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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장례식장 일회용품 퇴출시켜야

by 이윤기 202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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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7. 26 방송분)

 

코로나-19가 환경파괴로부터 비롯된 ‘인재’라고 하는 것을 깨달으면서, 기후변화, 탄소제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 배출량 제로를 추구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운동이자 환경운동입니다. 

 

오늘은 지난 23일,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가 주최한 쓰레기, 폐기물 감소를 위한 사회적경제 워크샵에서 토론 되었던,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 문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인류의 부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가 코로나-19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1회용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특히 도시락을 비롯한 1회용품 플라스틱 음식 용기는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세계인이 매일매일 사용하고 있는 1회용 마크스만 해도 매달 1290억개가 버려지고 있고, 1회용 장갑은 650억개가 폐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여름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해안가에서 발견된 쓰레기를 분석한 결과 담배꽁초, 비닐포장지, 어구, 플라스틱컵, 음료수병에 이어 일회용 마스크가 6번째로 많았다고 합니다.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 6번째로 많았다

지난 2018년에 실시한 환경부의 제 5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 보고에 따르면, 국민 한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의 양은 929.9그램, 약 1kg에 조금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폐기물은 255g, 분리배출된 음식물류 폐기물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가능 자원은 각각 368그램과 306그램이었습니다.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생활방식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일회용품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장례식장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일회용품 때문에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3일간의 짦은 시간 동안 빈소를 찾는 문상객들을 대접해야 하는 상주 입장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장례를 치른다는 것을 상상하기 여려운게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 2020년 광주환경운동연합에서 광주 지역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1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쓰레기 배출량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 지역 23개 장례식장 쓰레기 배출량은 월 43만 7750리터, 50리터 종량제 봉투 약 8755개 분량이었으며, 장례식장 1곳에서 월 1만 7600리터, 50리터 종량제봉투 352개가 버려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상주는 1회용품 식기류 구입 비용으로 50~100만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조문객 1명 당 평균 10개의 일회용품을 사용하며, 연간 장례식장 한 곳 당 밥, 국그릇 72만개 접시류는 144만개 정도 소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례식장을 가보면, 상주들이 1회용 식기류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혹은 노동조합 등에서 로고나 브랜드가 새겨진 유족 물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충청남도를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1회용품이 포함된 장례 물품 제공을 선택사항으로 바꾸었는데, 앞으로는 1회용품 제공을 중단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례식장 쓰레기, 분리수거 사각지대


2019년 환경부에서도 전국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1회용 폐기물이 연간 약 3억 7000만개, 약 2300톤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전체 1회용품 폐기물의 약 20%가 장례식장에서 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환경부는 2022년까지 1회용품 폐기물을 35% 감축하기 위한 1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1회용 컵, 식기류 사용은 올해 연말까지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울러 2024년까지는 1회용 용기 및 접시류까지 추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예컨대 단계별로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도록 개선하여 2025년부터는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대접할 때 일회용품 그릇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2021년 현재 전국 장례식장은 1126개, 그 중 124개 장례식장이 경남에 있는데, 환경부의 1회용품 사용 억제 정책에 맞추어 다회용 식기와 세척기를 비치한 곳은 딱 1군데 뿐이고, 도입을 검토 중인 곳까지 포함해도 전체의 3% 남짓한 7군데 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순천시의 경우 시범사업 참여 장례식장을 모집하여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세척, 수거 시스템을 도입하였는데,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상주에게는 장려금 30만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식기 세척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고, 신규 사업아이템을 발굴하여 식기 세척 사업에 뛰어든 청년창업단체가 좋은 기회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지역에 있는 창원시 운영하는 상복공원에서도 다회용기와 세척기를 비치해두고 있으며, 상주 또는 장례 도우미가 빈소 내에서 세척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회 용품 사용은 줄어드는데 세척기 사용으로 인한 소음과 장례 도우미 인원을 늘려야 하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하고 있답니다.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지원 확대되어야 

사천시의 경우 7월 말에 개소하는 전문 장례식장은 식기 소독 전문 관리업체와 렌탈 계약을 체결하여 일회용품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상복공원과 같은 세척기 소음 문제도 없앴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순천시, 창원시, 사천시의 사례를 참고로 하여 2024년까지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창원 상복공원처럼 식기세척기 설치를 비롯한 장례식장 시설을 개선하고, 다회용 그릇과 집기를 비치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혹은 순천시나 사천시 사례처럼 세척전문 사회적기업들이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하였던 경남의 예비사회적기업 한사랑식판클린 양혜진 팀장은 친환경 장례문화 정착과 함께 일자리까지 늘일 수 있는 방안으로 식기세척 전문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예컨대 경남의 124개 장례식장에 식기세척기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약 500대 이상의 세척기가 필요하고, 세척기 설치를 위한 시설공사가 뒤 따를 뿐만 아니라 50만 세트 이상의 식기류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부담이 있으니, 오히려 전문 업체를 통한 렌탈 방식을 지방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정부가 1회용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사용하던 예산의 일부를 식기 세척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에 지원하면, 첫째 새로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며, 둘째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일고, 셋째, 쾌적하고 환경친화적인 장례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경남에는 4군데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전문 식기 세척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어린이집을 비롯한 유아교육기관 식기 세척 사업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니 시, 군별 시범 사업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었습니다. 

CJ, 동원, 신세계를 비롯한 재벌 대기업들이 자사 급식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학교 등 단체 급식 시장까지 싹쓸이 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1회용품 추방을 목표로 식기 세척 전문 기업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은 응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