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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재외동포들도 오징어게임은 다 알아

by 이윤기 2023.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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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8. 8 방송분)

저는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2일까지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국립청소년미래환경센터에서 열린 재외동포청소년 모국연수 캠프에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재외동포 청소년 모국연수 캠프에 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재외동포 청소년 모국연수 캠프는 제가 속해 있는 마산YMCA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14개 YMCA가 네 차례로 나누어 진행한 대규모 캠프 행사입니다. 중, 고등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가 7월 14~ 19일, 7월 28일 ~ 8월 2일 두 차례로 나누어 전국에 있는 6개 국립청소년 수련 시설에서 개최되었구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가 7월 20 ~27일까지 진행되었고, 8월 2일 ~ 10일까지 4차 캠프가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이 캠프에는 전 세계 53개국에서 온 청소년과 대학생 800여명과 국내 청소년 대학생 참가자 5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실제 참가 인원은 약 20%정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 있는 재외동포 청소년들을 국내로 초청하여 모국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고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였다고 하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캠프는 한국YMCA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캠프는 아닙니다. 외교부 산하에 있는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하고, 한국YMCA전국연맹과 전국 14개 지역YMCA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캠프인데요. 제가 속해있는 마산YMCA는 올해 처음 주관단체로 참가하였습니다. 

재외동포 청소년 모국연수...소중한 민간외교

사실 저도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에 ‘재외동포 재단’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몇 년 전에야 알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다가 이번에 청소년 모국연수 캠프를 주관하게 되면서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요.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한민족 재외동포의 규모가 무려 750만명이나 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대략 경남과 부산, 울산광역시의 인구를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라는 것부터 놀라웠습니다. 

재외동포재단은 1997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외교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제요. 재외동포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유지하면서 거주국에서 그 사회의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었습니다. 제주도에 본사가 있고, 서울과 베이징, 뉴욕, LA, 도쿄, 알마티, 호치민, 시드니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글로벌 공공기관이었습니다. 

이 재단은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재외동포 국민과 함께 한민족공동체를 구현하는 활동을 하는데, 대표적인 사업을 살펴보면 먼저, ‘재외동포 교육사업’으로 한글학교 운영과 한글학교 교사 육성 사업을 하고 있구요. 현지 재외동포단체간 교류사업과 권익신장활동 지원, 한인회관 건립 지원 등의 활동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재외동포 조사연구사업, 장학사업, 한상네트워크 사업 등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한상네트워크사업’은 창원과도 인연이 있는데요. 한상네트워크 사업은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재외동포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고, 매년 세계한상대회 개최를 통해 국내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한상기업 청년채용 인턴십을 통해 국내 청년의 해외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무관심하게 지나갔었는데, 2017년 제16차 세계한상대회는 창원에서 열린 적이 있었더군요. 창원시가 세 번의 도전 끝에 세계한상대회를 유치했었다고 하니 그 인기와 열기가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재외동포재단에서 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에서 이번에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이번에 진행했던, 재외동포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을 모국으로 초청하는 연수활동인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온라인으로 개최하였다가 3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으로 캠프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YMCA와의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올해 처음으로 캠프 진행을 맡은 저희는 기대도 컸고, 또 긴장도 많이 하면서 캠프를 준비하였습니다. 

 

해외 청소년 35명, 국내 청소년 20명...몸짓과 마음으로 소통

저희 실무자들 모두 캠프 진행 경험이 많은 실무자들이었지만, 각각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 온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캠프이고, 참가자들 중에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주관한 재외동포 청소년 모국연수 봉화 2차 캠프에는 미국,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8개국에서 온 해외동포 청소년 35명과 국내 청소년 20명이 참가하였는데요. 

문화와 경험이 다른 해외에서 온 청소년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아울러 국내 참가 청소년들과는 또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5박 6일간의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걱정했던대로 첫날 개회식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발적 거리두기’를 잘 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대면대면한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캠프를 진행하는 실무자들로서는 은근히 걱정스럽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첫날 저녁 아이스브레이킹 프로그램을 마치고 하루밤을 보내고나니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았던 청소년들이지만, 그들의 감수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 온 동포청소년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니 금새 다양한 언어와 손짓, 발짓으로 친구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둘째 날 오전 게임으로 배우는 한국어 시간에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여러 가지 게임들을 응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통역의 자세한 설명이 없어도 참가자들이 게임을 잘 이해하고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구요. 실뜨기와 같은 우리나라 전래놀이도 쉽게 따라하는 것을 보니 놀랍기도 하였습니다. 

 

해외 동포 청소년 만나 오징어 게임 인기 실감

 

특히 마지막 날 장기자랑 시간에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떼창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한국문화와 컨텐츠가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는 재외동포 청소년들에게도 자부심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5박 6일 캠프 기간 동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중 하나인 영주 부석사와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을 방문하고 붓글씨, 사군자 그리기, 전통차 마시기, 전통염색 체험하기 등 선비문화를 체험하였습니다. 또 캠프장 인근에 있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을 방문하여 이곳에서 보호종으로 사육되고 있는 백두산 호랑이를 직접 보기도 하였습니다.

첫날 캠프를 시작할 때, 어색하고 대면대면했던 국내외 청소년들은 5박 6일 사이에 얼마나 끈끈하게 친해졌는지, 모두 인스타 아이디를 주고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작별을 너무나 아쉬워 하였고, 눈물을 흘리며 작별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인연이 된 이 친구들이 2~3년 후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서로 다시 만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세계 여러나라의 젊은이들이 서로 친구가 되는 세상이기는 합니다만, 세계 여러 나라에 내가 전에 내가 5박 6일을 함께 지냈던 재외동포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네트워크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세계 여러나라에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실무자로서는 많이 힘들었지만, 참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저희지역 청소년들에게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