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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차성수, 박노자, 호사카 유지

by 이윤기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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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7. 10 방송분)

 

최근 제가 일하는 마산YMCA에서 사회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를 차례로 모셔서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100회 기념, 특집 <아침논단>을 3회 연속으로 진행하였는데요. 오늘은 세 분 학자의 강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가 주최하는 아침논단은 1999년 2월 2일에 제1회를 시작하여 2023년 5월 20일 10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마산YMCA에서는 100회 특집으로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시리즈를 진행하였는데요. 지난 4월 8일 개최한 99회 아침논단에는 사회학자인 차성수 깨어있는 시민체험문화관 관장을 모시고 <숫자로 읽는 대한민국, 시민사회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5월 20일 개최한 100회는 역사학자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를 초청하여 ‘한국사회 현실과 미래 전망’을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였구요. 101회는 지난 토요일(7월 8일)에는 정치학자인 호사카 유지 교수를 초청하여 ‘국제관계를 통해 본 한국사회’를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숫자로 본 대한민국...차성수...미래 암담한 대한민국

99회 아침논단, 숫자로 본 대한민국에서는 차성수 관장은 2022년 1인당 국민소득 3만 2661달러, 세계경제순위 10위, 수출액 규모 세계 7위의 대한민국이지만, 통계로 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세계 최조 수준의 합계 출산율을 보면 희망을 말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정부 통계만 기준으로 봐도 여성의 권리와 안전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퇴행하고 있으며, 젊은 청년들의 비정규직 일자리는 점점 더 많아졌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임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였습니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을 지냈지만, 세 번 집권한 민주 정부도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분명히 실패하고 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아울러 지금 우리 앞에 닥친 현재의 제도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변화의 징표로 기후변화, 저출생, 인공지능을 꼽았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이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고, 이런 지구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한데 그런 담론이나 공론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드는 일에 시민사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서열화에서 비롯된다


100회 아침논단, 한국사회의 현실과 미래전망에서 박노자 교수는 극격한 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한국사회이 뿌리 깊은 서열화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구성만 보더라도 기업인, 대학교수 법조인이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실제 국민은 임금 노동자가 가장 많지만,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고소득 직업군 일부가 국민을 과대표하고 있는 구조는 공정하지 않다고 진단하였습니다. 

박노자 교수는 서열화된 사회에서 위쪽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살고 아래쪽은 가장 힘들게 살아가며, 많은 노동자가 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과로, 산재, 사망사고도 모두 서열의 아래쪽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서열화되는 사회 특징은 개인이 기업에 식민화 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서열화된 권위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리고, 노동자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모두 직장에 맞춰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서열화된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의 인권보다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나타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인권보다 효율성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 직장내 갑질 같은 것이 해결되지 않으며, 직장내에서 폭언, 폭행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모두 서열사회의 구조적 특징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울러 서열사회의 결과는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불평등 구조, 낮은 출생률, 낮은 행복지수, 수도권 집중 등 새로운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는데,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교육 문제나 부동산 투기, 집값 상승 같은 문제들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의 중심 산업구조는 변화에 더디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이나 RE100과 같은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에도 가장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박노자 교수는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서는 탈서열화를 위한 학벌타파, 부의 재분배 강화, 비정규직 축소, 국민복지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지 않으면 빈부 격차해소, 평등한 복지국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앞으로 10~20년 안에 일터가 민주화되고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으며, 심지어 세계 패권 경쟁에도 제대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호사카 유지...지정학적 싸움이 본질이다

 

101회 아침논단에 참가한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를 지정학적 측면에서 진단하였는데요. 여러 학자들의 이론과 주장을 소개하면서 해양국가와 대륙국가가 충돌하는 연해 지대에 우리나라나 베트남, 인도,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이 완충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얼핏보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이념적으로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면의 본질에는 지정학적 싸움이 존재하고, 같은 이념 지향을 가진 국가들도 지적학적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는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 전쟁과 같은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였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지정학적 충돌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와 일본의 충돌을 소개하였는데, 러시아 유력 정치인이 훗카이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3월에서 쿠릴 열도 해상에서 미사일 발사실험도 진행하였다는 것을 소개하였습니다. 지난 4월에 동해에서 있었던 한미일, 미일 군사훈련 역시 북한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이념외교’를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 때문에, 일본은 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해  모두 대중국 정책을 유화정책으로 수정하였는데, 한국만 이념외교에 매달리고 있는 것을 크게 우려하였습니다. 

 

정치학자인 호사카 교수는 한국은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으로 명확히 하고, 주변 모든 강국들과 우호관계를 깊게 하면서 남북한 평화공존, 평화로운 분단을 통해 영세중립국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한국사회의 길을 묻다에 응답한 사회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는 모두 저출생, 기후변화 그리고 불평등 해소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제안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