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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후쿠시마 12년...한국 원전은 안전한가?

by 이윤기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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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3. 13 방송분)

 

지난 토요일인 311일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른바 후쿠시마 원전사고 12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는 도쿄 전력과 일본 당국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다시 인접국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와 우리나라 원전 재추진 문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고 후 12년이 지난 지금 세계가 또 다시 후쿠시마 원전에 주목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 모아놓은 천여개의 저장탱크에 있는 오염수 130만톤을 올 봄이나 여름께 태평양에 투기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하였기 때문입니다.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쪽은 뉴질랜드와 피지를 비롯한 태평양의 18개 섬나라가 참여한 태평양도서국포럼입니다.

 

이 지역 원자력과 해양과학 분야 과학자 그룹은 126일 우리나라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도쿄 전력의 오염수 측정 데이터가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발표자 중 한 명인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페렌츠 달노키베레서 교수는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부적절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편향되어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정상 가동 중인 원전에서 통제된 형태로 바다로 내보내는 것은 방류라고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를 내보내는 것은 방류가 아니라 대책없는 해양투기라고 지적하였습니다.

 

토론자들은 도쿄전력이 64가지 방사성 물질 가운데 스트론튬, 세슘 등 9개 물질의 농도만 측정하였으며, 나머지 55개 방사성 물질은 측정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탱크 하나에 1000톤이 넘는 오염수가 담겨 있는데, 최상층부에서 겨우 30리터의 샘플을 분리하여 조사하였기 때문에 전체 구성과 농도를 반영하는 샘플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오염수 투기로 인한 피해가 태평양 연안국가들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태평양에 면해 있는 후쿠시마에서 방류되는 핵방사능 오염수는 일본열도를 돌아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등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행양과학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의 공동 시물레이션 연구 결과를 보면, 오염수 투기 후 4~5년이 지나면 제주해역부터 오염이 시작되지만, 해류 영향으로 빠르면 2년 뒤부터 유입이 시작될 수 있다고 합니다. 4~5년 후에 태평양을 돌고 돌아 제주해역에 오는 경우, 시뮬레이션 대상인 삼중수소의 경우 분석기기로 검출하기 힘든 농도로 희석될 수 있지만, 해류 특성에 따라 2년 뒤에 유입되는 경우에도 농도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하는 희망적인 결과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위험을 경고하는 환경운동가들은 국내 전문기관의 시뮬레이션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우선 국내 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은 앞서 태평양도서국포럼의 과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일본 측이 제공한 부실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것보다 오염도 더 높다면, 전혀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꾸준히 대응해온 그린피스의 장다울 전문위원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더 안전하게 처리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물로 희석시키는 방법으로 오염을 해결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고 생태학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해양투기는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피해를 줄수 있기 때문에 훨씬 큰 심사숙고해야 하며 주변국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해양투기보다 돈은 더 많이 들지 모르지만, 오염수를 장기간 저장해 방사능 수준을 낮추면서 동식물과 균류를 이용한 생물학적 방법으로 오염을 제거한 뒤, 인간의 접촉이 최소화되는 곳의 콘크리트 제조 용수로 활용하는 방안 등 다른 대안이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사고...사망자 1만 6000명 책임지는 사람 없다

 

벌써 사고 후 12년이 지났지만, 납득 할 수 없는 일은 오염수 투기 문제만이 아닙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6000여명이고, 후쿠시마원전사고 관련 사망자만 35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지금도 피난 구역에 남아 있는 주민이 3만명이 넘는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처벌 발은 사람은 단 1명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2011년 사고가 나고 2년 후에 경찰과 검찰 조사가 끝났는데, 2013년 당시 일본 검찰은 사건 관계자 전원을 불기소 처리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본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일본의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하였고, 20147월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원전사고의 핵심 책임자들을 기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1차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도 핵심 책임자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2년이 더 지난 2016년이 검찰심사회 2차 심사에서 다시 한번 핵심 책임자 기소가 의결된 후에야 원전 사고에 책임이 있는 도쿄전력 전 회장과 전 부사장 2명이 업무상 과실 치사와 과실 치상으로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20199월 도쿄지방재판소가 전원 무죄를 선고하였고, 올해 1월에는 도쿄 고등법원도 무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아직 대법원판결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사고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지난해 새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가 다시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인데요, 지난해 7월 국무회의를 통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2.8%까지 확대하고,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게하는 등 제2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2030년 원전 비중을 23.9%로 잡은 것을 되돌리는 방침인데요. 에너지전환을 준비해 온 에너지 기업들은 당황하고 있고, 원전 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원전수출 2010년 이후 한 건도 없었다

 

저는 원전 비중 확대와 원전 산업 육성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핵발전소를 찬성하는 분들 중에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는 2010UAE 원전을 수주한 이후 단 1건도 추가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이 뒤쳐져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2010년 당시 원전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430여기의 신규원전이 건설된다고 예측하였고,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 10,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여 미국,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원전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 IAEA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원전 숫자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20224월 기준으로 세계 33개국에서 441기의 핵발전소 가동중인데, 2018년 이후 가동 원전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 새로 짓고 있는 원전은 모두 52기인데, 중국, 인도, 한국, 러시아, 터어키 다섯 나라만 원전을 짓고 있습니다.

 

여전히 새로 짓는 원전이 있는데도 원전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전체 원전의 67%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이고, 폐로를 앞두고 있는 50년 이상 노후 원전만 해도 모두 133기나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달리 핵발전소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 핵발전소 건설은 더이상 미래 먹거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창원과 경남에서 원전산업을 통해 경제 성장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과거의 낡은 기술에 다음세대의 미래를 맡기는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