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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당근마켓으로 주민공동체 가능할까?

by 이윤기 202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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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0. 24 방송분)

 

요즘 가장 유행하는 TV 프로그램은 여러 방송국이 다양한 형식, 다양한 장르로 제작하고 있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입니다. 어느날 우연히 모 방송국 합창 경연 프로그램을 보다가 깜짝 놀랄만한 놀라운 사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은여울 여성합창단이었는데요. 지휘자가 경력이 단절된 아내를 위해서 같이 노래하고 싶은 분들을 모아서 만든 합창단이라는 사연이 독특했는데요. 더 놀라웠던 것은 이 합창단 멤버들이 중고거래앱으로 알려진 당근마켓을 통해 결성되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당근마켓이라는 앱을 중고거래를 연결해주는 앱이라고만 알고 있었고, 실제로 저도 당근마켓을 통해서 제가 사놓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기도 하고, 또 필요한 물건을 값싸게 중고로 구입하기도 하면서 자원낭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활에 쫓기면서 전공과 재능을 잊고 살던, 김포신도시 거주 여성들이 당근마켓 커뮤니티 서비스로 만나서 합창단 활동을 함께 하고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습니다.

 

 

이분들 중에는 시립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이 제한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분도 있었고, 빵가게을 운영하면서 노래가 고팠던 분도 있었습니다. 산후조리사, 베이비시터, 동네에서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당근마켓을 통해 합창단 단원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방송에 출연했던 전체 합창단원의 절반 이상이 당근마켓을 통해 합창단에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당근마켓의 공동체 활동 사례를 소개한 민간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 이다현 연구위원은 당근마켓을 중고거래 앱으로만 아는 것은 당근마켓의 절반만 아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중고거래가 활발하다 보니 이용자들끼리 생활정보를 나누고 자생적 커뮤니티가 활성화됐으리라 짐작한다면, 매우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실제로 당근마켓의 앱 카테고리는 '쇼핑'이 아니라 '소셜'” 이라고 하였더라구요. 당근마켓은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당근마켓은 20157월 판교테크노밸리 IT 종사자들끼리 중고제품을 거래하는 '판교장터'에서 출발했는데요. 중고거래 사기가 주로 비대면 택배거래에서 발생하는 점에 착안해, GPS를 활용해 반경 6km 내에 거주하는 이웃 간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중고거래를 넘어선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내세우며 '당신 근처'의 줄임말인 '당근' 마켓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고 합니다. 20181월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에는 쇼핑 사이트에서 소셜 사이트로 본격적인 전환을 합니다.

 

동네 주민들의 오프라인 만남을 촉진하는 '같이해요''같이사요'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2년에는 동네 숨은 고수들이 주최하는 오프라인 모임 연결 서비스 '남의집' 서비스도 시작하였습니다. 당근마켓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동네생활'에선 지역의 사건사고와 맛집·반려동물취미건강 등의 생활정보, 일상의 사연과 소감이 오고 간다고 합니다

 

. "강아지가 혼자 돌아다니는 데 잃어버리신 분?", "동네 놀이터에 뱀 나왔어요, 조심하세요", "면접 가야 하는데 정장이 필요합니다", "독서모임 같이하실 분 찾아요", "OO소아과 친절해서 아이가 좋아합니다"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서비스를 통해 앞서 말씀 드린 은여울 합창단도 구성이 되었구요.

 

일상의 소소한 필요와 질문에 빠르고 성실한 응답을 주고 받던 게시판은, 공동체의 재난 시기에는 더욱 유용하였다고 하는데요. 팬데믹 기간에 고립된 이웃들에게 필요한 약을 구해주거나, 홀로 격리 중인 이웃에 간식을 전달하기도 했구요. 폭우가 쏟아질 땐 실시간으로 날씨를 공유하고 피해예방 대책을 함께 논의하기도 하였답니다.

 

심지어 기초자치단체들이 '동네생활'을 통해 주민참여를 독려하고, 지역 파출소와 소방서는 해당 지역에 맞는 생활안전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이 '거래'보다 '커뮤니티' 활동에 진심인 것은 진심인 건 수치로도 드러나는데요. 이용자들의 월평균 체류시간은 2시간 2분으로 일반 쇼핑앱 이용자에 비해 최대5배까지 긴 시간 동안 머문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근마켓은 2021'한국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조사에서 카카오톡, 네이버, 트위터, 유튜버에 이어 5위를 차지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당근마켓의 비약적인 성장을 소개하는 것은 사람들에게는 '마을공동체'의 필요와 욕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근마켓의 '같이해요' 서비스에서 가장 빈번했던 것은 '/카페(23%)' 모임이었고, 다음으론 취미(19%)와 운동(17%) 모임, 그리고 독서·공부(10%), 산책(7%), 반려동물(2%) 순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은 '같이사요' 서비스로 이웃끼리 대량구매한 물건을 나누고 배달음식을 나눠먹고 택배비를 공동부담합니다. 당근마켓 내 중고물품 무료나눔은 201838만 건에서 2022760만 건으로 20배나 늘어났습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이웃간 세대 간 단절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한편으로 우리는 모두 같이 밥 먹고 놀 수 있는 동네 친구가 필요하고,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삶의 재미와 의미를 느끼는 공동체적를 가꾸고 싶어 한다는 것을 당근마켓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최근 수립되고 있는 창원특례시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에는 이런 지역공동체의 특성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창원시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자료에는 여전히 마을공동체의 범위를 읍면동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마을공동체의 범위가 읍면동으로 나뉘어지면, 모든 사업과 지원도 읍면동 단위로만 나누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도 주민참여예산제도 으뜸마을 만들기, 도시재생과 같은 활동들도 대부분 행정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읍면동으로 행정단위를 나누어 놓은 것은 지방정부의 행정적 편의를 위함이지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이웃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읍면동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컨대 시민들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요즘은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식당이나 카페, 공방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취미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의 소모임을 통해서도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의 공동체 활동은 읍면동과 같은 주거 기반을 통해서 형성되기보다는 다양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당근마켓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다양한 관심과 욕구를 기반으로 이웃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읍면동과 같은 행정구역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이웃들과 만나서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수많은 활동들을 행정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