 때까지 가장 큰 걱정은 어머니를 혼자두고 떠나셔야 한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고 나면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자식들에게 더 많이 의지해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너희 엄마가 혼자서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 아파트도 아니고 20년 넘은 주택이라서 손 가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내가 떠나고 나면 너희들을 많이 귀찮게 할 거다." 하는 말을 여러 번 하셨지요. 

 

평생 건축 일을 해 온 아버지는 웬만한 집 수리를 직접하였고 어머니가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늘 신경써서 관리하였습니다. 봄에 떠날 것을 예감하셨는지, 작년 추석 연휴 기간에 비어 있는 2층에 있던 오래된 세간살이를 모두 정리하도록 하셨습니다. 1톤 트럭 한 대가 넘는 낡은 세간살이들을 그 때 정리하였답니다. 

 

마지막 집 수리도 그 무렵에 하였습니다. 당장 비가 새는 것 도 아니었는데,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방수 공사를 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추석 연휴를 끼워 옥상 방수공사를 시켰습니다. 저와 건축자재 판매상을 하는 매제가 여러 날 작업을 하고, 은퇴 할 때까지 건축 일을 같이 하였던 후배를 불러 배수관 공사까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올해 몇 차례 태풍을 지나보내면서 옥상을 살펴보러 올라 갈 때마다 그 때 아버지가 이렇게 방수공사를 해두고 떠나서 아무 피해도 없고 걱정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기력이 쇠하여 옥상까지 올라갈 수 없으면서도 고집스럽게 방수 공사를 하도록 한 것도 당신이 떠난 후에 아내와 자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일겁니다. 

 

아버지가 떠난 지 다섯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아직 아버지의 부재를 잘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아버지가 그 만큼 여러 가지 '단도리'를 다 해두고 떠나셨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728x90






Trackback 0 Comment 4
  1. 아웃룩 2019.08.21 16:26 address edit & del reply

    삼가 부친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2. H_A_N_S 2019.08.21 20: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버님을 추모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좋은 곳에서 남은 가족들을 응원하시면서 편하게 계시리라 믿습니다.

  3. jshin86 2019.08.22 02: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먼저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참으로 자상하시고 현명하신 아버님 이셨던거 같읍니다.

  4. 양정임 2019.09.15 18:01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추석 친정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아버님께서 아버지 어머니 납골당 예약하신 증명서를 보여 주셨습니다.
    자식들한테 피해 주지 않으시려고 직접 신청하셨는데 그 상상도 못할 만큼의 쓸쓸함을 생각하니 죄송함에 몸둘바를 모르겠었습니다.
    얼마나 허망하셨을지 외로우셨을지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사진을 폰으로 찍은 후 확대현상해서 드리면 너무 좋아하셔서 이번에도 사진 찍어 인터넷 사진현상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도착하는대로 액자에 끼워서 가져다 드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
    자주 찾아 뵐 것을 남편과 얘기했습니다.
    부모님 오래 오래 사세요~

코로나-19, 자가격리 당해보셨나요?

새해부터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방송 원고를 포스팅 해 둡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 새해부터 생방송 경남에서 ..

티스토리 사이드바에 배너(사진) 넣기

티스토리 블로그에 사진(혹은 배너 광고)를 넣는 방법을 기록해둡니다. 오늘은 제 블로그 오른쪽 맨 상단처럼 광고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티스토리 <사이드바>에 이미지(배너광고)를 넣는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이미..

구글-드라이브 사진, 웹사이트에 올리기

티스토리 사이드바에 이미지(광고 배너)를 넣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티스토리 사이드바에 이미지를 넣는 방법은 <이미지 배너출력>이나 <HTML 배너출력>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서버에..

icloud 사진 D드라이브에 다운 받기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최근(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름) 윈도우용 아이클라우드를 다운로드 받는 곳이 마이크로소프트 앱스토어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은 아이클라우드는 사용하기 매우 불편합니다. 왜..

2021년 새해에는...

새해에는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하며 살려고 합니다. 지난 해 겪은 남다른 아픔이 세상을 보는 각도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시간나는 대로...시간을 만들어서 산책을 하고 틈나는 대로 더 많이 걸..

구글 설문지 <알림> 설정 하세요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단체 업무에 도입하면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도구 중 하나가 구글 설문지입니다. 구글 G메일, 구글 일정 관리와 함께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부서에서는 참가 신청서를 받을 때, 그리고 시민사업..

