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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줄 알았다"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

 

빼재(신풍령)는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에서 전라북도 무주군 무평면로 넘어가는 고갯길입니다. 빼재 터널이 생기기전에는 해발 930미터 신풍령 옛길을 넘어 무주로 갔습니다. 빼재는 '경관이 빼어난 고개'라는 우리말인데, 지금도 눈이 오면 차가 다니기 힘든 길이지만 신풍령 옛길만 있을 때는 눈이 쌓이면 김천으로 우회하여 무주에서 경남으로 가야 했습니다. 

자전거 라이딩 둘째 날은 하루 종일 해발 고도를 높이면서 달렸습니다. 해발 25미터 의령군청소년수련관에서 해발 640미터 무주토비스콘도까지 약 96.4km를 이동하였는데, 해발 700여미터인 빼재 터널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하루 동안 고도를 680여 미터나 높였습니다. 

메이란 속도계 컴퓨터 기록에 따르면 하루 종일 상승 고도는 1437미터 하강 고도는 814미터였습니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면서 고도를 1437미터나 올라가서 814미터만 내려갔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지리산 노고단 정도 높이를 자전거로 올라갔다가 해발 700여미터 높이까지 내려와 덕유산 중턱에서 하루 라이딩 일정을 마무리 한 것입니다.  하루 종일 고도를 높이면서 달렸으니  참가 청소년들은 그 만큼 힘든 여정을 보낸 것입니다.  

합천호 주변 낙타 등 코스를 달리는 청소년들

 
"난 자전거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줄 알았다"

오후 라이딩 마지막 구간을 달릴 때 자전거를 타고 빼재 터널 구간을 오르던 참가자 한 명은 "오늘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줄 알았다", "정말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속도계에 찍힌 숫자만 하늘을 향해 올라간 것이 아니라 몸도 마음도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이었던 겁니다. 

빼재 터널이 생기면서 거창에서 무주로 가는 길이 훨씬 빨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차로 가도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오르막 길입니다. 그런 고갯 길을 전문 라이더가 아닌 그냥 자전거 좀 좋아하는 평범한 청소년들이 온전히 두 다리 힘으로 자전거를 타고 넘었으니 대단한 일이지요. 

사실 의령 - 무주 구간에는 빼재터널(신풍령)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의령에서 무주까지 오는 동안 해발 212미터 아홉사리재와 해발 331미터 마령재도 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합천 호수를 따라 거창읍으로 가는 길은 낙타등을 타는 것처럼 크고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이어졌습니다. 

청소년들의 라이딩을 돕는 실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빼재터널을 넘는 것 보다 더 힘들었던 구간이 합천호를 따라 거창으로 나오는 길과 거창읍내에서 빼재터널까지 가는 긴 오르막 구간이었다고 하더군요.

자동차로 코스 답사를 하면서 합천호를 바라보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는데, 현실은 뜨거운 태양아래 낙타등을 오르내리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덕유산 빼재터널을 향해 오르막 구간을 달리는 청소년들

 
1765미터  빼재터널 지나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해발 고도를 높이면서 달리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둘째 날 라이딩은 점심 식사가 늦어져 더욱 힘든 하루였습니다. 거창군 마리면 월계리에 있는 영신교회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는데, 당초 오후 2시 도착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2시 50분에 도착하였기 때문입니다.

휴식지에서 쵸코바와 이온 음료 같은 간식을 먹었지만 늦은 점심으로 더 많이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점심 시간은 밥을 먹는 시간이지만, 자전거 타는 청소년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긴 휴식 시간이기도 합니다.
 

휴식지에서 갈증을 식히고 물을 마시는 청소년들

보통 1시간 30분 ~ 2시간 라이딩 후에 20분 ~30분 정도 쉬어가지만 점심 시간에는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날은 아홉사리재와 마령재를 넘는 오전 라이딩 시간이 길어지면서 늦은 점심을 먹었을 뿐만 아니라 여유로운 휴식도 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더욱 컸던 하루였습니다. 

오르막 구간에서 국토순례 참가 청소년들이 라이딩을 돕는 실무자들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얼마나 남았어요?"라는 질문입니다. 아니 오르막 구간이 아니어도 하루 동안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얼마나 더 가야 돼요?"하는 질문입니다.

"조금만 힘내 20분만 더 타면 된다",  "조금만 힘내자 10km만 더 타면 된다", "다 올라왔다, 100미터만 올라가면 돼"라고 응원의 마음을 담아 대답해줍니다. 하지만, 가장 많이 되돌아오는 반응은 "아까도 10km만 더 가면 된다고 했는데..." 혹은 "아까도 20분만 더 가면 된다고 했는데..."하는 볼멘 소리입니다. 
 

오르막 구간을 함께 달리는 로드 가이드와 국토순례 참가 청소년

"아까도 800미터라더니...아직도 800미터 남았다고?"

아이들이 기운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간과 거리를 조금씩 줄여 말하기도 하는데, 힘들게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은 그런 말도 짜증스러울 때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빼재터널을 향해 끌바를 하던 참가자들은 "이제 800미터 남았다, 조금만 더 힘내자"하고 격려했더니, "아까 저 밑에서도 800미터라고 하더니...여기도 800미터 남았어요?"하고 볼멘 소리를 하였습니다. 

빼재 터널 구간을 지날 때는 끌바를 하면서 고갯 길을 오르는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35도가 넘는 불볕 더위가 사그라들고 도로 위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시간이었기 때문인지, 마지막 구간이라는 안도감 때문인지 끌바를 하면서도 유쾌하게 오르막 길을 올라갔습니다. 원래 자동차 전용도로인 빼재터널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빼재터널로 진입하는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단

자전거 타고 지나 1765미터 터널을 지나다

하지만 자전거 국토순례단은  차량 통행이 적은 시간을 골라 경찰의 협조와 지원을 받아 50명씩 세번으로 나누어 빼재터널을 통과하였습니다.  무려 5년 6개월의 공사 끝에 완공된 2013년에 완공된 빼재 터널은 총연장 1765미터의 긴 터널입니다. 아마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긴 터널을 통과할 기회는 다시 경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갈 때는 금새 지나가던 터널이었지만, 시속 20km 속도의 자전거로는 끝이 안 보이는 긴 터널이었습니다. 빼재터널을 지나면 숙소까지는 내리막 구간입니다.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모두 빼재터널을 통과하여 안전하게 도착하였습니다.

 숙소인 '무주 토비스 콘도'에는 오후 6시 50분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침 8시 20분에 의령군청소년수련관을 출발하여 오후 6시 50분까지 10시간 넘게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메이란 속도계 컴퓨터로 측정한 실제 주행시간도 7시간이 넘었습니다. 무려 7시간 넘게 안장에 앉아 있었던 셈입니다. 초등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인 청소년 참가자들은 생애 가장 힘든 하루를 보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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