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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창원 둘레길...화장실 없어 난감해

by 이윤기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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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이번 원고는 걷기 좋은 도시와 창원시 둘레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걷기 좋은 도시와 창원시 둘레길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떤 도시가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인가는 사람마다 여러 기준이 있을겁니다. 어떤 분들은 노인이나 장애인이 살기 편한 도시 또 어떤 분들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도시, 또 어떤 분들은 승용차가 없어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말 할 겁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 중에 하나는 바로 걷기 좋은 도시입니다. 도시학이나 교통을 전공한 많은 분들은 교통수단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사람이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 안전한 도시,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승용차가 다니기 불편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창원시는 전국에서 승용차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시가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창원에도 걷기 좋은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창원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걷는 길은 아쉽게도 도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속에 있습니다. 바로 창원시가 조성하고 있는 다양한 창원 둘레길입니다. 

 

 

창원의 걷기 좋은 길은 산속에 있어...아쉬워

스페인의 산티아고길을 벤치마킹한 제주올레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지리산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여러 지방정부들이 앞다투어 걷는 길을 만들고 있고, 창원시도 행정구역 통합이전부터 시작하여 무학산 둘레길, 진해 드림로드, 천주산 누리길, 창원숲속나들이길을 조성하였고, 저도비치로드길, 벌바위 둘레길,  산성산 숲속나들이길, 진해바다 70리길을 조성하였고, 총 연장은 160km나 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km,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제주올레길이 425km, 지리산 둘레길이 300km이니 창원둘레길이 이런 유명한 걷는 길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이런 유명한 길은 아무나 갈 수도 없고 아무 때나 갈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길이었고, 코로나 이후에는 거리두기 때문에 더욱 가기 힘든 곳이 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지리산 둘레길만 해도 주말 나들이 길로 걷기에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부담 없이 주말마다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보다 창원 둘레길이 창원시민들에게는 더 소중한 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걷기를 좋아하는 저도 마산 월영동 밤밭고개에서 출발하여 무학산 둘레길, 천주산 둘레길, 창원숲속나들이길과 진해 드림로드를 연결하여 걸어서 진해 3.1운동 기념비까지 걷는 창원 둘레길 스템프투어 113.4km 구간을 완주하였습니다. 

 

창원둘레길 걸어보면....창원에도 이런 길이 있었구나 놀라게 될 것

실제로 이 길을 걸으면서 여러 차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나... 창원에 이렇게 호젓하고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 있었나? 와 이렇게 경관이 좋은 곳이 있었나? 이렇게 숲이 깊고 고요한 곳이 있었나?" 이런 생각을 수 없이 많이 하면서 걸었습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들은 대부분 걸어 다녔습니다. 지금처럼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이동한 것은 불과 200년 남짓합니다.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 말이었던 시절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다녔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몸은 걷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시속 3~5km의 속도로 걸을 때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사물의 형태와 다양성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이 걷기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에 걸을 때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걸어 본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2019년 1월부터 시작된 창원둘레길 스템프 투어는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둘레길 구간에 12개소의 스템프 인증대를 설치하여 걷기의 재미를 더하고 추억과 기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완주자에게는 창원시가 완주증과 기념품을 지급함으로써  걷기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10월에 탄생한 창원둘레길 스템프 투어 100번째 완주자는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태용씨라는 분인데, 8개월에 걸쳐서 서울과 창원을 오가면서 둘레길 스템프 투어를 완주하였다고 합니다. 단순히 걷기 위해 서울에서 창원을 8개월간 다녀가는 분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습니까? 창원시 산림녹지과에 따르면 스템프 투어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560여명이 완주증을 받았다고 합니다.(저는 559번입니다.)

 

 

창원 둘레길 완주자...560여명

주말에 둘레길을 걸으러 나가보면 이렇게 스템프를 찍지 않고 그냥 걷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아마 스템프 투어를 하는 사람보다 그냥 주말마다 혹은 매일매일 운동과 산책을 위해 이 길을 걷는 분들이 더 많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제가 활동하는 마산YMCA에서도 코로나 19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면서 회원들끼리 삼삼오오 창원둘레길 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엔 코로나 19로 집에서만 지내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시작되었지만, 조금씩 걷기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창원둘레길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 

창원 둘레길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도 잘 만들어져 있고, 곳곳에 전체 구간과 현재의 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들도 잘 설치되어 있어서 산속에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정말 꼭 해결해야 할 불편함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이 둘레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불편함 그것은 바로 화장실이 없는 구간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무학산 둘레길의 경우에는 둘레길 구간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기는 하지만 만날재나 서원곡 같은 곳에 화장실이 있고 둘레길을 따라 간이 화장실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한편, 진해 드림로드의 경우에는 조금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주 화장실이 나타납니다. 아마 임도 구간이라 공사 차량 진입이 쉬웠기 때문인지 조금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주 화장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창원 둘레길...가장 큰 불편은 화장실 없다는 것

하지만 천주산 둘레길과 창원숲속나들이길에는 출발지를 제외하고는 숲속 길을 걷다가 갈 수 있는 화장실이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남성들에게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여성들은 그야말로 불편하기가 이루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함께 길을 걷으면 여성 회원들은 길을 걷는 동안 물을 잘 마시지 않습니다. 화장실을 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운동생리학에서는 걷기 전에 걸으면서 충분히 수분을 보충해주라고 되어 있습니다. 땀이 몸 밖으로 흐르지 않을 때도 운동을 하는 동안 수분이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을 보충해주라고 되어 있지요. 그런데 하루에 평균 10~15km를 걷는 동안 여성회원들은 500ml 생수 한 병도 마시지 않고 걷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군데군데 화장실이 설치된 무학산 둘레길이나 진해드림로드 구간은 편하게 물도 마시고 커피나 음료도 마시면서 걸을 수 있지만, 천주산 둘레길과 창원숲속나들이길을 구간을 걸을 때는 출발 할 때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아서 낭패를 경험할 때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갇혀 있던 시민들이 봄이 되면 더 많이 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모든 편의 시설보다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이 제가 보기엔 화장실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걷기를 중단하고 내려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더군요. 

 

 

여성들은 둘레길 걷기 중단하고 내려가는 경우도 있어

제가 보기엔 창원시 숲속 둘레길이 명품 둘레길이 되려면 가장 시급하게 이 화장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걷기 좋은 길은 길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창원시는 화장실 문제를 너무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말이 나온 김에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주말에 걷을 수 있는 숲속 길 뿐만 아니라 이젠 도심에도 편하게 걷는 길을 만드는데 창원시가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처럼 복잡한 도시에도 덕수궁길이나 정동길 혹은 한강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창원하면 딱 떠오르는 걷고 싶은 길, 걷기 좋은 길이 없습니다. 특히 통합 창원시가 바다를 가진 도시인데 해안을 따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도심에 없는 것도 정말 안타깝고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제 차가 다니는 길은 충분히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사람이 걷기 좋은 도심 길을 만드는데 생각과 지혜를 좀 모으고 예산을 투입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창원을 사람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