메일 주소 여러 개를 쉽게 관리하려면...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발급 받은 메일과 개인 메일을 동시에 사용합니다. 또 기관이나 단체의 메일도 자주체크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다음, 네이버, 구글 등에 개인 메일 주소가 있고 단체에서 발급하는 개인 메일..

구글 Meet와 OBS 연결하기

비대면 시대, 다양한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고 있고 이것 저것 시도하다보니 조금씩 새로운 프로그램도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초기 온라인 강의 영상을 녹화할 때는 HDMI 셀렉터 기계를 활용하여 2~3대의 카메라를 놓고 촬영..

DSLR 카메라 웹캠으로 사용하기

YMCA 강당에 간이 스튜디오를 마련... 코로나19, 비대면 온라인 시대, 동영상 강의 제작, 실시간 온라인 회의와 강의...그리고 토론회까지. 최근 2~3달 사이에 갑자기 영상제작과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온라인 방..

온라인 도민예산학교 구글 Meet 노트북 참여

[도민 예산 학교 참가자 안내] 12월 들어 코로나19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도민예산학교>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도민예산학교의 현장 경험을 추가하여 보완 합니다. 구글 Google Meet를 ..

온라인 도민예산학교 구글 Meet 스마트폰 참여

도민예산학교 구글 Meet 화상 회의 안내 구글 Google Meet를 사용하여 화상회의 참여는 컴퓨터(노트북)과 스마트폰 모두 가능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스마트폰으로 구글 미트 화상회의 하는 방법을 도민예산학교 참가자에 맞춰..

스마트폰을 웹캠으로 사용하기

2010년 9월 아이폰4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이란 녀석 얼마나 견고하게 만들어졌는지 지금도 아이폰4를 MP3처럼 사용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가족들이 사용하던 아이폰6도 2대..

한살림 또띠아로 채식 과일 피자 만들기

학교 급식에도 채식 식단이 마련되고 시청 공무원 급식에도 채식 식단이 준비된다고 합니다. 2000년부터 시작하여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로 10여년, 간헐적 채식주의자, 비덩 채식주의자로 어떤 때는 가급적 채식주의자로 10..

아보카도-단감 장아찌 만들기

며칠 전 창원-진영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산지인 단감으로 김치를 담궜다는 이야기를 포스팅하였습니다. 오늘은 단감 요리 시리즈 두 번째는 단감 장아찌 만들기입니다. 세상에 누가 나말고도 이런 시도를 해봤을까 싶어 인터넷을 검색..

노트북으로 구글 Meet 화상회의 참여②

구글 Google Meet를 사용하여 화상회의 참여는 컴퓨터(노트북)과 스마트폰 모두 가능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컴퓨터(노트북)으로 구글 미트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포스팅은 마산YMCA 온라인 구글 Meet 이사회 개최를..

스마트폰 구글 Meet 화상회의②

마산YMCA 온라인 이사회 개최를 위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른 회원 모임에서도 활용하시면 됩니다. 마산YMCA 이사회 - 구글 Meet 화상 회의 안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마산YMCA가 여러 회원 모임과 외부 행사..

단감 김치, 깍두기 드셔보셨나요?

제가 살고 있는 창원시 마산지역은 가을이 되면 단감을 먹을 기회가 많아집니다. 가까운 진영 단감이 유명하고, 실제로는 진영보다 더 많은 단감을 수확하는 창원 단감도 유명합니다. 창원, 진영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감 주산지 입..

Google-Meet 치명적 단점

구글 클래스룸과 구글 미트를 활용하는 온라인 회의와 온라인 토론에 관하여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널리 사용되는 온라인 회의 도구 줌과 비교하여 구글 미트의 치명적인 단점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구글 미트를 ..

스마트폰에서 JamBoard 활용하기

구글 클래스룸과 구글 Meet를 활용하여 화상 회의 뿐만 아니라 소규모 온라인 원탁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협업 도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도구로 구글 잼보드(Jamboard)를 활..

Google Workspace(G-suite) 사용자 일괄 등록 하는 법

Google Workspace(이전 명칭 G-suite) 사용자 일괄 등록 하는 법을 기록을 남겨둡니다. (다른 모든 블로그 기록처럼 시간이 지나면 까먹기 때문에... 나중에 이 포스팅을 찾아서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한 기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