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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어린이날 100주년과 어린이 시민운동

by 이윤기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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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5. 2 방송분)

 

어린이날 100주년과 어린이 시민운동

5월에는 여러 기념일들이 많은데요. 어제가 바로 메이데이 세계노동자의날이었구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들이 징검다리처럼 이어집니다. 제가 오늘 말씀 드릴 이야기는 지난 4월 27일 경남교육연대가 주최한 100번째 어린이날 기념강연회에서 <방정환과 어린이 해방선언 이야기>이야기를 들려주신 이주영 선생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겼던 것들인데요. 이주영 선생님은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의 철학과 정신을 잇고 있는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어린이 시민운동가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이주영 선생님 말씀을 중심으로 100주년 어린이날의 의미와 어린이 ‘시민권’ 혹은 어린이 ‘시민운동’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날은 1922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가 창립 1주년을 기념하여 경성 시내에서 '어린이의 날' 가두선전을 한 것이 역사적 기원입니다. 1923년에는 천도교소년회에서 처음 개최했던 어린이날 행사를 확대하기 위하여 조선소년운동협회를 먼저 결성하고, 5월 1일 오후 3시에 천도교소년회, 불교소년회, 조선소년군 회원들이 1000여명이 모여 제1회로 이름 붙인 어린이날 행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1919년 3.1만세운동으로부터 불과 4년 후인데요. 당시 조선총독부가 가장 싫어했던 구호가 “만세”였을 때인데요. 그때 경성 시내에 1000여명의 어린이들이 모여 “어린이 만세”를 외치며 12만장의 유인물을 배포하였을 뿐만 아니라 저녁에는 예술행사인 ‘소년연예회’를 개최하고, “위대한 소년의 힘, 러시아의 소년, 어린이날과 민족해방 같은 주제로 강연회까지 개최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10개 도시에서 어린이날 행사가 동시에 열렸는데, 무려 20만장의 어린이해방선언문이 배포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총독부가 왜 어린이날을 탄압하였을까요? 3.1운동으로 고취된 독립운동의 뜨거운 열기가 여러 갈래로 표출되었는데, 그 중에 어린이날과 ‘어린이 해방선언’도 있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최초의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을 존중하고 억압과 압제에서부터 해방되도록 하자는 날이었으며, 바로 3.1운동으로 시작된 독립운동의 정신이 담겨있었던 것입니다. 또 이 운동을 주도하였던 사람들이 천도교를 통해 3.1운동에 참여했던 방정환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부터 5월 1일 세계노동절 기념행사가 자연스럽게 어린이날 행사로 이어졌기 때문에 조선총독부가 5월 1일에 어린이날 행사를 못하게 방해하였고, 일제의 탄압을 피해 1927년부터 5월 첫 번째 일요일로 바꾸었는데, 태평양 전쟁을 앞두고 일제의 탄압이 심해졌던 1938년부터는 아예 행사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어린이날 5월 5일로 정해진 것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부터이고 어린이날이 법으로 처음 정해진 것은 1967년부터이고 국가가 기념하는 날이 된 것은 1973년부터이며 공휴일이 된 것은 1975년부터입니다. 맨 처음 5월 1일이었던 어린이날이 5월 5일로 바뀐 까닭은 식민지시대 일제의 탄압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었지만 공교롭게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 없다고 합니다. ㅠㅠ

시민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 저도 어린이날의 본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100년 전에 발표한 어린이 해방선언 내용을 보고 놀랍기도 하였고, 여전히 새겨야 할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강연회 때 어린이 해방선언을 큰소리를 읽게 하였는데요. 어린이 해방선언은 <소년운동의 기초조건 3개 조항>, <어른에게 드리는 글>, <어린 동무들에게> 그리고 <실행다짐> 이렇게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먼저 소년운동의 기초조건부터 살펴보면, 


-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의 그들에게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허하게 하라. 
-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절을 행하게 하라

하는 내용들이 있구요. 

 

<어른에게 드리는 글>에는 
-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보아 주시오.
- 어린이를 까가이 하사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 산보나 원족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주시오. 
-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서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하는 내용입니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라,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달라 하는 것은 어른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시민으로 어린이를 대해달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어린이들을 보면서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이 충분할까? 부모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구요. 어떤 면에서는 100년 전 어른들에게 바라던 것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행다짐에는 더 놀아운 내용이 있는데요. 


-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하는 선언이었습니다. 당시 표현으로 내 아들놈, 내 딸년이 아니라, 자기 보다 한 결 더 새로운 시대의 새인물이라는 것을 깨우치라는 겁니다. 
-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 어린이를 결코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주십시오.
- 어린이는 항상 칭찬해가며 기르십시오.
- 어린이의 몸을 자주 주의해 보십시오 하는 조항이 있는데요. “평상시에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잘못된 뒤에 야단을 하거나 후회하는 것은 부모들의 큰 잘못입니다.”라는 해설이 붙어 있습니다. 
- 어린이들에게 잡지를 자주 읽히십시오라는 조항도 있는데, 돈이나 과자즐 사주지 말고 반드시 잡지를 사주도록 하라는 겁니다. 그래야 생각이 넓고 커지며 부드럽고 고상한 인격을 갖게 된다는 해설이 붙어 있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강연을 들으면서 지난 100년 사이에 어린이날은 본래 의미가 점차점차 퇴색되어 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 아니라 관객 노릇함 하는 화려하고 요란한 어린이날 행사를 펼치거나 가정에서는 평소 갖고 싶었던 값 비싼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되어가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어린이 해방선언을 보면,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 봉건적 윤리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하는 어린이 인권운동이 시작된 날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100년이 지난 지금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며 어린이 시민운동이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린이날과 함께 만들어진 ‘어린이’라는 말 자체가 어른과 동등하게 보아야 한다는 평등사상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날을 만들면서 ‘어린이’라는 말도 만들어졌는데,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운동가이기도 하지만 당대 대표적인 한글학자이기도 합니다. 방정환 선생은 ‘나이가 어린사람을 낯추어 이르는 아이’ 대신 높여 부르는 말로 늙은이, 젊은이에 버금가는 말인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요즘 유행하는 “주린이”, “요린이”, “부린이” 같은 말은 방정환 선생이 한껏 높여 놓은 어린이라는 표현을 ‘모자란’,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되돌려버리는 못된 짓이 되는 겁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집집마다 가족들이 모여 100년전, 어린이날을 처음 만들 때 선포하였던 <어린이 해방선언>을 온 가족이 꼭 한 번 큰소리로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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