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골칫거리 민자사업 왜 반복되는가?

by 이윤기 2024. 5. 28.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9. 4 방송분)

 

지난 8월 22일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가 주최하는 제102회 아침논단이 개최되었는데요. 이날 주제는 ‘골칫거리 민자사업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발표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이 날 아침논단에서 쟁점이 되었던 저희 경남의 골칫거리 민자사업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어떤 해결 방안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민자사업을 주제로 아침논단을 개최하게 된 것은 최근 불거진 팔룡터널 1182억원의 ‘해지시 지급금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부담은 창원시의 일방적으로 실시협약을 해지하는 경우에 부담하는 것이 상식인데요. 팔룡터널은 민간사업자가 운영을 잘못해서 파산하는 경우에도 창원시가 해지시 지급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불공정 계약이 체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계약인 겁니다. 

2018년 말 개통한 팔용터널은 민간사업자의 통행량 부풀리기 때문에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추진할 때 2019년 3만 9900대, 2020년 4만 3300대, 2021년 4만 4600대로 통행량을 예측하였습니다만, 하지만 실제 통행량은 2019년 8900대, 2020년 1만 800대, 2021년 1만 1800대로 1/3 ~ 1/2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적자가 누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통행량이 뻥튀기 되었지만, 실제 통행료 수입과 유지·운영 비용만 따지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팔용터널...민간사업자 파산하면 1182억 세금으로 부담

 

만성적자의 원인은 터널 공사를 위해서 민간사업자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1400억원에 대한 이자 때문이라고 합니다. 2019년 59억, 2020년 108억, 2021년 115억, 2022년 132억원이나 이자를 지급하다보니 적자가 누적되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간사업자가 파산하면 목돈 1182억원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창원시는 팔룡터널 운영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입니다. 창원시는 적자보전 비용으로 연간 15억~16억 원 정도 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요. 민간사업자의 팔룡터널 운영 기간이 2047년 10월까지, 앞으로 25년간 약 375억원의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창원과 경남지역에서 문제가 되고있는 민자사업이 팔룡터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었습니다. 경남지역 1호 민자사업인 마창대교 대교 역시 팔룡터널처럼 민간사업자의 예측 통행량 부풀리기 때문에 이미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000억원 가까운 금액의 운영수익 보장(MRG)을 해주었고, 앞으로도 최고 3000억원에 가까운 재정지원을 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1996년 계획수립 당시 민간사업자는 2006년의 마산창원진해 인구가 166만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1일 통행량을 2만 8000여대로 추산하였으나 2008년 개통 시시에 인구는 110만명에 불과하였고, 실제 통행량은 예측치의 36%인 1만 500여대에 불과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도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거가대로(교)로 빼놓을 수 없는 골칫거리 민자사업입니다. 1조 4000억원이 투입된 거가대로는 사업계획 당시 하루 평균 3만 3000대가 통행할 것이라고 하였지만, 실제 통행량은 개통후 실제 통행량은 하루 2만 1000여대에 불과하였습니다. 결국 세금으로 운용 비용을 보전하였는데, 당초 계약대로면 2050년까지 5조 4500여억원을 물어줘야 했는데, 사업재구조화로 재정지원금을 줄였지만 여전히 1조원 이상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골칫거리 민자사업으로는 승객수 부풀리기로 고질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김해 경전철이 있습니다. 1995년 민자사업을 시작할 때, 하루 17만 6000명이 이용하고, 매년 1만명씩 승객이 증가하여 2014년에는 21만 1000여명, 2031년에는 32만 2000여명이 매일 이용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2011년 개통 직후 하루 3만명으로 무려 14만명이나 예상 숫자보다 적었고, 2017년이 되어도 예측 통행량의 1/4인 5만명에 불과하였습니다. 2020년까지 김해시가 지급한 재정지원금이 이미 3145억원이나 되고, 앞으로 민자계약이 끝나는 2031년까지 3000억원 이상의 운영적자를 보전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김해 경전철 2020년까지 재정지원금 3145억원...앞으로도 3000억 이상 적자 보전

이게 끝이 아닌데요. 민간사업자가 공사 수익만 챙기고 떠난 먹튀 민자사업으로 마산로봇랜드사업이 있습니다. 2008년에 민자사업이 시작되어 11년이 지난 2019년 9월에 놀이동산을 비롯한 1단계사업이 진행되고, 2단계 호텔, 콘도, 펜션을 비롯한 2단계 사업은 시작도 못하면서 해지시지급금 소송에서 패소하여 1600여억원을 물어주게 되었습니다. 로봇랜드 사업 역시 사업포기시 1000억원을 보상하도록 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행정끼리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민자사업도 있는데요. 바로 진해 웅동복합레저관광단지 사업입니다. 민간사업자는 1단계 사업인 골프장만 짓고 2단계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어 왔는데, 최근 민간사업자 지정을 취소하면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창원시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2014년 협약을 변경하면서 확정투자비 지급 조항을 포함시키는 바람에 계약 해지시에는 팔룡터널처럼 해지시 지급금으로 1500억 ~ 2400여 억원을 물어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마산앞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마산해양신도시도 늪에 빠진 민자사업입니다. 해수부 민자사업인 가포신항 준설토 투기를 빌미로 바다를 매립한 마산해양신도시는 창원시는 매립비용 3400억원을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파트를 많이 지어 매립비용을 충당하려는 창원시와 친환경 개발을 주장하는 시민단체가 20년 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민간개발 사업자 선정도 제대로 못하는 가운데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껍데기만 남아 있는 창원SM타운, 여러 지자체가 민자를 끌어들여 만든 케이블카, 거제장목관광단지, 민간사업자가 대출금을 들고 잠적해버린 합천군 영상테마파크 호텔 사업 등도 있고, 국비로 MRG 보상을 해주고 있어서 도민들 시민들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가포신항도 골칫거리 민자사업입니다. 

이런 민자사업을 통해 드러난 공통적인 문제점은  민간사업자와 행정이 밀실에서 계약을 맺고 의회에도 도민이나 시민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회와 시민들은 적자보전을 해줄 때가 되어서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언론을 통해서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 핵심 문제입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하여 지난 11대 도의회에서 ‘민자사업 협약내용 공개 조례’를 만들었지만, 상위법인 민자사업법을 따르지 않아 대법원에서 무효가 되었습니다. 

 

이젠 국회에서 상위법인 민자사업법을 개정하여 예외 조항인 “다만, 사업시행자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되는 정보는 비공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독소 조항을 없애야 합니다. 국민의 혈세가 수천억원씩 투입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민간기업의 경영·영업 비밀을 핑계로 협약을 비공개로 하는 잘못된 제도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