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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매년 버려지는 스마트폰 160억대

by 이윤기 202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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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6. 26 방송분)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하고 2009년 국내에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불과 15년 만에 국민 스마트폰 보급률은 전체 국민의 93%를 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스마트폰을 바꾸시나요? 그리고 교체 후 낡은 스마트폰은 어떻게 처리하고 계시는가요? 우리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재활용 문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매년 새로 구입하는 스마트폰은 월 100만대, 연간 1200만대 정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매년 새로 생기는 중고폰도 1200만대 정도 된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구요. 1200만대가 모두 폐기되는 것은 아니고 해외로 수출되어 재사용되기도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대부분은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국내통계는 찾지 못하였는데, 작년 10월 국제전자폐기물의날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발생한 폐휴대폰만 53억대나 된다고 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160억대의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 중 1/3은 한 해 동안 버려지거나 가정에 방치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53억대의 휴대폰은 얼마나 많은 양일까요? 폐휴대폰을 탑처럼 쌓으면, 무려 5만km나 되기 때문에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남으며, 국제우주정거장까지 50번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폐휴대폰에는 금, 구리, 은, 팔라듐을 비롯한 재활용 가능한 광물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되어 심각한 환경피해로도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휴대폰이 수거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는 비율은 17%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자원재활용운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들은 폐휴대폰을 ‘작은 광산’이라고 부릅니다. 폐휴대폰에는 앞서 말씀드린 주요 광물 외에도 30가지 이상의 각종 광물과 희귀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매년 버려지는 휴대전화...자그마치 160억 대

 

이른바 희토류라고 부르는 광물들인데, 뉴스를 보면 미중 무역 갈등, 미일 무역갈등이 있을 때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전 세계 IT기업들이 모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요. 가장 잘 아는 금만 하더라도 폐휴대폰 1대에는 평균 0.034g이 들어 있고, 폐휴대폰 1톤을 모으면 300~400g의 금을 모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많은 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금광석 1톤을 채굴하여 제련해서 얻을 수 있는 금이 5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없으며, 같은 1톤이라면 실제 금을 채굴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폐휴대폰에 들어 있는 리튬, 코발트 등의 희귀 금속은 탄소중립 시대에 꼭 필요한 풍력발전기, 전기차 배터리, 태양과 패널 등의 핵심 소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광물 자원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작은 광산’이라고 부르는 폐휴대폰 속에 들어 있는 광물들을 재사용하면 희귀 금속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폐휴대폰 속에는 유용한 금속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납, 수은, 카드뮴 등 위험한 중금속들도 들어 있고, 그래서 더욱 재활용이 중요합니다. 특히 수은 등 중금속과 플라스틱 등 전자폐기물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은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경우 토양과 수질 대기를 오염시키고 먹이사슬에 침투하여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오기 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새로 만드는 휴대폰에 들어가야 하는 자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광물을 채굴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환경파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앞서 인용했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사람들의 경우 1인당 평균 5kg의 전자폐기물을 서랍, 옷장, 차고 등에 방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자료를 보고 저희 집을 뒤져봤더니, 4인 가족인 저희 식구들이 모아놓은 폐휴대폰과 아이패드만 15개가 있었고, MP3를 비롯한 소형 전자폐기물을 합치면 20개가 훨씬 넘었습니다. 

 

스마트폰 재활용 비율은 10%도 안 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의 스마트폰 의무재활용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합니다. <전기전자제품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는 제조사와 판매업자에게 회수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재활용업무를 대행하는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 회수되는 양은 10% 미만이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나머지 90%중 많은 양은 스마트폰은 집과 사무실 등에 방치되어 있고, 자원순환 시설로 회수되지 않고 중고 시장에 유통되는 스마트폰은 규제가 느슨하고 재활용 처리 시설이 없는 제3세계 국가로 가게 된다고 합니다. 그린피스는 위험과 오염의 외주화라고 부르는데요. 

 

기술이 없는 이들 나라에서는 불에 태우거나 화학물질에 담그는 방식, 고온에서 녹이는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는 5000만명 이상이 이런 비공식 시설에서 폐전자기기 처리 일을 하고 있으며 여성과 어린이들이 이런 일을 하면서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EU의 경우 전자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2024년 말까지 EU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폰과 테블릿, 카메라 등의 충전단자의 표준을 USB-C 탑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럽 의회는 이 법안 통과로 매년 전자기기 폐기물을 1000톤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전자폐기물 의무 수거를 위한 입법 마련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을 시작하였지만, 2019년까지 5년간 누적 수거 대수는 3만 8000여대에 불과하였으며, 2019년에는 1만 1000대로 수거율이 늘었습니다만, 전체 생산, 판매량에 비하면 턱없이 수거율이 낮은 상황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폐휴대폰 재활용에 참여하려면, 구입 매장을 통해서 반납하는 방법이 있고, 폐휴대폰을 상시 수거하는 나눔폰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기부할 수도 있으며, 폐가전제품 무상방문수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 중고 휴대폰을 은행 ATM기기처럼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민팃이라는 장비도 전국 5600여군데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폐휴대폰으로 기부할 수 있다면?

 

기기에 폐휴대폰을 넣으면 3분안에 값을 매겨서 거래를 마친다고 하는데요. 작년 연말까지 민팃에서 기부로 수거한 스마트폰만 3만 6000대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매장 반납 이외에는 모두 낯선 방식이고 실제로 경남 지역에서 민팃 기계를 보신 분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최근 좋은 사례를 하나 알게 되었는데요. 광주시청자미디어재단과 폐전자기기 회수 활동을 하는 e순환거버넌스가 공동 주최한 환경의날 콘서트 무료 초대권을 배부하면서 3가지 환경보호 실천 약속을 하신 분들에게 입장권을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창원에서도 시민의 날 축하음악회를 비롯한 여러 축제 행사때 유명 가수들을 초청하면 무료초대권을 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요. 집집마다 수거되지 않고 있는 폐전자기기를 초대권과 교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수도 창원>라는 구호에 맞게 스마트폰을 비롯한 폐가전제품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