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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은행만 배불리는 퇴직연금...개선 방안 나와야 한다

by 이윤기 202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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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감사 관련 보도 중에서 눈에 띄는 기사를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전재수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이들 은행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확정급여(DB)형 1.68%, 확정기여(DC)형 1.69%, 개인(IRP)형 1.16%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수익률은 모두 작년과 비교했을 때 하락하였으며, 가입자들이 금융회사에 부담한 평균 수수료 0.48%를 빼면 퇴직연금 실제 수익률은 은행 적금만도 못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글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 수입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4대 은행의 퇴직연금 수수료는 2017년 2602억원에서 2018년 3129억원, 2019년 3566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 1556억원을 기록 중이라는 것입니다. 

 

수수료 수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있는 은행들이, 퇴직연금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은행들이 자기 자본으로 하는 수익 사업이라면 1%대 수익 밖에 창출하지 못했다면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물었겠지요. 아마 은행이 아니라도 투자수익률이 1% 정도 밖에 안 되고 심지어 은행 적금보다 수익률이 낮다면 당연히 경영진에데 한 문책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일하는 단체만 하여도 처음 퇴직연금이 도입 되었을 때는 퇴직하는 활동가들에게 제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에서 곧바로 가입하였습니다. 하지만 활동가들이 퇴직할 때보니 막상 수령하는 퇴직 연금은 과거 퇴직전 3개월 평균임금 * 근속 연수로 계산하였을 때보다 적은 금액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업장(단체)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리비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사실 실무자들이 자주 퇴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 입자에서 보면 이건 정기예금과 별 차이가 없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예금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데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리비를 내야 하더군요. 더군다나 퇴직 연금 적립액이 늘어나는데 비례해서 관리비도 늘어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몇 년 후에 제가 실무책임자가 되었을 때, 전체 활동가들의 동의를 받아 퇴직연금을 해약해버렸습니다. 은행에 맡겨놓은 퇴직 연금 수익률 정도는 저희 단체에서도 충분히 보장해 줄 수 있었고, 당연히 관리비용을 부담할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단체가 돈이 급할 때 퇴직연금을 함부로 꺼내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당연히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미 5~6년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퇴직 연금 가입하지 않아도 아무 불편이 없습니다. 

 

전재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은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노후소득 대체 수단 중 하나이지만 턱없이 낮은 수익률 때문에 은퇴자(퇴직자)의 98%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퇴직 연금으로 적립해봐야 수익률이 워낙 낮으니 일시금으로 수령하여 부채를 갚거나 다른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나으니 그럴 수 밖에 없지요.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들이 목표 수익률을 제안해야 하고, 만약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지 않으면 당연히 관리비를 내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형 , 개인(IRP)형으로 복잡하게 나누어 놓은 연금 종류도 더 단순화시키고, 훨씬 쉬운 말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이나 제대로 이해하는 이런 용어 때문에 대부분의 퇴직 연금 가입 노동자들은 뭐가 뭔지 모르고 그냥 사업장에서 가입하는 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이 퇴직연금 종류별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흔치 않습니다. ㅠㅠ 그 중에는 저도 포함됩니다.)

 

사실 지금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으면 퇴직연금으로 가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1년에 한 번씩 퇴직금을 정산하고 적금에 가입하던지, 정기예금에 가입하던지, 주식을 사던지, 부동산을 구입하던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노후자금으로 적립하게 하려면 최소한의 적정 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퇴직연금을 온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려면 정부가 최소 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무가 아니라면 정부가 그런 책임까지 져야 할 필요가 없지만, 국민연금처럼 모든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법을 만들어놓고 지금처럼 무책임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사업자에서 부담하는 관리비는 하루 빨리 폐지되어야 합니다. 퇴직 연금을 보통 예금 통장에 그냥 눠나도 이자(쥐꼬리 같은)가 붙는데, 금융기관에 맡겨놓고 관리비까지 내야하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노동자들 그리고 중소기업들의(대기업들도 관련이 있겠지만 그들은 알아서 할 꺼고...) 퇴직 연금 때문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크고 중요한 이슈가 많아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려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진보정당이나 노동조합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