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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축제 쓰레기 다 어떻게 하나?

by 이윤기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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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저녁 양산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제61회 경남도민체육대회 행사에 참여했던 시민들 중에 도민체전이 아니라 ‘일회용품 쓰레기 대회’인 것 같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경남도민 체전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마구잡이로 만들어지는 ‘일회용품 쓰레기’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지면서 텀블러 사용이나 장바구니 사용처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심지어 일회용품 사용을 가장 많이 하던 장례식장 중에도 다회용기를 도입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이 잘 줄어들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각종 행사장과 축제장 같은 곳입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일회용품을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행사장이나 축제장 같은 곳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일회용품에 대해서는 책임감이나 부채의식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지난 26일 저녁 경남 양산시 양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61회 경남도민체육대회(경남도민체전) 개막 행사가 끝난 후에 생수병을 비롯해 응원봉, 부채, 비옷 등 일회용품이 쓰레기가 넘쳐났다고 합니다. 이날 도민체육대회 행사 주최측에서는 마스크 팔토시와 함께 참석자들에게 여러 가지 행사용품을 나누어주었는데, 심지어 이날 저녁 양산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일회용 비옷까지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특히 스티로폼으로 만든 응원봉은 불이 켜진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또 공짜로 나눠준 플라스틱 생수병은 한두 모금 정도 마신 뒤 물이 많이 들어 있는데도 여기저기서 나뒹굴었다고 하는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YMCA같은 환경단체들도 행사 때 참가자들에게 생수를 제공하는 일이 있는데, 최근 플라스틱 대신 종이팩으로 만든 생수병을 구입해서 나눠주고, 생수를 나눠줄 때는 반드시 병뚜껑에 이름을 쓰게 합니다. 행사를 마칠 때 먹던 물을 두고 가면 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름을 쓰게 하고 물이 남아 있으면 반드시 들고 갈 것을 권유하는데요. 

도민체육대회 행사 주최측에서 장내 방송을 하거나 물품 꾸러미에 안내문 등을 함께 배포하는 등 최소한의 안내만 했어도 물이 담긴 생수병이 마구잡이로 버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남도와 양산시에 따르면, 이날 개막행사에는 선수단과 관람객을 포함해 1만 50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1만 5000명 분의 생수, 응원병, 부채, 비옷 등 일회용품이 한 자리에서 나눠줬지고 마구잡이로 버려졌다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나왔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방정부가 준비한 행사인데도 일회용품 사용억제와 재활용 분리수거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도민체전 진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도민체전 개막식 뿐만 아니라 대규모 관중이 몰리는 야구장, 축구장을 비롯한 스포츠 경기장에서 일회용품 사용과 쓰레기 발생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환경부가 매5년 마다 시행하는 전국폐기물 통계조사 자료 중 가장 최근에 조사된 2017년 제5차 조사 자료에  따르면 야구장장의 연간 폐기물 발생량 추정량은 연간 2200톤이고, 전체 스포츠시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추정량은 1만 9200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스포츠, 레저시설 중에는 스키장, 야구장, 축구장 등에서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앞서 전체 스포츠 시설에서 나오는 연간 폐기물 추정량이 1만 9200톤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이 중에서 재활용가능한 자원으로 분리되는 것은 5000톤에 불과하고, 나머지 폐기물은 모두 매립이나 소각처리되는 쓰레기들이라고 합니다. 매년 엄청난 쓰레기가 스포츠, 레저시설에서 배출되고 있는데,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 되는 비율은 불과 25%에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 입니다. 

스포츠, 레저 시설에서의 막대한 폐기물 배출은 우리 지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창원시나 NC마산야구장 측에서 내놓은 통계 자료는 없지만, 야구장을 방문했던 개인 블로거나 SNS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보면, 야구 경기가 끝난 후에 좌석 아래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치킨, 라면, 떡복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남은 음식물이 그대로 나뒹굴고 있고, 맥주와 음료캔 등이 함께 나뒹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람석 아래를 깨끗하게 정리해서 지정된 쓰레기 통에 버려놓은 경우에도 폐기물을 분리수거하지 않고 커다란 봉지에 마구 섞어서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시민의식이 투철한 개인블로거가 3000여명이 입장했던 3월 어느날 NC마산야구장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우익수 외야수 좌석에서만 100여개의 음식물 쓰레기를 확인하였고, 내야 좌석에서도 50여개의 쓰레기 더미를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비교적 상태가 괜찮았던 곳은 중앙과 테이블 좌석쪽이었는데, 8개 정도의 쓰레기 더미만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 블로거는 마산야구장에서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으로 턱없이 부족하고 크기가 작은 분리수거함이 형식적으로 설치되어 있고, 분리수거를 관리하는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결국 도민체육대회 행사장이나 매주 경기가 열리는 NC마산야구장이나 모두 대회 주최측에서 끊임없이 일회용품 사용억제를 위한 캠페인을 해야하고, 분리수거를 위한 수거함을 충분히 설치할 뿐만 아니라 분리수거함을 관리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자기 집에서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야구장을 비롯한 스포츠 시설에서도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경험이 쌓여 있기 때문에 주최측의 대대적인 캠페인이 지속되어야 잘못된 습관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일회용품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일어나고는 있습니다. 서울시는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1회용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하여 LG트윈스, 두산베어스 구단들과 다회용기 사용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다회용기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우리지역에서 열리는 통영의 한산대첩축제도 2019년부터 환경단체가 공동주최로 참여하여 일회용품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축제기간동안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분리수거 시설을 운영하며 축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모니터링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개최되는 남해 독일마을 맥주 축제도 매년 10만명이 넘게 찾는 축제지만, 맥주잔, 안주그릇, 수저, 젓가락 등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쓰레기 없는 축제, ESG 실천축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행정과 주최측 그리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쓰레기 없는 축제, 쓰레기 없는 대회를 함께 고민하고 기획하고 홍보하면 쓰레기 없는 축제는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나 커피숍에서 텀블러나 플라스틱 빨때가 줄어드는 것처럼, 경기장과 행사장에서도 일회용품을 추방하고 분리수거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