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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덥고 비오는 날도 버스 편하게 탈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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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시내버스 라운지라고 들어보셨나요? 오늘은 부자들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 지역에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하는 획기적인(!) 편의시설인 시내버스 라운지가 설치되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번 살기 좋은 도시에 관하여 말씀 드리면서 교통수단을 중심에 놓고 기준을 정하면 보행자가 걷기 좋은 도시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대중교통 특히 시내버스를 이용하기 편리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승용차 가장 많이 타는도시 창원?

사실 제가 사는 창원시는 부끄럽게도 전국에서 승용차 이용률이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창원시보다 높은 곳은 렌터카가 관광객들의 주요 교통 수단인 제주도 뿐이기 때문에 사실상 창원시가 전국에서 승용차 이용률이 가장 높은 도시라고 보아야 합니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창원시의 운송수단별  수송분담율을 보면 승용차 60.4%, 택시 11.9%, 버스 23.6%, 기타 4.1%로  승용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창원시의 승용차 이용률이 높은 것은 도시 면적은 서울보다 넓은데 인구는 서울만큼 밀집되어 있지 않고 또 상대적으로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만큼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편한 것은 정시성이 떨어지고 똑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이 2배 이상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대중교통 중에서도 시내버스를 이용하게 되면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비가 오는 날엔 비를 맞아야 하는 등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춥고, 덥고, 비오는 날도 버스 좀 편하게 탈 수 없을까?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춥고, 덥고, 비가 오는 날에는 대중교통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택시 이용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모두 시내버스 승객들은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땅 위의 지하철이라고 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 BRT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대중교통 선진국(꾸리찌바 보고타 등) 도시들의 경우에는 지하철 수준의 버스 라운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외국에만 이런 사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서울시가 시내버스 라운지를 도입하여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라운지라고 하면 어디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가요? 네 저는 호텔 라운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라운지’는 간단한 휴게 공간을 뜻하는 영어식 표현입니다. 우리말로는 ‘쉼터’ 정도가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호텔 라운지 개념이 교통수단으로 확장된 것이 바로 공항 라운지입니다.  지금은 저가 항공도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비행기가 가장 비싼 교통수단으로 가장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추구해 왔기 때문에 공항에는 일반 기차나 버스 대합실에 비하여 훨씬 좋은 의자를 설치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탑승 대기 환경을 만든 것입니다. 비싼 좌석을 구매하는 승객들에게는 음료나 다과가 제공되기도 하였습니다. 

비행기뿐만 아니라 기차, 고속버스, 시외버스, 시내버스 모두 승객이 기다리는 공간이 있는데,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간만 대합실 대신에 ‘라운지’라는 이름을 붙여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항라운지에 이어서 이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땅 위의 비행기’리고 하는 고속철도가 도입되면서부터입니다. 똑같은 돈을 내고 고속철도를 이용하지만 저희 지역의 창원중앙역이나 마산역에는 이런 시설이 없습니다만, 

 

서울역과 용산역 수서역에는 KTX 혹은 SRT라운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곳 라운지는 당일 승차권 소지자나 코레일 회원 그리고 제휴 신용카드 보유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데 번잡한 일반 대합실에 비해서 좌석도 편하고 읽을거리와 음료가 제공되는 등 좀 더 편하게 열차를 기다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라운지 설치는 서울의 경우 지하철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아직 모든 지하철역에 설치된 것은 아니지만, 신금호역, 왕십리역,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비롯한 몇몇 지하철 승강장에는 벤치와 독서공간이 조성된 라운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시대...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려면?


그런다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왜 이런 쾌적한 라운지를 제공해주지 않는 것일까요? 사실 뭐 대단한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민들, 경제적 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가 가장 값싼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값싼 교통수단인 시내버스는‘서민의 발’이라고 불리웠지만 사실상 가장 불편한 교통수단으로 전락하였고, 우리나라 경제력이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마이카시대가 되었으며 앞다투어 시내버스를 외면하고 너도나도 승용차를 가지게 된 것이지요. 

너도나도 승용차를 사게 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시내버스는 승객이 줄어드는 만큼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승용차가 없던 시절에는 시내버스가 황금알을 낳은 거위 같은 사업이었는데, 지금은 전국의 모든 시내버스가 적자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만성적자인데도 시내버스가 운행될 수 있는 것은 매년 지방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적자를 보존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저희 창원시만 하더라도 매년 시내버스 운영 적자를 보전과 시설물 개선, 환승보조금 등을 합하면 무려 650억원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시내버스의 승객을 늘여야 하는데, 여러 가지 정책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눈과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버스 승강장을 쾌적한 장소로 바꾸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내버스 승객에게 공항라운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마침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성동구가 ‘미세먼지 프리존’을 설치하고 있고,  경기도도 시내버스 라운지를 설치하고 있습니다.(경기도 시내버스 라운지는 실패사례로 보임)

'미세먼지 프리존'은 직접적으로 버스 라운지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어서 시내버스 대기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자동문이 설치된 밀폐 공간에  냉난방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합니다.

특히 공기정화시스템을 설치하여 자동차로 가득한 대로변임에도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며 코로나19 방역까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 공간에는 버스도착상황을 알려주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버스 정류장을 카메라로 비춰주고 있습니다. 버스를 못보고 놓치는 일이 없도록 버스  류장을 비춰주는 카메라 화면까지 보여주고 있어 시내버스를 위한 고급 라운지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합니다. 

경기도 버스라운지는 경기도가 예산을 투입하여 서울 사당역에 ‘버스 라운지’를 설치하였는데, 수원, 시흥, 화성 등으로 가는 광역버스의 집결지에 경기도민들을 위한 버스라운지를 설치하였다고 합니다. 경기도민을 위한 버스라운지를 서울 시내에 설치하였다는 것만해도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창원시도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지금처럼 계속 푸대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려야 하고 더위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기다려야 하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은 비와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견디게 해서는 시내버스 승객이 늘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시내버스 운영 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쉽게 적자를 줄이고 기후변화 시대에도 잘 대응하려면 버스 이용 승객이 많아져야 합니다.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가 앞세우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승용차 이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100만 대도시의 교통체계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완전히 새롭게 개편해야 합니다. 

획기적인 승용차 억제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하겠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내버스를 타는 승객들이 공항라운지를 이용하는 것처럼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세금 낸 보람을 느끼면서 도시의 주인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시내버스 라운지’를 설치하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서민들과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를 가장 고급스러운 교통수단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살기 좋은 도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내버스 타는 시민들이 가장 대접받는 그런 도시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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