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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키오스크가 더 불편한 사람들은 어쩌나?

by 이윤기 202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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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0. 17 방송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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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후에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온 국민이 주말 동안 불편을 겪었는데요. 월요일인 오늘까지도 일부 서비스가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메신저인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택시를 부를 때 사용하는 카카오-t, 결제 할 때 사용하는 카카오 페이, 편리하게 돈을 송금할 때 사용하던 카카오뱅크를 비롯하여 여러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주말이 아니라 평일이었으면 더 큰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텐에요. 주말에 만났던 많은분들과 초대형 it 기업에 닥친 재난이 온 국민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5일 오후 3시 30분 무렵부터 서비스가 중단되어 16일 새벽부터 일부 서비스가 복구되었지만.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지는 않았고, 카카오 서비스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해당 기업 ceo 뿐만 아니라 급기야 장관이 나서서 사과를 하고 정부가 상황실을 설치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태풍이나 폭우와는 결이 다르지만 국민생활에 큰 위협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많은 국민들이 주말 동안에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을텐데요. 

일반인들이 첨단 IT 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는 동안 첨단 IT기술 장비의 도입으로 더 큰 불편을 격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는 동안 우리사회에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사회적거리두기로 생기는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사람과 사람과 사이를 인터넷으로 촘촘히 연결해주는 IT 기술과 장비들이었습니다. 온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스마트 폰을 이용한 인터넷 쇼핑을 시작하였고, 스마트폰에 설치된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오프라인으로 하던 크고 작은 일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한 곳은 아마도 학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 팩데믹 초기에는 영상물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려두고 학습하도록 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간으로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금도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강연이나 연수 프로그램은 여전히 온라인 수업을 장려하거나 선호하는 곳도 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코로나 팩데믹 기간 동안 가장 크게 변화된 것은 바로 온라인 회의에 익숙해졌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전국의 실무자들이 대전이나 세종 같은 국토의 중간 지점에 모여서 하던 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남의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이는 회의도 온라인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금도 짧은 시간 여러 지역 활동가들이 만나는 회의는 오히려 온라인 회의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네요. 전에는 YMCA 회관에 시민들이 모여서 함께 하던 강연회나 토론회도 요즘은 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온라인으로도 서비스 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온라인 기술과 IT 기술의 도입으로 오히려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온라인 회의 도구나 온라인 방송만 하더라도 접속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와 함께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많이 바꾸고 있는 것은 바로 무인 키오스크입니다. 초기에는 은행이나 공공시설부터 키오스크들이 도입되었는데, 대부분은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어도 창구에서도 용무를 불 수 있거나 혹은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주는 분들이 따로 있어서 그나마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민간 시설과 상업 시설에도 사람대신 키오스크 설치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햄버거 가게나 커피전문점, 카페 같은 곳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편의점 택배 접수도 키오스크로 하고, 동네 아이스크림 할인점에도 키오스크로 결제를 하도록 바뀌었습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출된 자료를 보면 공공시설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2019년 18만1364대에서 2021년 18만3459대로 2천여대가 증가하였습니다. 또 같은 기간 민간시설 설치 키오스크는 8587대에서 2만6574대로 3배 넘게 늘었다고 합니다. 

 

특히 키오스크를 많이 도입한 곳은 요식업 쪽인데요. 2019년 5479대에 그쳤던 것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주문 수요가 커지며 2021년에는 2만1335대로 4배나 증가하였습니다. 창원에만 해도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식당이나 카페들부터 메뉴판 대신 식당 테이블 위에 놓인 테블릿을 통해 주문하는 곳이 속속 늘어나고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키오스크 설치 대수가 증가하는 것에 비하여 노인·어린이·장애인 등 디지털 정보기기 사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접근성은 개선되지 않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표준으로 정해놓은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 ‘시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법제공, 청각을 필요로하지 않는 방법의 제공, 발성을 필요로하지 않는 방법의 제공, 과도한 조작과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법의 제공, 낮은 인지능력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의 제공 등 35개 지침이 있습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무인 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 의 35개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 공공·민간시설에서 운용 중인 키오스크 1천대를 살펴본 결과, 금융·공공 분야를 제외한 대중교통·쇼핑·의료기관·문화 분야 키오스크의 취약계층 접근성 수준이 평균 50점(100점 만점)대에 그쳤다고 합니다. 

분야별로 보면, 은행이나 공공기관 민원창구 등의 키오스크는 평균 83점과 82점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공항, 철도, 터미널은 63.2점이었고, 백화점, 쇼핑몰 마트는 60점을 겨우 넘겼으며, 병원, 약국 주유소, 도서관 서점, 음식점, 카페, 패스트푸든 판매점, 공연장, 영화관, 체육관 등은 대부분 60점 미만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016년 무인 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처음 만들었고, 올해 2월  최신 기술 환경 변화와 해외 기술 표준 제·개정을 반영해 지침을 개정하였다”고 하는데요.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키오스크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때 이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답니다. 예를 들면, 시각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글자가 읽기에 충분한 크기로 제공돼야 한다’고 모호하게 돼 있던 항목을 ‘모든 문자의 높이가 12㎜ 이상이어야 한다’하는 식으로 구체화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지침적용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이용자의 접근편의가 개선되는 변화를 끌어내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또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없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기술이 개발되어 있지만, 1대당 2천여만원이나 하는 가격 부담 때문에 쉽게 보급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맥도날드와 배스킨라빈스 등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들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을 약속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많은 민간업체들까지 이런 고급 키오스크 장비가 도입되는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기계장비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 우리가 지난 주말 카카오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답답했던 것보다 더 난감한 불편을 일상에서 매일 매일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움을 격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