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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고기 안 넣은 채계장과 떡복이 - 제주 채식 맛집

by 이윤기 201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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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제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둘째 아들 군 입대를 앞두고 오랜 만에 가족 4명이 사흘 동안 제주에서 머물다 왔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 유산 거문오름을 비롯하여 소인국 테마파크, 우도 일주 그리고 새별오름을 다녀왔습니다.

소인국 테마파크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녀왔던 곳으로 청년이 된 두 아들이 다섯 살, 여덟 살 때와 똑같은 포즈로 다시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어른 네 사람이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기는 좀 아까운 곳이었지만, 아이들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비용으로 흔쾌히 지불하였습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트레킹과 제주 채식 맛집 '선흘 채식카페 작은부엌'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틀 동안 지낸 숙소에서 가까운 선흘에 마침 '채식 카페'가 있더군요. 채식주의자인 아내와 간헐적 채식주의자인 저의 기호에 맞춰 작은 부엌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냥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이 한 복판에 자리잡은 작은부엌은 작고 고요한 카페였습니다. 저희 가족이 도착했을 때는 카페 안에서 다른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 쬐는 마당 벤치에 앉아 10여 분을 기다렸습니다. 앞서 식사하던 손님들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카페안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아들의 군 입대를 격려하는 여행이라 코스요리를 먹으려고 갔습니다만,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갔더니 그날 단품 메뉴인 채식육계장과 채식 떡복이만 주문이 가능하였습니다. 

초록색 글씨가 유독 눈에 띄는 예쁜 간판은 서각 작품처럼 보입니다. 1인 3만원하는 코스 요리는 들풀쥬스-현미 가래떡구이-샐러드피자-구운버섯샐러드 -현미주먹밥-체계장-허브차와 고로케라고 메뉴판에 안내 되어 있습니다만. 사전 예약이 필수라고 합니다. 저희가 갔던 날은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단품 메뉴만 주문이 가능하였습니다. 

제주 농가 돌집으로 된 작은 부엌에는 식탁 두 개가 전부였습니다. 메뉴판을 보면 우유, 계란 그리고 모든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완전 채식 요리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코스 요리를 예약 하실 분들은 메뉴판 아래 휴대전화로 예약하시면 됩니다.  

밥이 보약이라고 하는데, 이날 먹었던 채식 육개장은 '고기 한 점'들어 있지만 지난 50여년 동안 먹었던 어떤 육계장도 부럽지 않은 깊은 맛이었습니다. 

채계장은 아주 약간의 콩고기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러 가지 채소를 깊게 깊게 우려 낸 물에 육계장에 들어가는 재료들로 만든다고 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꽃 잎 한 송이가 놓여 있는 채계장 그릇은 숟가락을 들기가 미안할 정도로 예뻤습니다. 

빨강 파랑 장식 두 개로 무 피클도 멋스러웠고, 귤과 키위 위에도 허브 잎 한 장으로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카페 입구에는 '컬러 타로 데이'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카페 지기에게 물어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마당에는 온갖 종류의 허브들이 자라고 있었고 바로 식재료이기도 하였습니다. 

 

4인 분 채개장은 디저트만2인분씩 조금 달랐습니다. 두 사람 디저트는 키위 대신 포도 다섯 알이 올라와 있더군요. 늦은 점심이라 별 생각없이 밥을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너무 예쁜 밥상 때문에 놀랐고 다 먹고 나서는 맛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뜨끈한 국물에는 생각 같은 강황 식품도 들어 있어서 한 그릇을 비웠을 때, 이마에 땀이 베어 나오고 개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채개장 만으로는 아쉽고 부족한 마음이 들어 채식 떡복이도 주문하였습니다. 도채체 채식 떡복이는 어떻게 만드는가 궁금했는데, 한 젓가락씩 먹어보니 비밀이 풀리더군요. 2000년 무렵부터 아내는 20년 동안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고 있고, 저는 16년 동안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최근 3년 째 잡식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채식주의자가 될 결심을 하면서)

채식 떡복이는 떡복이에 고추장 소스를 베이스로 하여 사과, 배, 단감, 토마토, 감자, 브루콜리, 고구마 같은 과일과 채소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참 묘하게 고추장과 과일 맛이 잘 섞였더군요. 배가 고픈 탓도 있었겠지만 국물까지 남김 없이 깨끗히 먹어치웠습니다. 

네 사람이 식사 후에 완벽하게 빈 그릇을 만들었더니 주인장도 기쁘하더군요. 제주도에 가서 흑돼지나 해산산물 말고 깔끔하게 한 끼를 드시고 싶을 땐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엔 이렇게 맛있는 채식 식당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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