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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원전 다음은 태양광 풍력...박정희도 알았다

by 이윤기 2024.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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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3. 17 방송분)

 

지난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방사능 오염수 바다 투기 문제를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원전 정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가 다시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작년 7월 국무회의를 통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2.8%까지 확대하고, 중단 되었던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계하는 등 제2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 주에도 말씀 드렸는데요. 

이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2030년 원전 비중을 23.9%로 낮추려던 탈원전 계획을 뒤집는 방침입니다. 핵발전소 건설에 찬성하시는 분들은 당장 원전이 모두 없어지는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문재인정부의 계획대로 해도 탈원전은 지금부터 54년 후인 2077년이 목표연도였습니다. 오십이 훌쩍 넘은 저는 살아서 탈원전을 경험할 수 없을 만큼 먼 미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원전 산업계는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려고 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에만 67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R&D 투자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도대체 현 정부의 친원전이 바람직한 것인지, 전 정부의 탈원전이 옳은 것인지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원전 확대는 시대착오적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저는 여전히 국내 원전 확대와 원전 수출 전략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전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원전 1기를 수출하면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조 3000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5조 3000억원은 중형차 25만대를 수출하는 금액과 맞먹고 스마트폰 500만개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규모라고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핵발전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분들 중에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출 실적을 보면 우리나라는 2009년 UAE 원전을 수주한 이후 단 1건도 추가 수출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만 보면 체코, 폴란드, 이집트 등과 원전 수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는 뉴스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만, MOU는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일 뿐이고 실제 수출 계약을 지난 14년 동안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지난 2010년 국내 원전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430여기의 신규원전이 건설된다고 예측하였고, 우리나라도 2012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고,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여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대 원전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 IAEA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원전 숫자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2022년 4월 기준으로 세계 33개국에서 44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데, 2018년 이후 가동 원전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 새로 짓고 있는 핵발전소는 모두 52기인데, 중국, 인도, 한국, 러시아, 터어키 다섯 나라만 원전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핵발전소를 새로 지어도 핵발전소 총 숫자는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67%가 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이고, 50년 이상된 노후 원전 133기는 폐로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전 산업...공급은 넘치지만 수요가 없다

원전 산업이 유망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팔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고 하는 사람이 적은 수요, 공급 법칙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022년을 기준으로 원전을 새로 짓는 나라는 앞서 말씀 드린 다섯 나라뿐인데, 원전을 팔려고 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일본, 한국 등 여섯 나라나 됩니다. 이 여섯 나라 중에서 우리가 기술 훨씬 우위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나라가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원전 기술이 있어도 수출에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작년에 폴란드와 원전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지만, 우리나라가 수출하려고 하는 한국형 원전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라는 회사가 지식재산권 문제로 소송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2009년 UAE 원전 수출 당시에도 웨스팅하우스사가 문제를 제기하여 기술자문료를 지급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원전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막대한 건설 비용을 우리가 빌려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창원과 경남에서 원전산업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과거의 낡은 기술에 다음 세대의 미래를 맡기는 어리석은 방향이라고 할 수있는데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단지 계획을 보면, 창원시는 방위산업과 원자력 산업을 중심으로 339만㎡를 조성하는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되었습니다. 

 

박정희, "핵발전 다음은 태양광과 풍력"

이것은 분명히 세계적인 에너지 산업 변화에 역행하는 흐름인데요. 왜냐하면 원전산업은 태양광이나 조력, 풍력에 비하여 뒤쳐진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원전산업이 낡은 기술이라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많이 있지만, 오늘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원자력 발전 국가로 이끌었던 정치 지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 건설에 성공한 박정희 대통령이 원전을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키려고 했을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1978년 고리1호기 준공식 때 만들어진 대한 뉴스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세계 21번째로 핵발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축하였지만,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을 위해 지금부터 “태양열과 조력 풍력 등 새로운 자원을 연구 개발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힘을 쏟자”는 연설을 하였습니다. 

원전 확대에 찬성하시는 분들중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소득 1400불 밖에 안 되던 1978년에 이미 태양열, 조력, 풍력을 준비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민족중흥’의 과제로 제시하였는데, 45년이 지났고, 국민소득이 25배나 증가하여 3만 5000불시대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원자력 발전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입니다. 세계가 태양력과 풍력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