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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코리아닷컴 휴면계정 해제...3300원?

by 이윤기 2019.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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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메일을 언제부터 사용하셨나요? 제가 보관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메일은 2001년 11월 6일에 받은 김근태 캠프에서 받은 '사발통문' 단체 메일입니다. 코리아닷컴이 2000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기억으로는 아주 초기에 메일 계정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처음 만든 것은 1995~1996년 무렵부터 천리안을 사용하면 메일을 계정이 생겼던 것 같은데,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니 정확한 시기를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사용한 메일 주소는코리아닷컴에서 서비스하는 ymcaman@korea.com입니다. 천리안 메일을 사용하다가 당시 대세였던 한메일 대신에 코리아닷컴 메일 주소를 사용하게 된 것은 제 나름대로 코리아닷컴 메일 주소에 담은 뜻이 좋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그 무렵부터 평생 YMCA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YMCA MAN' '대한민국 YMCA 사람'이라는 뜻이 담긴 코리아닷컴 메일 주소를 만든 것입니다. 옛말에 "호랑이가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지만, 앞으로 21세기에는 "호랑이가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메일 주소를 남긴다"고 너스레를 떨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리 1년 이상 접속하지 않으면 휴면계정으로 사라지게 될 줄 짐작도 못했던 겁니다. 아울러 카카오톡을 비롯한 다양한 메신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메일 사용이 지금처럼 줄어들 줄도 몰랐습니다. 

한 때는 메일을 보냈는데 읽지 않았다는 사람을을 보면 "매일 열어보라고 메일인데, 왜 메일을 안 열어봤냐?"는 타박도 많이 했습니다담, 요즘은 저도 메일을 열어보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일이 허다합니다. 

20년 후에 지금처럼 메일이 차츰 외면 받을 줄 몰랐던 저는 당시 대세였던 한메일 대신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일 코리아닷컴을 선택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 명함을 주면 사람들이 메일주소만 보고도 제가 누구인지 싶게 알아챌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외국인들이 더 빨리 메일 주소를 보고 그 뜻을 알아채더군요.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메일을 남긴다?

아울러 코리아닷컴 메일을 사용한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POP3 서비스 때문이었습니다. 코리아닷컴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료로 POP3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 서비스를 다른 회사로 바꾼 후에는 매월 3300원 내고 코리아닷컴 프리미엄 메일 서비스를 이용하였지요. 

POP3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터넷 사업자의 메일 서버 대신 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메일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다음 한메일이나 네이버 그리고 당시 인기가 있었던 다른 메일에서는 POP3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는 방문자가 많아야 하는데, POP3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웃룩이나 아웃룩익스프레스, 윈도우 라이브 메일 등으로 메일을 받기 때문에 포털에 접속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다음,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는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까지 웹메일만 서비스 하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 계정으로 들어오는 메일을 한 곳에서 관리하기 편하고, 주고 받은 메일을 용량에 상관없이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아웃룩 익스프레스'를 사용하였습니다. 당연히 POP3를 지원하는 메일 계정만 등록 할 수 있었지요. 

2001년 11월 6일 이후에 주고 받은 메일을 지금까지 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여 보관할 수 있었던 것도 POP3가 지원되는 메일 계정을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20년 코리아닷컴 버리고 지메일로 바꾼 까닭?

제가 지금 사용하는 지메일로 바꾸게 된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을 보내면서 권력기관이나 정보기관이 제 메일을 열어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정보기관 출신인 스노든의 폭로를 보면 구글이나 애플도 정보기관에서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고 합디다만, 그래도 우리나라 정보기관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구글 지메일에서 POP3를 무료로 지원하였기 때문입니다. 코리아닷컴은 프리미엄 메일이라고 이름 붙여놓고 매월 3300원을 받아챙겼는데, 구글 지메일은 동일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수년 동안 유료 결제를 하면서 사용했지만 결국 제메일로 갈아타게 되었습니다. 코리아닷컴 메일 주소가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 지메일로 갈아 타겠다고 결심하고도 1년 가까이는 코리아닷컴 메일과 지메일을 동시에 사용하였습니다. 

아웃룩익스프레스 메일 주소록에 등록된 모든 친구들에게 지메일 주소를 알려주고 더 이상 코리아닷컴 메일 주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상대방 주소록에 등록된 제 메일 주소를 변경해달라고 요청도 하였습니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제가 스스로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가서 메일 주소를 일일이 변경하였습니다. 

하지만 메일 주소는 하루 아침에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1년이 다 지날 때까지도 코리아닷컴으로 수신되는 메일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는 전화까지 걸어서 메일 주소 변경을 요청하였습니다만, 끝까지 메일주소를 바꿀 수 없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남은 곳들은 개인도 아니고 그리 중요한 기관도 아니어서 그냥 포기하고 코리아닷컴 프리미엄 메일 서비스 결제를 중단하였습니다. 

코리아닷컴 휴면계정 해제...매월 3300원 유료 가입 강요

프리미엄 서비스를 중단하면 메일 저장 용량이 줄어들고 POP3 지원이 중단됩니다. 그럼 인터넷으로 코리아닷컴에 접속하여 로그인을 한 후에 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서비스가 변경됩니다. 초기에는 가끔 코리아닷컴에 접속해서 메일을 확인하였습니다만, 몇 달 동안 접속해도 중요한 메일이 더 이상 오지 않더군요. 그러자 점점 접속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나중엔 1년 이상 로그인을 하지 않아 '휴면 계정'이 된 것입니다. 

최근 코리아닷컴으로 메일을 보냈다는 지인이 있어서 확인하려고 로그인을 했더니 접속이 안되면서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고객님의 아이디가 휴면상태로 전환"된 것은 알겠는데, "휴면상태 해제를 위해서는 '프리미엄 메일'서비스를 가입하셔야 메일 이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프리미엄 메일은 매월 3300원 유료 결제를 해야 하는데 코리아닷컴 메일 서비스는 유료로 사용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습니다.

아울러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다보니 1년 이상 접속하지 않아 휴면계정으로 처리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만, 코리아닷컴 처럼 휴면계정을 해제하는데 비용을 부담시키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코리아닷컴에 회원들만 볼 수 있는 엄청난 유료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코리아닷컴 메일 서비스가 특별히 서비스가 훌륭햔 것도 아닌데 반강제 유료 전환은 참으로 황당한 일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보면서 코리아닷컴 서비스가 '영원히 휴면' 될 것이라는 예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선순환이 되어도 시원찮을 판에 악순환이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으니까요. 점점 더 가입자 숫자는 줄어들 것이고 유료 서비스 이용을 강요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웹메일 이용자들도 코리아닷컴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가장 오랫 동안 사용하던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ymcaman@korea.com 메일 주소(대한민국 YMCA MAN)와는 이제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지만, 내가 죽어도 코리아닷컴 메일 주소는 남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웹메일과 계정은 계속 간직하려고 했는데 이제 다시 접속 할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코리아닷컴 실수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